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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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게는 아이같은 감정이 없을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일에 통달한 사람이 된다는 뜻일까?"

"우울한 감정은 어른이 되면 괜찮아질까"


누구든 해봤을 법한 자문이다. 어릴 때는 얼른 미성년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어른이 되어버렸다. 아이보다 어른의 시간을 더 오래 살아온 지금도 여전히 묻게 되는 질문들이다.

한편, 이런 질문도 자주 하게 된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게 왜 저럴까?"

"어른이면 값을 해야지!"


이럴 땐 마치 나는 안 그런데 볼썽사나운 어른들을 힐난하는 조가 된다.

한때는 사람들에게 빡빡한 잣대를 들이댔고 그 잣대로 스스로를 모질게 들볶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슨 성인군자가 되는 것도 아니요 실수 없이 어떤 일이든 거뜬하게 해내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래서 어느정도 자신과, 또 타인에게 너그러워질 정도의 유연함을 가지게 되었다. 아니, 그러려고 계속 노력중이다.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는 부제의 책,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는 대표적으로 우울증을 앓는 어른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물론 이 책은 우울증뿐 아니라 현대인들이 겪고있는 여러 정신질환들을 다룬다. 정신과의사 김혜남, 박종석씨가 공동집필했으며, 몇개의 정신질환 사례들의 사이사이에 "일요일 오후 1시"라는 꼭지는 실제 상담처럼 Q&A코너도 두고 있다. 각각의 사례를 읽다보면 미디어 속에서 만나는 경우, 혹은 주위 사람의 증상이나 자신의 상황과 유사한 것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목차를 주욱 훑어보고 독자에게 직접 와닿는 것부터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처음부터 읽든 맘에 끌리는 것 어디에서부터 먼저 읽든 상관없도록 구성되어 있다.

내게 가장 와닿은 부분은 비교때문에 생기는 "허언증"과 "감정 다스리기"였다.

"허언증"의 사례처럼 SNS에 거짓말을 쓸 정도는 아니지만, 글쓰기로 시작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때문에 이웃과 팔로워가 많은 이들과 자꾸 비교하게 되었다.


p.103~104

남은 제아무리 영향력이 있어 봤자 남이다. 내 삶의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다. 내 삶을 가꾸고 성장시키기에도 모자란 귀한 시간을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거짓인 나를 꾸미는데 허비해선 안 된다.

………

남에게 자랑할 수 있는 삶이 아닌 나에게 충실하고 진정성이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저자의 귄유대로 작은 도전을 해봐야겠다. 몇년 쉬다가 얼마전 다시 시작한 요가에서 예전만큼 유연하게 하지 못해서 답답해하는 중이다. 올 1월에 교통사고로 다친 목때문에 더 그렇기도 하지만... 플랭크 자세를 30초간 유지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 기껏해야 주 2,3회 가는 요가에서 별 발전이 없는 것 같아서 이젠 집에서도 매일매일 해볼 생각이다. 매일 5초씩 늘려서 버티다보면 일주일후에는 1분간 버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조금씩 늘려나가 물렁한 뱃살에 근육이 잡히길 기대해 본다. 에너지를 나에게 집중시켜서 작은 성취로 자신에게 충실한 하루를 보내도록 해봐야겠다.

"감정 다스리기"에서는 '모든 감정은 정상이다'라고 한다. 아무리 성숙한 사람이라도 어느 순간 감정에 휩싸일 수 있고, 감정적 행동이나 결정으로 큰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렇게 조언해주고 있다.


- 감정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 감정을 두려워하지 말라.

- 감정을 표현하라.

- 너무 오래 나쁜 감정 속에 머물지 말라.

- 다른 사람의 감정도 들여다보자.


 이젠 어느정도 타인의 감정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을 읽다보니 아직 자신의 감정을 잘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을뿐 아니라 남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기다 내 외로움과 슬픔을 공감받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충고처럼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얼굴과 눈빛을 잘 들여다봐야겠다. 그 사람의 관점으로 사물을 보려는 노력도.

