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파머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늙고 병들어도, 임종을 앞두었다고 해도, 존엄하기를 희구한다. 오랫동안 지켜온 자신의 습관이나 가치관을 바꾸고 싶지 않다. 바꿀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그래도 누군가 그것에 변화를 주려하면 완강히 거부한다. 부모님이나 주위 노인들을 보면 저런 경우가 많다. 스웨덴 소설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의 주인공 할아버지 를 보면서, 나는 나이 들어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았다.


아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가족에게 마음을 표현해야겠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이들수록 더 못할 것 같다. 말하기도 습관이니까. 가까운 이들에게 좀 더 다정하게 말해야겠다고도 생각한다. 잘 안 고쳐지는 습관 중 하나가 말투인데, 고객으로 만나는 사람에게는 상냥하면서 가까운 이들에게는 그렇지 못하다그리고 걱정되는 게 있다. 나이들수록 곁에 친구가 있어야 한다고들 하는데 나는 친한 친구들이 너무 멀리 있다.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곳에 살며 같이 나이 들어가는 친구가 있으면 좋을텐데...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는 일인칭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보의 심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요양원에 간 아내를 그리워하며 산다. 아내와 함께 했던 때를 생각하고 비슷한 상황에서 아내가 했음직한 말을 상상한다. 불안하거나 아내가 너무 보고 싶을 땐 아내의 체취가 남아있는 스카프를 꺼내 냄새를 맡는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점점 스카프를 꺼내는 것 마저 힘들어진다. 보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은 요양보호사나 아들 한스가 기록한 일지 형식의 글에서 드러난다.


아내는 없어도 보의 곁을 지켜주는 식스텐이라는 개와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친구 투레가 있다. 그런데 보가 식스텐과 산책하러 나갔다가 숲에서 정신을 잃고 식스텐을 잃어버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보는 요양보호사에게 발견되었지만 식스텐은 며칠 간 돌아오지 못하다가 어떤 이웃의 집에서 보호받다가 무사히 돌아왔다. 한스는 식스텐을 다른 곳으로 보내려 하고, 보는 이에 화를 내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화를 낼 따름이었다. 기저귀를 차야하고 혼자 목욕할 수 없으며 개를 산책시키기 힘든 상황에서 아들의 행동은 현실적인 것이 분명하다. 보는 그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현실을 수긍하기 힘든 것이다.


투레의 장례식에 휠체어 없이 제 발로 다녀온 보는 자신의 아버지를 회상했다. 자신에게 한번도 다정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마지막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은 뒤 장례식에 가서야 아버지를 대면했다. 보는 투레의 장례식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올렸고, 그곳에 아내가 있었다면 뭐라고 말했을 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한스를 대한 태도가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아버지와 같다는 걸 깨닫는다. 보는 한스에게 네가 자랑스럽다고 말한 뒤 생을 마쳤다. 보의 자랑스럽다는 말은 아들을 사랑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보는 다행스럽게도 제 아버지와는 다른 아버지로 남았다.


이 책을 읽으며 죽음이 점점 다가올 때 나는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았다. 내 몸을 스스로 관장하지 못해 남의 손을 빌려야할 때까지 살고 싶지는 않다. 나이들수록 사고방식을 유연하게 가져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늙으면 성격이 점점 완고해지기 때문에 그런 말을 더 하는 것일 테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하고 웬만한 건 다 내 손으로 하는 성격이기에 보의 행동들을 보니 내 미래가 되는 게 아닐까 싶어 절로 한숨이 나왔다. 병으로 죽을지 늙어 죽을지 갑자기 사고사 할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존엄하게 죽고 싶다. 보처럼 하고 싶었던 말은 꼭 하고 죽어야 한다. 물론 그 전에 미리미리 해두면 좋겠지만.


