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책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세상을 보지만 세상을 알지는 못해.

현실은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거든."

☞ 종군기자로 전 세계를 누비며 세상을 보고 사람들을 만난 헨리가 에디에게 했던 말을 에디가 샘에게 그대로 들려준다. 이 문장은 독자들에게, 헨리가 코마상태에서 생각하고 표현하는(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것에 대해 의심없이 공감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독일 작가 '니나 게오르게'의 소설 <종이 약국> 이후 두번째로 <꿈의 책> 을 만났다. 쌤앤파커스 출판사 서평단으로 받아서 읽게 되었다. <종이 약국>도 책과 사랑, 죽음으로 잘 짜여진 소설이었는데 이번 책도 그랬다. 다른 점은 <꿈의 책>이 더 슬프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안타깝다...

 

이 책도 주인공들이 책과 연결되어 있고 사랑이 중심축이며 죽음에 대해서는 더 깊숙히 천착한다.

주인공 헨리는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사고를 당한다. 태어나는 것도 보지 못했던 13살된 아들에게서 만나자는 메일을 받고 가는 길. 템즈강을 지나다가 유람선에서 떨어지는 소녀 매들린을 구해서 나오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코마상태에 빠지게 된다.

소설은 사고 후, 헨리와 그의 아들 샘, 헨리의 연인이었던 에디, 이 셋의 시점으로 서술된다. 작가는 서술어를 모두 현재진행형으로 썼다. 과거 회상도, 헨리의 꿈 혹은 무의식도 모두 현재형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독자들이 지금! 직접!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헨리는 코마상태로, 아무런 생체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음향과 목소리, 음악을 색깔로 보고 다른 사람의 드러내지 않는 감정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가진 샘은 멘사회원이다. 에디는 출판사 사장으로 작가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꼼짝않고 누워 있는 헨리의 병실에 매일 찾아가는 샘과 에디(참고로 둘은 모자관계가 아니다)는 헨리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샘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아빠와 부자간의 정을 나누고 싶고, 에디는 2년 전 무정하게 떠나버린 헨리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목이 꿈의 책이라서일까. 그들이 기억하는 과거는 마치 꿈을 꾸는듯 하다. 하나의 사건이 다른 과정으로 진행되더니 결과가 달라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미래까지 펼쳐지면서 꿈꾸듯 과거와 미래를 자유자재로 오고간다. 우리가 후회할 때 흔히 가정법을 생각하듯. 만약에 이랬다면 어땠을까?하며 다른 결과들이 보여지기도 한다. 코마상태인 헨리의 꿈 속에서 더욱 그렇다.

헨리가 꼭 깨어나주길 바라는 샘과 에디처럼 독자도 점점 같은 마음이 된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얼른 헨리가 깨어나고 해피엔딩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p.296

                 

내 아들이 나를 보고 싶어 한다.

어서 달려가고 싶다!

오늘 내 아들을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것이다.

p.377

나는 잠을 잔다. 그렇다. 확실하다. 나는 곧 깨어난다.

깨어난다. 나는 그저 깨어나기만 하면 된다.

갑자기 향긋한 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브르타뉴 해변의 온화한 여름 저녁의 냄새가 난다.

 

 

저렇게 깨어나고 싶어 했던 헨리였는데...

이 책은 사랑하면 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아들과 함께하고 싶었고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고 싶지 않았으면서 생각과 다른 행동을 했던 헨리가 코마 상태에서 얼마나 후회하는가를 보여준다. 한편 의학적으로 코마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게 다가 아님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p.439

누군가가 코마상태에서 꿈을 꿀 수 없고 주위를 전혀 지각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걸까요? 그게 꿈도 현실도 아니라면, 돌아온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뭘까요?

 

샘은 아빠가 분명 자신을 보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저렇게 말한다. 그리고 헨리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삶과 죽음 사이에는 우리가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맨 처음에 인용한 문구처럼 우리가 이 세상을 보고 있어도 다 알지 못하는 것은, 복잡하고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게 다가 아님을 이 소설은 말해주고 있다. 작가는 코마상태에 빠진 주인공과 주위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현실인지 꿈인지 잠시 헷갈리게 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내가 살아 있다고 느끼려면 사랑을 놓지 말자! 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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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목격자 -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전기
앙투아네트 메이 지음, 손희경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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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종군기자라는 단어는 내게 직업으로 다가오기보다 왠지 모르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시쳇말로 있어 보인다고나 할까. 마냥 멋지게 들린다는 뜻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 맥락없는 느낌의 근거는 어디서 온걸까 생각해봤더니 헤밍웨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것도 참 근거없긴 매한가지인 것이, 그저 내가 아는 종군기자가 달랑 헤밍웨이 한명뿐이라 그런것이란 생각이 드니 좀 부끄럽긴 하다. 그런데 한국정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라는 이름을 봤을 땐 깜짝 놀랐다. 아니, 한국전쟁에 여자 종군기자가 왔었다고? 1950년에 여자가 종군기자로 올 수 있었다는 것에 놀랐지만,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한 번 더 놀랐다. 무슨 영화배우인줄 알았다. ‘, 책 표지를 옛날 영화에서 가져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마거리트 히긴스본인의 사진이었다. 저런 얼굴로 그런 험한 일을 했다고?

