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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겨운 나를 위한 철학 처방전
안광복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2월
평점 :
<사는 게 힘겨운 나를 위한 철학 처방전>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인문360’의 ‘MZ세대와 함께하는 철학 카페’에 게재한 글을 바탕으로 했다. 일상의 고민과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바탕으로 18가지를 추린 후, 4장으로 구분하여 질문에 대한 답변을 철학자의 사상에 의거하여 달았다. 철학이라고 해서 어려울까봐 겁먹지 않아도 된다. 공저자들의 쉬운 해설로 귀에 쏙쏙 들어온다.
제목처럼 내가 현재 가장 힘든 게 어떤 것인지를 먼저 떠올려본 후 목차를 보고 해당되는 장부터 읽으면 된다. 1장은 타인과의 관계, 2장은 분노와 비교, 3장은 진정한 행복, 4장은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처방전이다. 각 장의 질문을 보면 지금 내 상황과 지극히 유사한 것들이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홈페이지에 올라온 질문들 중 가장 중복되고 많은 것 위주로 했으니 말이다. 요즘처럼 마음이 무겁고 답답한 시절에 이런 책으로 조금이나마 위안 삼을 수 있으면 좋겠다.
1,2장의 질문들은 인간 관계를 잘 하고 싶은 사람들, 미래를 계획하려해도 현재 상황 때문에 암울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내용들이다. 2장의 “마음만 고쳐먹으면 성공하고 행복한 삶을 살까요?”는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비법을 묻고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이 나에게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게 했다. ‘하면 된다!’는 긍정주의 구호를 나도 모르게 외치고 살았음을 알았다. 저자는 긍정주의의 문제를 네 가지로 보았다.
첫째, 진실을 가리고 불의를 덮는다는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에서 앞의 좋은 것과 뒤의 좋은 것의 의미가 다름에도 등치시키기 때문이다. 불의를 보고 덮어서도 안 되며 불화가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상태를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두 번째는 긍정주의가 우리를 의미없이 소진시킨다는 것이다. 각종 자기계발서에서 성공 비결을 긍정적인 마음, 빈틈없는 시간관리 및 인맥관리라고 강조하기 때문에 졸리거나 배고프거나 지루한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오직 앞만 보고 달리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번아웃, 우울증, 불안 외로움 뿐이다. 세 번째 문제는 긍정주의는 자발성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한 스펙 쌓기 경쟁은 남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지만 자신에게 스스로 강요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자발성과는 거리가 멀다. 네 번째 문제로는 긍정주의가 우리의 뒤통수를 친다는 것이다. 긍정성이 객관적 실재가 아닌데도 어떤 실체가 있는 것처럼 가장하므로 논리적 오류를 이용한다. 예컨대 긍정적인 감정을 품고 살면 스트레스가 적어지고, 결과적으로 면역체계가 강화되어 암도 치유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므로 ‘하면 된다!’ 대신 ‘무엇을 어떻게 할까?’로 바꾸어야 한다. 단순히 긍정한다고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 꿈과 현실을 냉철히 자각한 후 그 차이를 분석해야 한다. 책의 한 챕터에 실린 내용으로 설득이 부족하다면 “목마른 당신을 위한 인생 비타민”이라는 코너를 두어 추가로 읽을 책을 추천하고 있다. 이 챕터에서는 <긍정의 배신>, <걱정 많은 사람들이 잘되는 이유>, <나는 긍정심리학을 긍정할 수 없다>를 추천했다.
3장은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4장은 세상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이들이 꼭 읽어보면 좋을 내용이다. 3장의 “돈 많이 벌고, 비싼 집에서 사는 게 인생의 전부일까요?”는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질문이다. 열심히 일하고 돈 버는 것이 인생 목표라 여기고 달려온 사람이 어느날 문득 멈춰 서서 ‘과연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것인가?’ 싶을 때가 올 것이다.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챕터를 펼쳐 보라.
여기에서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으로 답변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궁핍함으로든 무료함으로든 고통스러운 그 무엇’이라고. 궁핍함이 싫기에 부를 추구하지만 부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그래서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고통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삶이 어떠한 이유로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분명히 말할 수 없으며, 삶이 의지의 맹목적인 움직임일 뿐이다. 그럼 이 맹목적인 힘에 의해 달라지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쇼펜하우어는 동고(同苦,Mitleid)를 말했다. 우리 의도와 상관없이 일이 벌어지게 되어있는 삶의 맹목성을 인정하면 다른 사람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고통의 바다를 함께 건너야 할 동료로 보게 되는 것이다. 타인이 이 고해를 헤쳐 나가느라 나만큼이나 힘든 또 한 명임을 알게 되면, 우리에겐 설명할 수 없는 연대감이 생긴다. 인간은 연대감을 느낄 때 행복한 존재이다. ‘살아가는 것은 곧 죽어가는 것’이라는 슬프지만 엄정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이 죽어가는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그 의미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나가는 것, 그것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행복 중 가장 지속적인 행복이다.
이 챕터에서 가장 공감한 문장이 ‘인간은 연대감을 느낄 때 행복한 존재’ 라는 것이다. 이번 12.3 계엄 사태 때와 소위 ‘남태령 대첩’이라 명명한 그 때에 현장에 달려갔던 사람들과 가지 못해도 힘을 보탰던 사람들의 행동을 가히 ‘연대의 힘’이라 부를 만하다. 그 연대가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지 않았나. 목숨을 내놓다시피했던 이들을 포함해 당시에 동참했던 모든 이들은 행복감을 느꼈을 게 분명하다. 그들 중 대다수는 분명 부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연대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위 리뷰는 출파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