이 책은 중년이나 노년층이 읽으면 자신의 마지막을 잘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것이다. 후회하며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면 사랑하는 이에게 마음을 표현하며 살고, 움켜쥔 욕심을 놓는 연습도 해야 한다. 사십대 이하 젊은이들이 읽는다면 부모님을 이해할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70~80년 이상 살아온 이들의 사고나 행동을 바꾸려는 시도는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부모님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내가 태어나기 전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나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들은 분명 우리를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어떠한 연유로 서로 멀어지고 미워할 일이 있었을지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지 않고 생을 끝내지는 않아야 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는 게 힘겨운 나를 위한 철학 처방전
안광복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는 게 힘겨운 나를 위한 철학 처방전>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인문360’의 ‘MZ세대와 함께하는 철학 카페’에 게재한 글을 바탕으로 했다. 일상의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바탕으로 18가지를 추린 후, 4장으로 구분하여 질문에 대한 답변을 철학자의 사상에 의거하여 달았다. 철학이라고 해서 어려울까봐 겁먹지 않아도 된다. 공저자들의 쉬운 해설로 귀에 쏙쏙 들어온다.


제목처럼 내가 현재 가장 힘든 게 어떤 것인지를 먼저 떠올려본 후 목차를 보고 해당되는 장부터 읽으면 된다. 1장은 타인과의 관계, 2장은 분노와 비교, 3장은 진정한 행복, 4장은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처방전이다. 각 장의 질문을 보면 지금 내 상황과 지극히 유사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홈페이지에 올라온 질문들 중 가장 중복되고 많은 것 위주로 했으니 말이다. 요즘처럼 마음이 무겁고 답답한 시절에 이런 책으로 조금이나마 위안 삼을 수 있으면 좋겠다.


1,2장의 질문들은 인간 관계를 잘 하고 싶은 사람들, 미래를 계획하려해도 현재 상황 때문에 암울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내용들이다. 2장의 “마음만 고쳐먹으면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살까요?”는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비법을 묻고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이 나에게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게 했다. ‘하면 된다!’는 긍정주의 구호를 나도 모르게 외치고 살았음을 알았다. 저자는 긍정주의의 문제를 네 가지로 보았다.


첫째, 진실을 가리고 불의를 덮는다는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에서 앞의 좋은 것과 뒤의 좋은 것의 의미가 다름에도 등치시키기 때문이다. 불의를 보고 덮어서도 안 되며 불화가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상태를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두 번째는 긍정주의가 우리를 의미없이 소진시킨다는 것이다. 각종 자기계발서에서 성공 비결을 긍정적인 마음, 빈틈없는 시간관리 및 인맥관리라고 강조하기 때문에 졸리거나 배고프거나 지루한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오직 앞만 보고 달리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번아웃, 우울증, 불안 외로움 뿐이다. 세 번째 문제는 긍정주의는 자발성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한 스펙 쌓기 경쟁은 남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지만 자신에게 스스로 강요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자발성과는 거리가 멀다. 네 번째 문제로는 긍정주의가 우리의 뒤통수를 친다는 것이다. 긍정성이 객관적 실재가 아닌데도 어떤 실체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므로 논리적 오류를 이용한다. 예컨대 긍정적인 감정을 품고 살면 스트레스가 적어지고, 결과적으로 면역체계가 강화되어 암도 치유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므로 ‘하면 된다!’ 대신 ‘무엇을 어떻게 할까?’로 바꾸어야 한다. 단순히 긍정한다고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 꿈과 현실을 냉철히 자각한 후 그 차이를 분석해야 한다. 책의 한 챕터에 실린 내용으로 설득이 부족하다면 “목마른 당신을 위한 인생 비타민”이라는 코너를 두어 추가로 읽을 책을 추천하고 있다. 이 챕터에서는 <긍정의 배신>, <걱정 많은 사람들이 잘되는 이유>, <나는 긍정심리학을 긍정할 수 없다>를 추천했다.


3장은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4장은 세상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이들이 꼭 읽어보면 좋을 내용이다. 3장의 “돈 많이 벌고, 비싼 집에서 사는 게 인생의 전부일까요?”는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질문이다. 열심히 일하고 돈 버는 것이 인생 목표라 여기고 달려온 사람이 어느날 문득 멈춰 서서 ‘과연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것인가?’ 싶을 때가 올 것이다.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챕터를 펼쳐 보라.