 

 

 

과연 마거리트 히긴스의 전기 <전쟁의 목격자>를 읽어보니 그녀는 내 선입견과 유사한 사람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고 살았다. 그 시선 안에는 부러움과 질투, 관심과 유혹이 공존했다. 그런 시선을 받을 만큼 그녀는 충분히 빼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고 그에 더해 지성도 겸비하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은 기필코 얻어내고야마는 집념도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세기 전에 태어난 그녀는 시대를 앞서가는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이었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었다. 이 책은 작가 앙투아네트 메이가 쓴 그녀의 전기이다. 70여 년 전에 한국전쟁에 종군기자로 참전했다는 이력보다 책표지의 외모에 끌릴 수밖에 없는 이 외모지상주의적 시각을 탓하며 표지를 넘겼다.

 

 

마거리트 히긴스는 아일랜드계 미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192093일에 태어났다. 아버지는 1차 대전에 참전한 군인이었고 어머니와 파리의 공습대피소에서 만났다는 것이 그녀의 운명의 시작이었던 게 아닐까싶다. 그녀는 홍콩에서 태어났는데 이미 생후 6개월부터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 역시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될 두 번째 전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부모가 미국 오클랜드의 섀벗코트라는 곳에 정착했고 마거리트는 그 동네에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시기어린 눈총을 받았다. UCLA와 컬럼비아 대학에서 수학 후 뉴욕 헤럴드 트리뷴에서 기자로 입사하게 될 때까지 닥쳤던 여러 난관들을 그녀는 깔끔하게 클리어했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일등공신은 그녀의 외모와 직진하는 그녀의 성격 덕분이었다.

UCLA의 동문 버딘 프랭클의 증언을 보면 그녀의 매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p.58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매기(마거리트의 애칭)는 늘 리더였는데 부드럽고 조용한 방식으로 권력을 손에 쥐었어요.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언제 끝낼지 결정하는 것은 그녀였어요. 대체로 매기가 매력을 발산하면 사람들은 그게 자기에게도 유리하거나 심지어 원래 자기 아이디어였다고 확신했어요. 매기에게는 귀엽고 어린애 같은 면이 있었는데 그게 정말이지 대단히 유혹적이었어요. 1950년대 후반에 브리지트 바르도가 무척 인기 있었을 때, 난 대학 시절의 매기 생각이 자주 났어요.”

 

 

또한 그녀의 추진력은 컬럼비아대학의 저널리즘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하게 되는 과정을 무용담처럼 말했던 칼 애커먼 학장의 입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대학원의 여성정원이 모두 찼다고 규정을 아무리 설명해도 끈질기게 학장에게 요구했고, 그는 결국 여성학생처장을 설득하면 수락하겠다고 하자 기어코 그것까지 받아내고야 말았다. 그러나 나흘 안에 추천서 다섯 통을 첨부한 고등학교와 대학교 성적표를 제출하라고 했다. 40년대에 서부에서 동부까지 그 서류들을 어떻게 다 보낸단 말인가? 그녀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항공우편으로 받아냈고 학비까지 도움을 받았다. 이처럼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끝내 이루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그 후 마거리트는 트리뷴에서 기자 생활을 하며 전 세계의 전장을 누비게 된다. 2차대전 당시 독일에서 전쟁의 참상과 인간의 폭력성을 목도하고 자신의 정치철학을 구체화하고 발전시켜나갔다. 그러나 군인도 종군기자도 남자뿐인 전장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p. 130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마거리트는 종종 외로웠다. 그녀의 빼어난 외모는 때로 골칫거리가 되기도 했다. 여러 파티에서 모욕적인 희롱을 당한 그녀는 자신이 다른 남성기자들끼리 공유하고 있는 동지애에서 배제돼 있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놀랐다. 재능과 용기를 갖춘 여성은 남성 기자들이 보기에 기자로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남성성에 대한 도전이었다. 예쁘장한 금발 미녀의 외양 뒤에 지칠 줄 모르는 경쟁자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면 그들은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난처해했다.