책을 처음 받았을 땐 '그동안 심리학책 꽤 읽었는데 뭐 더 배울게 있을까?'싶었다. 하지만 책 속의 사례들로 자신을 돌아보니, 어른이지만 여전히 모자란 게 많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 책의 장점은 아주 잘나보이는 두 정신과 의사도 정신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인간이라는 것이 매일 성장하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일러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지금이 죽을것 같이 힘들더라도 "우리는 분명히 괜찮지 않다가도 금세 괜찮아진다"는 위로에 힘을 얻게 된다. 때로는 책 한 권이 마음을 위한 비타민제가 되기도 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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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9.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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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9년 7월 월간 샘터의 표지 사진은 알록달록한 색깔의 바늘꽂이들이다. 사진 설명을 보기 전까지는 화려한 색감에 이끌려서 '이게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은 잠시 접어두었다. 뜨거운 여름에 어울리는 표지이다.

 

 7월호 "특집사연"의 주제는 '뜻밖의 위로를 주는 사물'이다. 주로 오래전 추억이 깃든 물건에 대한 사연들이다. 다른 이에게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것이지만 자신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을 꺼내볼 때마다 웃음짓게 되고 위로받게 되는 것들이다.


첫 사연은 50 여 년 전, 월남전 참전중이던 삼촌에게서 받은 만년필을 지금껏 가지고 있는 분이다. 물건들의 유통기간이 너무나 짧아져버린 요즘, 거기다 더이상 손으로 펜을 사용하여 편지라는 것을 쓰지 않는 시대에 희귀하게 느껴지는 물건이다.

"이 달에 만난 사람"은 다큐멘터리 사진가 조문호 작가이다. 올해 73세인 그는 서울 동자동의 쪽방촌에서 생활한다. 1인용 침대와 컴퓨터 책상만으로 꽉 차는 1.25평짜리 작은 방에서 3년째 생활하고 있지만 그는 가진 게 없어 행복한 삶의 역설을 증명하고 있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이면에 눈길을 주고, 누구나 관심 가질 만한 소재나 화려한 기술이 필요한 소재엔 눈도 돌리지 않는다. 아무나 할 수없는 행동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온 인생에 후회는 없다는 그의 표정에 아직 젊음이 보인다.

"마을로 가는 길"은 광주 양림동 펭귄마을이다. 바닷가도 아닌 광주에 웬 펭귄마을일까 궁금했는데, 마을 가꾸기에 솔선수범한 김정제(70세)씨의 별명이 펭귄이라서 그렇게 지어졌다는 것이다.

 활기넘쳤던 동네가 주위에 많이 생긴 아파트로 사람들이 떠나버려 인적끊긴 곳을 촌장 김동균씨와 펭귄 아재 김정제씨의 노력으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곳으로 탄생시켰다. 김현승 시인의 말,

"양림동에 오면 모두가 시인이 된다. 등불을 하나씩 켜고 걷는 시인이 된다."

읽고있자니 펭권마을 골목골목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월간 샘터 7월호, 일반인들의 사연인 특집과 행복일기를 읽으며 가까운 이웃들의 행복을 엿볼 수 있고 배우 지창욱씨의 근황과 최신 문화계 소식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늘 눈여겨 읽는 코너 "샘터 시조"란에 실린 시조들이 예쁘다. 투고도 할 수 있으니 관심있는 독자들은 참여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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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꽃 - 2019년 5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최수철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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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는 기쁨이 아니라 두려움에 있다. 기쁨은 두려움에 대면할 수 있도록 삶이 제공하는 몇 웅큼의 에너지일 뿐..."

 

 

 모순적인 저 문장이 이 소설에서 밑줄 그어두었던 여러 문장들 중 가장 와닿았다. 소설가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소설에서 주제의식으로 드러낸다. 그 주제가 독자에게 오롯이 가닿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많다. 독자의 경우 자신의 배경지식이나 책을 읽을 당시 처한 상황에 따라 소설에서 느끼는 감동이 다를 수밖에 없다.