여기에서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으로 답변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궁핍함으로든 무료함으로든 고통스러운 그 무엇’이라고. 궁핍함이 싫기에 부를 추구하지만 부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그래서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삶이 어떠한 이유로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분명히 말할 수 없으며, 삶이 의지의 맹목적인 움직임일 뿐이다. 그럼 이 맹목적인 힘에 의해 달라지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쇼펜하우어는 동고(同苦,Mitleid)를 말했다. 우리 의도와 상관없이 일이 벌어지게 되어있는 삶의 맹목성을 인정하면 다른 사람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고통의 바다를 함께 건너야 할 동료로 보게 되는 것이다. 타인이 이 고해를 헤쳐 나가느라 나만큼이나 힘든 또 한 명임을 알게 되면, 우리에겐 설명할 수 없는 연대감이 생긴다. 인간은 연대감을 느낄 때 행복한 존재이다. ‘살아가는 것은 곧 죽어가는 것’이라는 슬프지만 엄정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이 죽어가는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그 의미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나가는 것, 그것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 중 가장 지속적인 행복이다.


이 챕터에서 가장 공감한 문장이 ‘인간은 연대감을 느낄 때 행복한 존재’ 라는 것이다. 이번 12.3 계엄 사태 때와 소위 ‘남태령 대첩’이라 명명한 그 때에 현장에 달려갔던 사람들과 가지 못해도 힘을 보탰던 사람들의 행동을 가히 ‘연대의 힘’이라 부를 만하다. 그 연대가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지 않았나. 목숨을 내놓다시피했던 이들을 포함해 당시에 동참했던 모든 이들은 행복감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 그들 중 대다수는 분명 부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연대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위 리뷰는 출파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의 마음이 부를 때 마음이 자라는 나무 43
탁경은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학생, 자아가 비대해 지는데 아직 자신을 잘 모르는 시기, 그래서 고민도 많은 때다. 여자 중학생 넷, 지원, 하윤, 효민, 예린이가 동아리 활동인 마이 상담소를 운영하며 하나씩 풀어나가는 책, <너의 마음이 부를 때>이다. 고민이 있어도 누군가에게 선뜻 털어놓기 힘든 중학생들의 이야기는 또래 독자들에게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특히 부산 동평여중 학생들은 환호할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2022년 강연으로 만난 동평여중 학생들의 고민을 이 책의 씨앗으로 삼았다며 동평여중 학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기 때문이다.


마이 상담소에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는 학생들의 이야기와 등장인물 네 명의 고민까지 촘촘히 엮어놓아 책을 한 번 잡으면 한눈 팔 일 없이 단번에 주욱 읽어내릴 수 있다. 그들의 고민이 청소년 독자들의 고민 중에 하나는 해당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책을 읽으며 제 고민을 상담 받는 느낌이 들 것이다.


마이 상담소 장을 맡아 열심히 활동하는 지윤은 공부 빼고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밝고 성실한 학생이다. 동아리 친구들이 갈등 없이 잘 지내길 바라고 상담에 진심이라 관련 책을 찾아 읽으면서 알바까지 한다. 지윤은 엄마의 죽음 이후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을 몰아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고민은 들어주면서 정작 자신의 고민은 외면하고 있던 지윤의 이야기는 후반부가 되어서야 해소된다. 주말 알바로 다섯 살 현진이를 돌봐주고 있는데, 현진의 엄마 영우와 이야기를 나누며 펑펑 울게 된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울지 않고 가두어두었던 것을 터뜨리면서 슬픔이라는 감정을 해소하기에 이른다.


청소년 시기에는 자신의 고민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타인에게 털어놓기도 쉽지 않다. 그럴 때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학업 스트레스, 가족이나 친구 관계의 어려움 등등 지금 당장의 고충이 바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책 속 아이들의 고민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제 것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낄 것이다. 또 그들이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보며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 직접 상담 받지 않아도 책을 읽으면서 그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중학생들에게 적극 권유하고 싶다.



@공감한 문장들


사람의 마음은 유리 같다. 작은 상처에도 금방 금이 가 와장창 깨질 것만 같다. 시련을 통해, 마이 상담소 활동을 통해, 상담을 잘하기 위해 읽은 책과 영상을 통해 아주 조금은 사람의 마음이 어떤 건지 알 것 같다. 문득 의문이 든다. 인간관계학이나 소통학, 혹은 심리학이나 상담학 같은 건 왜 학과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쉽게 말하잖아. 자신을 좋아하고 지지해 줘야 한다고, 근데 나는 나를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 진짜 모르겠어.”


