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완서다 -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소설이 된 사람 나는 누구다
이경식 지음 / 일송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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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일송북의 한국인물 500인 시리즈의 하나인 <나는 박완서다>는 이경식 작가가 박완서가 되어 쓴 글이다. 책에서 작가는 자평전이라고 표현했는데, 자신이 박완서 문학으로는 학위 논문을 쓴 단 한명이기 때문에 자부심이 있는 듯하다. 이경식 저자가 박완서가 되어 1인칭으로 서술한 이 책은 5장으로 나누었고 각 장에 박완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제목을 붙였다.


1장 나는 양반이다2장 나는 역사다 에서는 황해도 개풍에서 출생한 시점부터 시작해 서울로 이주하여 결혼하여 작가가 되었고 아들을 먼저 보낸 시점까지를 다루었다. 3장 나는 아줌마다 는 아줌마의 긍정적인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었고, 4장 나는 중산층이다 에서는 중산층을 어머니가 서울에 사대문 안에 들어가서 살려고 애를 쓰며 상것과 구분 짓던 태도에서 기인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물질적인 정도보다는 부끄러움을 아는 양심 있는 정신적 태도를 강조했다. 5장 나는 소설가다 에서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시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이야기꾼 기질이 소설가로 만들었고 자신의 인생 자체가 소설이라고 했다.


이경식 작가는 박완서의 인생과 작품 세계 전반을 다루면서 박완서 작가의 목소리로 서술하는 것에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해 작품의 일부나 다른 작가들이 박완서에 대해 쓴 책의 문구를 그대로 인용했다. 박완서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그의 문학 세계를 점검하고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박완서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1990년 문학평론가 정효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


제가 중산층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에는 언제나 승복합니다. (……) 그러나 제가 중산층적 한계를 지녔다고 사람들이 매도할 때에는 좀 듣기 싫어요. 작가는 자기가 가장 잘 아는 것밖에 쓸 수 없고, 제게 있어서 소설이란 뭔가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저리고 아프면서 끓어오를 때 써지니 참 곤란하고 어렵네요. 저는 자신이 골수 중산층이라는 걸 잘 아아요. 어린 나이에 극빈에 가까운 빈곤 생활을 체험하고서도 골수 중산층이 된 것은 저를 키운 어머니에게 중산층 의식, 그 당시로 보자면 양반 의식 같은 것이 박혀 있었기 때문인가봐요. (……) 그렇기 때문에 전 중산층의 허위의식을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을 비판하고 지적하는 데에 나름대로 적극적이지요. 이렇게 자인도 하고 변명도 합니다만, 저의 작업 또한 그 위치에서 얼마간의 의의가 있다고 봐주세요.


※ 양혜원의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 인용


트라우마는 살아남은 사람의 고통이다. (……) 트라우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귀를 찾으며, 그 들음을 통해서 나의 트라우마는 타인의 트라우마와 연결된다. (……) 박완서에게 전쟁 경험은 증언에 대한 의무와 그 경험을 들어줄 귀를 찾는 절박함이 뒤섞인 가운데 생에 내내 반복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 트라우마 생존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다질 뿐만 아니라,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그들에게는 생존의 길이 되기도 한다. 즉 내가 살아남아서 반드시 이것을 증언하겠다는 욕구가 생존의 길이 되기도 한다. 즉 내가 살아남아서 반드시 이것을 증언하겠다는 욕구가 생존의 이유가 되고, 또한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경험을 증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는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좋아한다. 몇 년 전에는 작가님 작품 중에 안 읽은 것을 다 찾아 읽으려는 시도를 했는데 실패했고 다시 재개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버렸다. <나는 박완서다>의 서평단 신청글을 보자 마음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작가님의 작품을 연구한 책을 읽으니 반갑고 안 읽은 책의 제목을 보니 다시 전작 읽기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김윤식 선생의 <내가 읽은 박완서>와 양혜원 작가의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도 사들여놓고 뒷전으로 미뤄놓았었다. 이 책속에 언급된 두 책의 제목을 보니 도둑이 제발 저리 듯 뜨끔뜨끔했다. 하긴 미뤄둔 책이 어디 저 두 권뿐이랴. 서평단 신청 중단하고 책 그만 사들이고, 안 읽은 책만 읽어도 몇 년은 읽을 수 있을 만큼 쌓여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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