  최수철 작가의 장편소설 <독의 꽃>은 보들레르의 시 "악의 꽃"이 연상된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보들레르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맞다고 했고 독에 대한 작품을 구상한 것은 10년 전부터였다고 한다. 본격적인 작업을 하기엔 어려웠는데 작가 자신의 고질적 두통을 중심에 두고 가지를 뻗어나가야 겠다고 생각하여 소설 <독의 꽃>을 완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세상에 독이라는 게 이렇게 많았단 말인가, 그것을 독으로도 혹은 약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그처럼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또한 그것들을 인물과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아들도록 소설을 완성해냈다는 것에 경탄하게 된다. 무려 500쪽이 넘는 분량이다.

  내가 들어본 독이름이라고 해봐야 복어독인 테트로도톡신이나 은행열매의 피리독신 정도이고, 사과씨나 매실에도 어느 정도의 독성물질이 들어있지만 과복용하지 않으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 정도가 독에 대한 얕은 지식이다. 소설에는 백과사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독에 대한 지식들이 많다. 실제 등장인물들은 그것을 적극 활용하여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고 독을 독으로 물리쳐서 자신의 환증을 고치기도 한다. 언뜻 생각하면 세상에 이런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으며 또 실제 생활에 활용하는 이는 또 얼마나 되겠느냐며 반문할 수도 있겠다. 작가는 왜 그렇게 독에 대해 방대하게 다루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아마도 스토리를 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등장인물들 모두가 독을 직접적으로 사용해야 했을 것이다. 실제 독성물질에 관해 많은 정보와 용례가 등장하지만 이것은 소설이므로 분명 은유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그것을 드러낸 문장들은 이렇다.

"술이란 인간의 몸에 작용하는 독이고, 섹스는 인간 영혼에 작용하는 독이다."

 

"인간속의 불건전한 기운도 차가운 벽과도 같은 어려운 상황에 부딪치면 오그라들어 병이 되고 악이 되고 독이 되는 거야. 때문에 인간이 어떤 폭력을 저지를 때는 그 사람의 마음속에 가라앉아 있던 독이 치밀어올라 그의 행동에 묻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지."

 

 

"인간에게 가장 큰 비극은 자기 스타일을 갖지 못하는게 아니라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코 제 스타일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타일이라는 것 자체가 선택하거나 바깥에서 주어지는게 아니라 태어난 모습 그 자체가 취향이고 스타일이다."

 

 작가는 육체에 직접 작용하는 독으로 전체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궁극적으로 말하고자하는 바는 정신이다. 마음, 정신, 기운 같은 단어들은 결국 영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신의 내면 세계에 들어있는 것은 밖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으며 그 또한 타고나는 것으로, 작가는 보고 있다. 우리는 보통 외모를 스타일링할 수 있다고 여기는데 작가는 '태어난 모습 그 자체가 취향이고 스타일'이라고 한다. 이것은 운명론에 가까운 듯한데 사실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한때 자기계발서식의 사고, 특히나 "하면 된다"식 사고는, 나를 원하는 대로 충분히 스타일링할 수 있다고 여기고 노력도 해봤지만 아니었다. 나이가 들수록 변하지 않는게 있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그래서 태어난 모습 자체가 취향이고 스타일이라는 말에 실망과 위로를 동시에 받았다. 그러면 독과 해독 부분이 정신에는 어떻게 적용되는 것일까?

 맨 처음 인용한 문구, "삶의 의미는 기쁨이 아니라 두려움에 있다!"는 말의 아이러니를 곱씹어 본다. 그동안 내 삶의 의미는 뭘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를 생각할 때 "기쁨"은 자동 완성 단어처럼 한 세트였다. 그런데 아니란다. 기쁨보단 두려움이란다. 토요일에 집에 들인 새끼고양이는 내게 기쁨보단 두려움, 아니 무거움을 안겨주었다. '왜 기쁨이 아닌가?'

'나는 기쁨을 얻으려고 고양이를 데려온 게 아닌가?'