삶을 뒤흔드는 시련을 견뎌 낸 자만이 낼 수 있는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는 뜻이리라. 시련을 겪은 모든 사람이 아름다운 소래를 내는 것은 아닐 듯하다. 삼분의 이의 사람들은 시련을 이겨 내지 못하고 부서진다. 대부분의 경우, 시련은 인간을 녹슬게 만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 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생태학
팀 블랙번 지음, 한시아 옮김 / 김영사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생물학과 교수이자 생태학자 팀 블랙번은 책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에서 나방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한국독자들이 알길 바란다고 했다. 나는 충분히 설득당했다. 우리는 보통 어떤 대상에 대해 잘 모를 때 두려움을 느낀다. 그럴 땐 외면하면 편하다. 세상 살며 자신의 관심사에만 몰두하기도 얼마나 바쁜데.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는 나방이나 곤충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곤충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 생물학 혹은 생태학 전공자들에게 환영받을 책이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 동안 저자가 아내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나방 덫이 왜 보석상자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담았다. 나방 덫 안에 들어온 나방들을 들여다보며 연구한 것은 나방은 물론 나아가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인간과의 연관성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이 작은 생명체에 주의를 기울일 때 그들의 상호 관계, 더 넒은 생명 그물과의 연결 고리 그리고 생명에 관한 더 큰 진실이 우리 눈 앞에 조금씩 드러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또한 자연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영겁의 시간과 대륙의 작용이 얽힌 결과를 나방 덫에 들어온 나방의 종류로 알 수 있다고 했다.


나는 학창시절에 과학 중에서 물리는 싫어했고 생물은 좋아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는 뇌과학 책만 읽어왔다. 최근 최재천 교수님의 유튜브를 즐겨 보면서 생물학에 다시 관심이 생겨 이 책의 서평단에 신청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수많은 나방 이름이 나오며 주로 영국을 비롯 유럽과 대서양 건너 아메리카 대륙의 나방들 이름이다. ‘한국이란 명칭이 들어간 나방이 런던에서도 발견되어 언급되기도 했다.


책에 실린 나방 사진들을 보니 난 정말 나방 무식자였다. 나방의 이름이고 모습이고 죄다 처음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생물이 얼마나 일천한가 말이다. 나방 이름 하나 안다고 해서 뭐 그리 당신 삶에 영향이 있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꿀벌 수의 감소로 식물의 수분이 어려워지고 이것이 인류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식물의 수분을 벌이나 나비만 한다고 알고 있었다니 얼마나 한정적인 지식인가. 이 책을 읽고 나방이 수분을 해주어야만 하는 식물도 있다는 것과 이 조그맣고(, 물론 큰 나방도 있지만) 짧은 수명을 가진 생명체가 지구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나방의 생태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을 인용한다.

 

p.409

인류는 끝없는 놀라움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자연을 갉아먹고 있다. 우리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개체군, 군집, 종의 흐름을 주도하는 과정에 대한 인간의 개입은 결국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패배를 맛보게 되는 건 과연 누구일까? 답을 미리 말해주자면, 우리 인간일 것이다


p.426

나는 자연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동물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종과 같지 않다. 어떤 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종과 공통점이 많다. 우리 역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소비해야만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그리고 우리가 소비하면 다른 종은 서식지와 자원을 얻지 못하므로 우리 또한 생태계의 경쟁자다. 생태학은 소비와 경쟁의 결과를 알려준다. 자연을 돕고 싶다면, 소비하는 서식지의 면적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자연을 돕고 싶다면 무엇보다 에너지 소모를 줄여라. 소비를 줄여야 한다.


p.431

우리가 나방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건강한 환경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소비와 파괴의 순환, 그리고 현재 인류 생태계에 내재하는 모든 부당한 것이 불가피하지 않다는 점 또한 인지해야만 한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믿게 만든 이들을 뛰어넘기 위해 우리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박완서다 -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소설이 된 사람 나는 누구다
이경식 지음 / 일송북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일송북의 한국인물 500인 시리즈의 하나인 <나는 박완서다>는 이경식 작가가 박완서가 되어 쓴 글이다. 책에서 작가는 자평전이라고 표현했는데, 자신이 박완서 문학으로는 학위 논문을 쓴 단 한명이기 때문에 자부심이 있는 듯하다. 이경식 저자가 박완서가 되어 1인칭으로 서술한 이 책은 5장으로 나누었고 각 장에 박완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제목을 붙였다.