 

 

다음은 <라이프>지의 칼 마이댄스의 평가다.

 

p.254

남성저널리스트들은 언제나 서로를 비판했어요. 보도에서 부정직하거나 게으르거나 어쩌면 알코올의존증일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기자가 여러 사람과 자고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혹평을 받는 일은 결코 없었습니다. 매기를 향해서는 끊임없이 퍼부어졌던 비난이지요. 남자에 대해 의견을 나눌 때는 고려할 만한 가치조차 없던 문제가 여성을 묘사할 때는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남자들은 보도를 자기들만의 특권적인 영역으로 여겼습니다. 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영지인 전쟁에 침범한 여성이 남자와 동등한 재능을 갖추었고 때로 더욱 용감하다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하면, 그건 품위있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죠. 예전 도쿄에서 있었던 칵테일파티에서 매기는 매혹적이고 여성스러웠으며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전선에서 그녀는 전적으로 일에만 몰두했어요. 그녀는 체제, 그러니까 군대라는 남성들의 세계와 전투를 치러야 했던 직업 무대에서는 아주 냉철했습니다. 남자였다면 존경받았을 경쟁심과 결단력 같은 바로 그 자질 때문에 남자들은 매기를 괘씸하게 생각했어요. 그들은 매기의 도덕관념을 공격함으로써 자신들이 느끼는 괘씸한 마음을 표출했죠.

 

 

마거리트는 종군기자로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내놓고 일해야 했고 한편 여성으로서 남성과 총성없는 전쟁을 벌여야 했다. 그런데 그녀는 여성이기에 치러야만 했던 이 이중고에 대해 그리 불만스러워하진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저자의 시각이 그러해서인지는 모르겠는데, 자신의 상황에 대해 투덜거리기보다는 자기 앞에 주어진 덤불을 하나하나 헤치며 앞으로 그저 앞으로 나아갔던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폴란드 러시아등 유럽 각지를 누비며 <트리뷴>의 베를린 지국장으로 근무하던 그녀는 19504월 도쿄에 도착한다. 그녀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한국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한국은 여자가 갈 곳이 아니라며 만류했지만 그의 동료 키스 비치그녀라면 괜찮아.”라고 말했다. 이제 그녀는 인정받는 종군기자가 되어 있었으며 한국전쟁 최초의 여성종군기자가 되었다. 한국전쟁에서 그녀는 일반 병사들과 같이 잠들었고 몇 주간 씻지도 못하고 같은 옷을 그대로 입은 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전장을 누볐으며 맥아더 장군이 지휘한 인천상륙작전에도 함께 했다. 한국의 상황을 그녀는 이렇게 표현했다.

 

p.204

궁극적으로 공산주의 한국과 자유 한국 사이의 경계선이 되어 버린 위도 38도는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이 위도선은 일본 전쟁 포로들을 나누는 문제에서 해결점을 찾으려는 미국과 러시아가 임의대로 선택한 것이다. 합의에 따르면 위도선 위쪽에서 항복한 모든 일본인은 소련의 포로가 되고, 위도선 아래쪽에서 항복한 일본인은 미국의 전쟁포로수용소로 가게 되었다. 연립 정부 수립이 불가능하다는 게 러시아와 미국 양쪽 모두에게 분명해졌을 때, 이 위도선은 총과 철조망이 빼곡한 영구적인 장벽으로 변했다.

 

 

당시에 이미 그녀는 객관적 상황을 토대로 이런 시각을 표현했는데 우리는 오랜 시간 장막에 가려져있다시피 했고 한국전쟁 발발에 관한 팩트를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학교에선 물론 반공교육을 받았으며 사회전반에 가득 찬 반공이데올로기는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전쟁이라는 정설을 의심할 여지없이 살아왔다. 물론 아직까지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도 많으며 학교교육현장에서도 특별히 바뀌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설득력 있는 칼럼을 썼던 마거리트는 해외 취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51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퓰리처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 가능하지만 그녀의 저널리즘에 대한 긍정적 평가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글이다.

 

p.290

한국의 정치 행위를 바라보는 매기의 견해는 그 솔직함, 우리 다수가 강하게 느끼면서도 잘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단순한 표현, 전장의 비극과 거기에 밀접히 관계된 사람들의 행태에서 관찰되는 희극사이를 오가는 완급 조절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 그녀의 글은 짧은 문장에서도 상황을 풍부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질 듯하다. 전투중인 병사들에 관해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도 그녀는 풍자를 잊지 않고, 관찰한 것들은 오래도록 기억되고 널리 인용될 만한 진실한 울림을 담고 있다.”

