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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 동물들이 찾아오고 이야기가 샘솟는 생태다양성 가득한 정원 탄생기
시몽 위로 지음, 한지우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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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 혹은 사막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든 사람이 있다. 장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우화지만 중국여성 인위쩐은 실존인물이다. 이들과 비슷한 프랑스 사람이 있다. 시몽 위로는 사막을 숲으로 만든 것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실천한 사람이다. 도시 정원을 가꾸었고 그것을 책으로 냈는데 앞의 두 인물과의 차이점은 직접 그림으로 그리고 글을 썼다는 것이다.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는 그래픽 노블로 원제는 《L’Oasis(오아시스)》다. 저자가 십년에 걸쳐 인공물 가득한 도시의 사막에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정원을 가꾼 이야기다.
어느날 저자는 라디오를 듣다가 환경부장관 니콜라 윌로가 정계를 떠난다는 발표를 듣고 깜짝 놀란다. 그 이유가 자신이 생태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저자는 이 사건에 영향을 받아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정원이 있는 집을 먼저 구해야 했다. 강가에 위치한 아름다운 마을이었는데 처음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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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무모한 사람이다 싶었다. 계획이나 목표도 없었고 특별히 공부를 한 것도 아니면서 충동적으로 이사를 왔으면서도 만족했단다. 처음에 길고 좁은 잔디밭과 축 처진 라일락 체리나무 두그루, 수국 세 그루, 주목 하나와 오래된 포도나무 몇 그루가 전부(도면 참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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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이곳을 아래 사진(책 맨 뒤 10년 후의 모습 그림)처럼 바꿔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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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이 고스란히 이 책에 녹아들어 있는데 놀랍기 그지없다. 대부분 자세한 그림이고 사이사이에 설명이 텍스트로 들어가 있는데 읽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원저 그대로 가져와 텍스트만 한글로 바꾼 것인지 궁금했다. 한국어판으로 옮기면서 글자체를 잘 선정한 것 같다. 그림과 글자체가 잘 어울리며 마치 원래 이 그림에 이 글자체인 것처럼 보였다. 또한 동식물 그림이 세밀화라서 도감 수준이다. 그런데 세밀화로 된 도감은 그 식물이나 동물만 자세히 그려져 있지 이 책처럼 사람이 등장한 만화는 아니다.
여기서 이 책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다.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흥미롭게 볼 수 있다. 곤충이나 새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세밀화 도감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 그림과 이름 옆에 학명이 나와 있고 각주를 붙여 그에 대한 설명까지 자세히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프랑스 어느 마을 가정집 정원에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저자와 가족, 그리고 고양이가 정원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그림은 표정이 살아 있어서 2차원이지만 영상을 보는 듯하다. 고양이를 포함한 정원을 오가는 동물들의 모습이 역동적이다. 그들을 의인화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재미가 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는 도감이나 생태동화를 보는 효과를, 어른들은 자신의 정원도 저렇게 가꾸고 싶다는 욕구를 불끈 일으키는 책이다. 그림을 다 소개할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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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땅에 숨은 자연을 이끌어내는 저자의 끈기 있는 행동에 놀랐고 아름다운 정원에 감탄했다. 그냥 정원을 가꾼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이렇게 멋진 결과물로 탄생시킨 것에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식물집사란 말이 유행하고 관련 서적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이 유행에 편승해서 휩쓸리듯 나왔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태관련 서적으로 꾸준히 읽히길 바란다.
**위 리뷰는 김영사 서포터즈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