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 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생태학
팀 블랙번 지음, 한시아 옮김 / 김영사 / 2024년 12월
평점 :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생물학과 교수이자 생태학자 ‘팀 블랙번’은 책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에서 나방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한국독자들이 알길 바란다고 했다. 나는 충분히 설득당했다. 우리는 보통 어떤 대상에 대해 잘 모를 때 두려움을 느낀다. 그럴 땐 외면하면 편하다. 세상 살며 자신의 관심사에만 몰두하기도 얼마나 바쁜데.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는 나방이나 곤충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곤충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 생물학 혹은 생태학 전공자들에게 환영받을 책이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 동안 저자가 아내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나방 덫이 왜 보석상자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담았다. 나방 덫 안에 들어온 나방들을 들여다보며 연구한 것은 나방은 물론 나아가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인간과의 연관성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이 작은 생명체에 주의를 기울일 때 그들의 상호 관계, 더 넒은 생명 그물과의 연결 고리 그리고 생명에 관한 더 큰 진실이 우리 눈 앞에 조금씩 드러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또한 자연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영겁의 시간과 대륙의 작용이 얽힌 결과를 나방 덫에 들어온 나방의 종류로 알 수 있다고 했다.
나는 학창시절에 과학 중에서 물리는 싫어했고 생물은 좋아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는 뇌과학 책만 읽어왔다. 최근 최재천 교수님의 유튜브를 즐겨 보면서 생물학에 다시 관심이 생겨 이 책의 서평단에 신청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수많은 나방 이름이 나오며 주로 영국을 비롯 유럽과 대서양 건너 아메리카 대륙의 나방들 이름이다. ‘한국’이란 명칭이 들어간 나방이 런던에서도 발견되어 언급되기도 했다.
책에 실린 나방 사진들을 보니 난 정말 나방 무식자였다. 나방의 이름이고 모습이고 죄다 처음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생물이 얼마나 일천한가 말이다. 나방 이름 하나 안다고 해서 뭐 그리 당신 삶에 영향이 있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꿀벌 수의 감소로 식물의 수분이 어려워지고 이것이 인류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식물의 수분을 벌이나 나비만 한다고 알고 있었다니 얼마나 한정적인 지식인가. 이 책을 읽고 나방이 수분을 해주어야만 하는 식물도 있다는 것과 이 조그맣고(아, 물론 큰 나방도 있지만) 짧은 수명을 가진 생명체가 지구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나방의 생태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을 인용한다.
p.409
인류는 끝없는 놀라움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자연을 갉아먹고 있다. 우리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개체군, 군집, 종의 흐름을 주도하는 과정에 대한 인간의 개입은 결국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패배를 맛보게 되는 건 과연 누구일까? 답을 미리 말해주자면, 우리 인간일 것이다.
p.426
나는 자연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동물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종과 같지 않다. 어떤 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종과 공통점이 많다. 우리 역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소비해야만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그리고 우리가 소비하면 다른 종은 서식지와 자원을 얻지 못하므로 우리 또한 생태계의 경쟁자다. 생태학은 소비와 경쟁의 결과를 알려준다. 자연을 돕고 싶다면, 소비하는 서식지의 면적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자연을 돕고 싶다면 무엇보다 에너지 소모를 줄여라. 소비를 줄여야 한다.
p.431
우리가 나방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건강한 환경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소비와 파괴의 순환, 그리고 현재 인류 생태계에 내재하는 모든 부당한 것이 불가피하지 않다는 점 또한 인지해야만 한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믿게 만든 이들을 뛰어넘기 위해 우리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