육군성의 정치역사학자 S,L.A. 마셜의 평가다.

 

그녀에 대해 다르게 평가한 종군기자도 있다.

그녀의 에너지와 무모함은 다른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했죠.”

그러나 마거리트는 자신의 행동이 무모하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총에 맞을까봐 걱정해서는 결코 기사를 따낼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는 막무가내로 보일지 몰라도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몸 사리지 않고 다른 누구보다 맨 앞에 서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생애를 읽으면서 놀랍고 존경스런 마음이 솟아오르는 한편 안쓰러운 마음도 절로 들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서... 그러나 그녀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듯하다. 마거리트는 자신의 외모적 매력을 십분 활용했으며 그에 더해 일적인 능력도 최대치를 끌어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을 거의 모두 사용해서였을까? 그녀는 너무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와 결혼도 하고 남매를 낳고, 각계 유명 인사들과 인터뷰도 하며 인기 칼럼니스트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베트남에 다녀온 후 희귀한 열대성 질환으로 196613일에 사망하고 말았다.

 

마거리트는 죽음의 손길에서 여러 번 비껴간 자신의 생을 돌아보며 자신과 함께했던 행운에 대해 1955년 자서전 <뉴스는 둘도 없는 것>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p.286

모든 것을 잃어버렸고 주위를 둘러싼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시기에 살아남는 경이를 전달 할 수 없다. 운명, 숙명, 천명... 무엇이라 하든, 나는 한국에서 내게 할당된 몫 이상을 받았다. 그리고 아마 내가 전쟁에서 집으로 돌아온 직후에 자주 행운이 따르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외조부가 베트남에서 얻은 열대성 열병으로 사망했고, 그녀가 생후 6개월만에 여행을 갔던 곳도 베트남이었으며, 그녀의 마지막 취재지와 열대성 질환을 얻어온 곳 역시 베트남이었다. 이거야말로 운명인건지, 신기한 반복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한국전 종군기자로서 마거리트 히긴스의 활약상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그러나 전기이다보니 한국전쟁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지 않는 게 당연했고 오히려 그녀의 전 생애에 대해 알게 되었다. 외모때문에 능력이 가려지는, 그렇고 그런 뻔한 여성으로 사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하나의 몸으로 두 개의 전장에서 활약했던 마거리트 히긴스의 생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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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 삶, 용기 그리고 밀림에서 내가 배운 것들
율리아네 쾨프케 지음, 김효정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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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행기가 추락해 밀림에 떨어졌다.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졌으나 비행기 잔해는 흩어져 찾을 수 없고 단 한명의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11일 후 탑승객 중 한명이었던 열일곱살 소녀만 혼자 살아 돌아온다


여기까지만 보면 재난영화의 시놉시스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상황!

1971년 크리스마스이브, 페루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거의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이 사고에 대해 처음 듣는다면 영화 같은 일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도저히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사람들은 저런 사고보다 더 기막힌 사고들을 많이 봐왔기에 놀라움의 강도가 떨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 비행기 추락사고에서는 기적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생존자가 있었다. ‘율리아네 쾨프케’라는 소녀였다.


 

<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는 그녀가 사고 발생 40주년을 맞아 2011년에 펴낸 책을 흐름출판에서 번역 출간한 것이다. 직접 겪은 사건이니만큼 그녀의 생생한 상황 묘사와 큰 사건을 이겨낸 의지와 용기, 그리고 부모님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이 책이 만약 이런 면만 부각되었다면 단순한 수기에 그쳤을 것이나 그에 못지않게 독자에게 던져주는 문제의식이 만만치 않다.


 

50년이나 지난 사건을 상기시켜 가닿은 이 책의 세계관은 언론문제와 환경문제이다. 재난사건의 생존자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와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이 작금의 우리 현실과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환경문제는 주된 의제로 다뤄지지조차 않는 지구와 생명에 대한 근본적 질문도 던지는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이 단순히 역경과 고난을 극복한 인간승리에만 초점을 맞춰 자기계발서류의 독서용으로 다뤄지지 않길 바란다.

 

 

그럼 사고 당시 상황으로 들어가보자.

사람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비행기에서 추락해 살아난 것도 신기한데 대체 밀림에서 소녀 혼자 어떻게 버텼단 말인가?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율리아네 부모님이 동물생태학자였고, 페루의 다우림(‘정글’이라는 단어를 이 책에서는 ‘다우림’으로 표기)에서 연구를 했고, 그녀가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무슨 로빈슨 크루소처럼 과일 따먹고 사냥하고 뗏목 만들어 강을 건너고 그랬던 건 아니다.