 기존에 있던 고양이 두 마리가 취하는 태도를 보니 두려웠다. 내가 쟤들에게 못할 짓을 한 건 아닌지, 새로운 존재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침입자로 인식되어 받는 스트레스는, 받지 않아도 될 일이었는데... 새로 온 아이의 발랄하고 활달한 행동을 보며 집안 물건에 입힐 상처가 얼마나 될지 두려움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이런 두려움과 걱정보다 새로운 대상이 줄 기쁨만 크게 생각했던 어리석은 자신을 본다. 무거운 마음을 이 문장으로 위로 받는다. 두려움에 대면할 그저 몇 웅큼의 에너지를 더 크게 보는 인간은, 마약처럼 독처럼 그 에너지 그 기쁨을 삶의 의미라 여기며 쫒는다. 결국 우리는 삶의 의미를 기쁨이라 여기는 착각을 착각이 아니라고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다. 삶이 끝나지않는 한 계속되는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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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 빛나는 별이다 - 우주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 아우름 38
이광식 지음 / 샘터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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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를 알고 싶다면 먼저 자신이 있는 곳, 바로 우주를 알아야 한다.

-물리학자 조용민-

 

 

"우주"하면 나와는 별 상관없고, 그저 머나먼 이야기 같다. 아마 전공자나 특별히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누군지를 알려면 우주부터 알아야 한단다.

왜냐??

우리가 있는 곳이니까!!

알겠다!

알긴 알겠는데!!

천문학, 우주 관련 책은 선뜻 손길이 가지 않는 분야이다. 그럼 천문학 작가 이광식씨의 책 <우리는 스스로 빛나는 별이다>를 추천한다.

샘터 출판사의 아우름시리즈 38번째 책이다.

우주에 관련된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이 책은 중학생부터 성인까지 천문학 입문용으로 접하기에 알맞다.

 

 

위 목차를 보면 1장에는 우주의 역사와 크기에 대해서, 2장은 별과 은하수에 대한 지식을, 3장은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에 대해, 4장은 최근 관심집중된 블랙홀을 다루고, 마지막 5장은 우주탐사에 대한 내용이다. 책 중간중간에 지루하지 않도록 설명에 적절한 사진들도 실려있다.

 

 

올해 5월에 나온 책이라서 4월에 최초로 찍힌 블랙홀 사진과 그에 대한 내용도 실려있다. 이런 과학책은 최신의 정보가 들어있어야 하고 믿을 수있는 저자가 쓴 것이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재미난 쉼터]라는 페이지를 두어 잘못 알고 있는 천문상식을 바로 잡아준다. 요 코너의 재미가 쏠쏠하다.

 

↑↑↑ 그동안 음모론으로 제기되어온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관련된 내용에 대해 깔끔하게 정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저자는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을 여러번 인용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은 거대한 우주의 흑암으로 둘러싸인 한 점 외로운 티끌일 뿐이다.

………

우리는 별들이 만든 원소들, 곧 별 먼지로 이루어진 존재들이다. 초신성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폭발로 제 몸을 아낌없이 우주로 뿌리지 않았다면,

지구도, 인간도, 새들도, 나무도 지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라는 존재 자체가 바로 우주와 맞먹는 기적이다.

 

 

 책을 덮으며 캔사스의 노래 "DUST IN THE WIND"가 흥얼거려졌다. 그들은 세상사 먼지와 같고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고, 그래서 집착하지 말자고 노래했다. 오늘 이 책을 통해 그 먼지, 그 티끌이 우리를 만든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며 그 작음의 위대함을 새삼 몸으로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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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he Crawdads Sing (Hardcover)
델리아 오웬스 / Little, Brown Book Group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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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맞다!!

그렇다고 나이 7살때부터 처절하게 혼자서, 외로움과 한 몸인듯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여기, 그렇게 사는 아이 카야가 있다. 때는 1952년, 장소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해안습지대이다. 엄마와 언니 오빠들은 2차대전 상이군인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집을 나가버렸다. 그저 사랑과 보호만을 받아도 모자랄 나이인 7살 카야는 어떻게하면 아빠 비위를 잘 맞출수 있을까 궁리하며 집안일을 열심히 한다. 그들이 사는 곳은 외딴 습지. 마을 사람들과 분리된 곳에서 격리대상 취급 받으며 살아간다.