1장 나는 양반이다2장 나는 역사다 에서는 황해도 개풍에서 출생한 시점부터 시작해 서울로 이주하여 결혼하여 작가가 되었고 아들을 먼저 보낸 시점까지를 다루었다. 3장 나는 아줌마다 는 아줌마의 긍정적인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었고, 4장 나는 중산층이다 에서는 중산층을 어머니가 서울에 사대문 안에 들어가서 살려고 애를 쓰며 상것과 구분 짓던 태도에서 기인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물질적인 정도보다는 부끄러움을 아는 양심 있는 정신적 태도를 강조했다. 5장 나는 소설가다 에서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시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이야기꾼 기질이 소설가로 만들었고 자신의 인생 자체가 소설이라고 했다.


이경식 작가는 박완서의 인생과 작품 세계 전반을 다루면서 박완서 작가의 목소리로 서술하는 것에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해 작품의 일부나 다른 작가들이 박완서에 대해 쓴 책의 문구를 그대로 인용했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그의 문학 세계를 점검하고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박완서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1990년 문학평론가 정효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


제가 중산층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언제나 승복합니다. (……) 그러나 제가 중산층적 한계를 지녔다고 사람들이 매도할 때에는 좀 듣기 싫어요. 작가는 자기가 가장 잘 아는 것밖에 쓸 수 없고, 제게 있어서 소설이란 뭔가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저리고 아프면서 끓어오를 때 써지니 참 곤란하고 어렵네요. 저는 자신이 골수 중산층이라는 걸 잘 아아요. 어린 나이에 극빈에 가까운 빈곤 생활을 체험하고서도 골수 중산층이 된 것은 저를 키운 어머니에게 중산층 의식, 그 당시로 보자면 양반 의식 같은 것이 박혀 있었기 때문인가봐요. (……) 그렇기 때문에 전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비판하고 지적하는 데에 나름대로 적극적이지요. 이렇게 자인도 하고 변명도 합니다만, 저의 작업 또한 그 위치에서 얼마간의 의의가 있다고 봐주세요.


※ 양혜원의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 인용


트라우마는 살아남은 사람의 고통이다. (……) 트라우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귀를 찾으며, 그 들음을 통해서 나의 트라우마는 타인의 트라우마와 연결된다. (……) 박완서에게 전쟁 경험은 증언에 대한 의무와 그 경험을 들어줄 귀를 찾는 절박함이 뒤섞인 가운데 생에 내내 반복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 트라우마 생존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다질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그들에게는 생존의 길이 되기도 한다. 즉 내가 살아남아서 반드시 이것을 증언하겠다는 욕구가 생존의 길이 되기도 한다. 즉 내가 살아남아서 반드시 이것을 증언하겠다는 욕구가 생존의 이유가 되고, 또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경험을 증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는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좋아한다. 몇 년 전에는 작가님 작품 중에 안 읽은 것을 다 찾아 읽으려는 시도를 했는데 실패했고 다시 재개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버렸다. <나는 박완서다>의 서평단 신청글을 보자 마음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작가님의 작품을 연구한 책을 읽으니 반갑고 안 읽은 책의 제목을 보니 다시 전작 읽기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김윤식 선생의 <내가 읽은 박완서>와 양혜원 작가의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도 사들여놓고 뒷전으로 미뤄놓았었다. 이 책속에 언급된 두 책의 제목을 보니 도둑이 제발 저리 듯 뜨끔뜨끔했다. 하긴 미뤄둔 책이 어디 저 두 권뿐이랴. 서평단 신청 중단하고 책 그만 사들이고, 안 읽은 책만 읽어도 몇 년은 읽을 수 있을 만큼 쌓여있는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