당시 그곳은 우기라 먹을 수 있는 과일이 없었고 먹을 거라곤 비행기에서 추락할 때 있었던 사탕 몇 개가 전부였다. 재규어나 악어의 위협을 견뎌야했고, 오만가지 종류의 벌레들이 공격해 와서 밤에는 잠들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낮엔 강 속에 들어가 헤엄쳐(아니 둥둥 떠서 이동하는 것에 가까운) 이동하고 밤엔 뭍으로 나와 눈을 붙였다. 강 하류쪽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건 아빠가 알려준 지침 덕분이었다.


"밀림 속에서 길을 잃으면 흐르는 물을 찾아서 따라가야 해. 그러면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나올거야.."


배고픔과 맹수, 벌레의 공격도 힘들었만 팔에 생긴 구더기가 계속 번식하고 살을 파고 들어가는 고통도 힘들었다. 키우던 개의 다리에 생겼던 동일한 일을 떠올려 등유를 부으면 구더기들이 빠져나온다는 게 생각났지만 석유를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그런데 10일째 되던 날, 기적처럼 빈 배와 오두막을 발견하게 된다. 그 곳에 들어가 구더기들을 꺼낼 수 있게 되었다.


p.161

힘이 없어서 통 뚜껑을 돌려 열기까지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통 옆에서 발견한 작은 호스 토막으로 가솔린을 빨아들여 상처에 똑똑 떨어뜨렸다. 처음에는 팔 속의 구더기들이 아래쪽으로 달아나려고 살을 더 깊이 파먹는지 죽을 듯이 아팠다. 하지만 결국에는 표면으로 올라왔다. 펼친 반지로 상처에서 서른 마리 정도의 구더기를 꺼내고 나서 나는 기진맥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절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지만 당장은 내가 해낸 일이 무척이나 뿌듯했다.

 


기적적으로 생환한 후 전 세계 언론은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 했고 일상생활을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로 율리아네를 끈질기게 쫓아다녀 학교도 제대로 다니기 힘들었다. 그녀는 페루에서 대입시험을 치고 싶었으나 아빠가 독일로 보내게 된 결정적 사건이 결국 일어났다. 친구의 권유로 수영장에 갔다가 나오는 순간 들이닥친 기자들과 원치 않는 인터뷰를 당했던 것이 저녁 뉴스에 방송되어 아빠가 보게 된다. 자신의 딸이 비키니 차림으로 그네에 앉아 카메라를 향해 미소지으며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온 세상에 떠벌리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너는 네 엄마를 그런 식으로 애도하는구나.”

라는 아빠의 한마디는 아무런 항변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사실 그녀는 엄마와 같이 탄 비행기에서 혼자만 살아돌아온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아빠와 계속 서먹한 관계였다. 게다가 아빠가 타지 말라고 했던 항공사 비행기를 탄 것도 자신 탓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페루를 떠나기 싫었다. 부모님이 독일인이어도 자신의 고향은 페루였고, 또 밀림 팡구아나였다. 결과론적으로 독일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되었고 아빠의 권유로 박쥐를 연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쓰려고 마음 먹으면서 고향 같은 그 곳, 팡구아나로 돌아가게 된다. 자신이 동물학자로 성장하게 된 것도, 일반적인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 것도 모두 부모님의 지대한 영향 덕분이었다. 특히 그녀의 아빠가 2차대전 후 독일에서 대서양을 건너 남미까지 가게 된 여정은 인간승리의 표본을 보여준다. 페루의 한 자연사박물관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2년 반 만에 그곳에 도착한 것이었으니 얼마나 죽을 고비를 넘긴 여정이었겠는가. 그 때의 이야기해주면서 아빠는 율리아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뭔가를 이루겠다고 정말로 굳게 결심하면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어.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돼. 율리아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의 모든 발걸음은 부모님의 유산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긴 과정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

율리아네는 독일에서 대학을 마친 후 아빠가 계신 페루의 팡구아나에서 나비에 관한 연구로 논문도 쓰고 실질적으로 동물학자로서의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드디어 부모님의 뒤를 잇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그녀에겐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p.318

사고 후 내가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운 것은 바로 이 밀림, 이 숲의 은밀한 영혼이다. 그것은 1년 반에 걸친 연구 과제를 진행중인 지금에야 내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야 나는 추락 사고후 비가 쏟아지는 밀림에서 절망에 빠진 채 한없이 외로운 밤을 보내던 시간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당시에 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내 삶을 자연과 인간을 섬기는 의미 있는 대의에 바치겠다고 결심했다. 이제 성인이 되어 연구기지에 돌아와 부모님 없이 내 스스로 부여한 연구 과제를 완수하자. 갑자기 모든 것이 뚜렷해졌다. 나의 임무에는 이름이 있다. 바로 팡구아나라는 이름이다.