이야기의 한 축은 어린 카야의 #성장소설 이고 교차진행되는 다른 한 축은 체이스라는, 동네에서 인기많던 청년의 죽음을 다루는 살인사건이다. 어린 카야의 시절인 1952년과 살인사건이 일어난 1970년 사이의 간극이 점점 좁혀지면서 #법정스릴러 로 바뀌고, 체이스의 살인용의자로 카야가 법정에 서게 된다. 여기에 카야의 첫사랑 테이트와의 이루어질듯 말듯 애틋한 러브스토리( #로맨스소설 )와 바다 습지 생태계( #야생생물 #생태학 )까지 더해진다. 소재가 여러가지라 산만할 수 있을텐데 하나의 이야기로 잘 버무려냈다. 그런데 또 작가는 신인이라네~ '올드한 신인'이란 말이 어울리겠다.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70이 다 된 #과학자 가 작년 여름에 첫 출간한 소설이라니!! 나이 많다고 다 소설 잘 쓰는 건 물론 아니지만 자신의 전문적 지식을 씨줄로, 성장에 바탕을 둔 스토리텔링을 날실로 하여 잘 직조해 낸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 #wherethecrawdadssing 이다. 455페이지나 되는데도 몰입해서 읽을만큼 흡입력 있었다. 이 소설의 주 시간적 배경은 52년부터 70년까지로, 당시 미국 남부 사회의 분위기와 훼손되지 않은 해안습지 생태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 카야가 겪은 외로움과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분노하고 눈물 흘렸다. 그녀는 보호받아야 할 부모로부터 버림받았음에도 꿋꿋하게 혼자 사는 법을 익혀서 어른이 된다. 아무 잘못도 없는 어린 것이 생고생하는 것을 보니, 세상 모두다 떠나고 홀로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아도 발딱 일어나는 것을 보니 어찌나 애잔하던지... 그나마 글자를 가르쳐준 테이트, 혼자 사는데 필요한 물품을 제공해준 흑인부부 점핑과 메이블이 없었다면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테이트가 선생님, 점핑이 아버지가 되어 준 것이나 마친가지다.


 

그러나 어엿한 작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는 그녀를 인정하지 않고 1급 살인용의자로 법정에 세우기에 이른다.

이 소설은 개인이 혼자 고립되었을 때에 겪는 비참함과 슬픔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집단이 가지는 편견이 안 좋은 방향으로 작동되었을 때, 얼마나 길고 지독하게 이어질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카야의 변호사 톰은 최후변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캐서린 클라크를 소외시켰던 건가요, 아니면 우리가 소외시켰기 때문에 그녀가 우리와 달라진 건가요? 우리가 일원으로 받아주었다면, 지금 그녀는 우리 중 한 사람이 되었을 겁니다. 그녀를 먹이고 입히고 사랑해 주었다면, 우리 교회와 집에 초대했다면, 그녀를 향한 편견도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오늘날 범인으로 기소되어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을 겁니다."


 

결국 그녀는 무죄로 풀려나 첫사랑 테이트와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체이스를 죽인 사람은 누구일지를 추리해보는( #추리소설 ) 맛과 끝까지 비밀로 남겨둘 것인지 ( #살인미스터리 ) 궁금증을 유발하게하는 쫄깃함도 있었다. 궁금하다면 꼭 필독하길 강추한다. 미국에서 2018년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올해의책 에도 올랐다고하니 이미 검증된 소설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소설이 복합적인 구조를 품고 있어서 어느 하나만 부각시켜 글쓰기에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이제, 한 가지는 명확하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우리는 두 팔 벌려 환대해야 한다. 조건없는 사랑이야말로 먼먼곳으로 날아가 어딘가에서 자리잡고 꽃을 피울 홀씨를 퍼뜨리는 것과 같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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