밀림지역이 없는 곳에 사는 우리는 열대우림의 황폐화와 지구온난화의 상관관계 같은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환경교과서에나 나올 정도로 치부하며 관심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분명 지구 생태는 변하고 있고, 같은 장소를 두고도 개발하려는 이와 보존하려는 이가 공존한다. 기적과 같은 삶을 살게 된 이 책의 주인공이 전하는 남미 어딘가의 생태이야기가 과연 우리와 별 상관없는 이야기기일까 한번 곱씹어보아야 할 것이다.

그녀의 삶을 소재로 미디어에서 다루는 제목들도 밀림을 녹색지옥으로 표현했다. 그녀는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마뜩찮다. 그곳은 녹색지옥이 아니라 인간이 감히 다 알 수 없는 다종다양한 생명체들이 온존하는 곳이며 우리는 그것에 대해 반의 반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가 그곳을 지키려는 소명의식을 가지게 된 데는 부모님과 비행기 추락사건이 큰 영향을 끼쳤지만, 독일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크’도 한 몫했다. 그녀에게 그 사건과 팡구아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고 연락이 왔고 고심 끝에 그녀는 결정했다. 그래서 이 책도 나오게 된 것이다.

이 책은 2011년 율리아네가 56세가 되었을 때, 아버지의 혼이 살아 숨쉬고 있는 팡구아나를 남편과 방문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1971년, 사건 현장으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또다시 사고 후로, 시점이 순차적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현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과거 겪어내야 했던 힘겨운 시간들이 순간 이동하지만 읽어내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다. 마지막에 이르러 그녀는 자신의 고향이라 부르는 팡구아나를 지키는 일을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모든 것은 이 밀림에서 시작됐다. 생사를 건 기나긴 여정 중에 나는 만물과 완전히 새로운 관계를 맺었다. 어떤 것도, 어떤 생명도 그냥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때 이후로 나는 매일을 마지막 날처럼 살고 있다."

 


 

비행기 추락사건의 단 한명의 생존자라는 선정적 소개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차원의 사고로 이끌어주었다. 특히 그 사건을 보도하고 파파라치처럼 그녀의 뒤를 쫓는 미디어의 태도는 지금이나 50년 전이나 비슷하구나 싶었다.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질 낮은 기사, 왜곡을 넘어 거짓 기사를 토사물처럼 뱉아내는 언론들을 보니 그런 것은 미디어의 더러운 본성인가 싶기도 했다. 우리나라 기레기들처럼 말이다. 언론 뿐아니라 일반인들도 그녀를 못살게 굴었다. 세계 도처에서 답지하는 편지들 중 그녀를 응원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가당찮은 음로론부터 비난과 혐오까지. 사람이 사람에게, 그것도 험한 일 겪은 소녀에게 그렇게 가혹한 손가락질을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싶었다. 이 부분에서는 한국의 일베집단이 떠올랐다. 아니 일베까지 갈 것도 없이 검찰의 받아쓰기만을 하는 언론의 말을 진실로 믿고 일가족을 난도질하는데에 가담하는 사람들과 뭐가 다를까.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고 동물학자가 된 율리아네 쾨프케의 용기있는 삶에 경외를 표한다. 팡구아나를 지키려고 하는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다우림까지는 아니어도 우리나라의 환경과 생태를 지키는 누군가의 행보를 따라 어떤 방식으로든 동참할 것을 다짐해 본다. 이 책을 읽은 이들에게, 혹은 그녀의 삶을 알게된 이들에게, 그녀의 발걸음이 다른 걸음걸음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한다.


 


** 이 글은 네이버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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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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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은 모든 부부에게 계속되는 숙제이다."

 

사랑해서, 헤어지기 싫으니까, 각자의 집이 아닌 같은 집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우리는, 결혼을 한다.


아주 다른 방식으로 살던 남녀가 한 집에서 살게 되면 부딪칠 일은 너무나 많다. 죽을만큼 사랑한대놓고 말이다. 행복하고 싶어서 결혼을 했으니 결혼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잘 싸우고 잘 타협해야 한다는 게 최변의 조언이다. 그래서 둘에게 맞는, 잘 지킬수 있는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결혼은, 이런 규칙을 하나하나 만들어서 지키기도 어기기도 하며 다시 조정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요즘 젊은 부부들중 어느 정도는 그렇게 살고 있겠지만 예전 우리 부모세대는 그러질 못했다. 책에 자주 등장하는 황혼이혼 사례들이 대부분 그러했다. 먹고 사느라 바빴고, 힘들어서 그랬고, 그걸 알아달라는 뜻이었다며 뒤늦은 후회를 한다. 누가? 우리의 아버지들이... 한편 여자는 참아야만 하는 줄 알았고 엄마라는 책임감으로 견뎌내야 했던 어머니들이 나이들어 이혼을 요구하는 것이다. 늦었지만 책임완수라는 홀가분함을 느끼고 싶어한다. 남편들은 때늦은 후회를 하지만 그야말로 너무 늦은 것임을...


책 <우리 이만 헤어져요>는 최유나 변호사의 일기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20대부터 이혼변호사로 활동하며 1000건 이상의 소송을 진행했다고 한다. 가히 이혼전문?변호사가 맞는듯~~

숱한 간접경험을 통해 느끼고 배우는 것을 공유하고 이혼 소송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김현원 작가와 함께 인스타툰 <메리지 레드>를 시작했다.시작한지 1년도 안 되어 팔로워 수가 무려 16만명이 넘었다!!고 해서 인스타그램 계정에 들어가봤다.

16만7천명이 넘는... 아니 뭐 꼭 팔로워 숫자를 확인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ㅎㅎ

멋지다!!

아내는 변호사, 남편은 만화가. 둘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저런 생생한 만화가 나올까? 언젠가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고 지인이랑 했던 푸념이 생각났다. 송중기가 송혜교에게(물론 극중에서~) 워딩은 정확하지 않으나 대충 이런 뜻이었을 것이다.

"당신이 오늘 뭘했는지 뭘 먹었는지 알고싶다. 그 시시콜콜한 것들 나한테 다 말하면 된다."

우리는, "드라마니까 저렇지 실제 부부들은 안 그렇거든!" 이러면서 결혼하면 대사가 달라질게 뻔하다! 흥,칫,뿡!!! 이랬다.

흠... 2년도 안 돼 이혼하게 됐지만...


부부는 동상이몽이라고들 한다. 오래 같이 살았다고 해서 생각이 같은 건 아니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할 줄 알았던 아내가 그렇지 않을 때 남편은 깜놀한다. 갈등을 일으키기 싫어 아무 말 안 했던것을 자신 의견에 동조하는 것으로 착각하며, 우리 부부는 싸운 적 없는 잉꼬부부라는 망상을 하는 남편도 있다. 아까 그 지인의 남편 이야기인데 그녀의 하소연을 들을 때마다 기가 막힌다. 그렇다고 이혼하라고 할 수도 없고... 답답한 그녀의 부부생활을 듣고 있노라면 내 목이 콱콱 막힌다.


최변은 또 이야기한다.


"잘 살려면 잘 싸워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지인에게 선물해야겠다. 이 책을 읽고, 오래된 불통의 상태를 혹시라도 통하게 할만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비록 타인의 부부관계와 이혼에 대한 내용이지만 자신의 현재 결혼생활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이다. 인스타에서는 미혼자에게 더 공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결혼전에 이 책을 읽으면 결혼생활의 시행착오를 줄일 예방주사의 효과가 될 것 같다. 이 책은 단순히 이혼 변호사가 자신의 소송 사례를 나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혼이건 미혼이건 필독을 추천한다. 결혼이라는 제도, 그리고 동반자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숙고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결혼을 한 이유는? 행복하게 살려고 했을테니까!!


단, 제목이 <우리 이만 헤어져요>라고 해서 이혼하란 뜻은 아니니 오해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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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 '셀프헬프 유튜버' 오마르의 아주 다양한 문제들
오마르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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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도발적이다. 모두와 잘 지내지 마란다!

좋다~ 아주 좋다~~

그리고 저자의 외모도 독특하다.

장발에 선글라스라~

마치 작가 박민규의 어릴 적 느낌? 조금 길쭉한 박민규?ㅎㅎ

본명은 안 알려주고 필명이 오마르다.

하는 일은 토크 유튜버로 라디오에 출연하거나 강연 다니고, 글을 쓴단다.

외모와 하는 일만 봐도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게다가 부산사람이라고~~ 반갑다!

괜히 나혼자~ㅋㅋ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는 유튜브 화제의 채널, ‘오마르의 삶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내 시행착오의 기록이다. 나는 어디 높은 의자 같은 데 앉아서 깨끗한 차림으로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다. 모두와 다름없이 늘 문제들과 싸우고 또 화해하며 30년 넘게 삶의 진흙탕 위를 뒹굴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중학교 수련회 때 극기 훈련 코스 중 외줄타기 같은 게 있으면 꼭 먼저 한 친구가 돌아와서는 흥분한 목소리로 , 생각보다 무섭네. 팔은 쭉 펴는 게 좋겠더라, 어쩌고저쩌고.”라고 떠들곤 했다. 아직 안 한 친구들에게는 정석은 아니지만 나는 이렇게 했다.’정도의 조언이 되고 이미 하고 온 친구들에게는 ? 나랑 비슷한데?’, ‘나는 다르게 했는데 그런 방법도 있꾼.’ ‘다행히 나만 무서운 게 아니었어.’같은 감정들을 느끼게 하는 것. 나는 나와 이 책의 역할이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뭐그리 대단하지도 않거니와 자신의 생각이 정답도 아니니 그저 참고만 해달라는 말이었다.

으흠, 겸손한데~~

그런데 제목은 조금 건방지고?

과연 무슨 얘기들을 할까?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읽어보니, 역시!!

핵사이다 발언들, 뼈때리는 말들이 무궁무진해서 지나간 체증을 다시 불러와 내려가게 할 만했다.

 

생각은 해도 감히 입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말들, 눈꼴신 꼬라지들을 시전하는 인간들에게 나도 꼭 해주고 싶었던 말들, 가만히 있으면 될텐데 꼭 나서서 갑분싸 만드는 인간들, 내 돈 빌려가놓고 감감무소식인 인간들 등등...

공감, 공감, 또 공감이었다.

프로막말러의 입을 닥치게 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던 때를 소환하고, 이 장면에서 내가 이런 말 하면 너무 찌질한 인간이 되는 걸까 싶었던 순간이 떠올랐고, 바뀔 수 있을거라고! 내가 교화?시키고야 말겠노라고 노오력해봤지만 진한 실패의 맛만 본 채 계속 그 인간의 옆모습을 보며 살아야 하는 이 씁쓸한 현실에...

 

이 책을 읽으며 낄낄거리다가 이마 치다가 그랬다.

간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각잡고 철학이나 심리학 같은 거 끌어오지 않아도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책을 쓸 수 있다니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진지한 듯 진지하지 않다가, 또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핵공감책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꼰대가 되는 걸 예방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잘 살아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한 인간으로 스스로 만족할 만큼 제 몫을 하는 제대로 된 인간이 돼야 한다. 아니면 정말로 고장 난 인간, 어처구니없는 인간이 될 수 있다.

... 쉽지 않다! ? 제대로 된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나?

 

아래는 공감되는 부분들 발췌 내용이다.

 

p.21~22

부산 사람이라는 종족은 따로 없다. 그냥 부산에 사는 사람이 있는 거지. 흔히 부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살면서 보고 듣고 했던 것들로 그런 이미지가 잡혀 있겠지. 하지만 어느 지역이든 결국은 다 사람 사는 곳이다. 딱히 뭐가 다를 게 없다는 말. 서울과 마찬가지로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지 뭐. 나는 부산 사람치고는 성격이 부드럽다는 이야기를 곧잘 듣는다. 참 이상한 말이다. 그리고 회와 바다와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여러 번 설명을 해야 한다. 그저 상대가 생각하는 부산 사람의 전형과 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런 게 뭐랄까, 나쁘다면 나쁜 거지만 일단 너무 세련되지 못한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무엇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거. 서로에게 고정된 이미지를 요구하는 건 우리의 가능성을 닫고 개성을 무시하는 일이다. 우리는, 그냥 우리지 뭐. 나는 그냥 나고, 어디에서 살다 왔든지 간에.

 

 

p.233

나도 싫어하는 사람들 있어. 피하고 싶은 자리도 많고, 당연한 거잖아.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칭찬을 듣고 인정을 받으니까 그걸 깎아 먹기가 싫어지는 거야. 그리고 처음에는 그냥 싫다는 정도였는데 그게 점점 집착처럼 됐어. 좋은 평판을 계속 유지하지 못할까 두렵기도 하고, 병적이야 이거. 나도 싫은 건 싫다고 말하고 화나면 따지고 욕도 시원하게 하고 싶은데, 여태 내가 쌓아온 모습들이 나를 옭아매는 기분이야. 이젠 내가 누구한테 미움 받는 걸 용납할 수가 없어. 내가 나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키워버린 거야. 웃기지? 근데 나 정말 너무 힘들어. 진작 남들을 실망시킬걸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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