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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the Crawdads Sing (Hardcover)
델리아 오웬스 / Little, Brown Book Group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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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맞다!!
그렇다고 나이 7살때부터 처절하게 혼자서, 외로움과 한 몸인듯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여기, 그렇게 사는 아이 카야가 있다. 때는 1952년, 장소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해안습지대이다. 엄마와 언니 오빠들은 2차대전 상이군인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집을 나가버렸다. 그저 사랑과 보호만을 받아도 모자랄 나이인 7살 카야는 어떻게하면 아빠 비위를 잘 맞출수 있을까 궁리하며 집안일을 열심히 한다. 그들이 사는 곳은 외딴 습지. 마을 사람들과 분리된 곳에서 격리대상 취급 받으며 살아간다.
이야기의 한 축은 어린 카야의 #성장소설 이고 교차진행되는 다른 한 축은 체이스라는, 동네에서 인기많던 청년의 죽음을 다루는 살인사건이다. 어린 카야의 시절인 1952년과 살인사건이 일어난 1970년 사이의 간극이 점점 좁혀지면서 #법정스릴러 로 바뀌고, 체이스의 살인용의자로 카야가 법정에 서게 된다. 여기에 카야의 첫사랑 테이트와의 이루어질듯 말듯 애틋한 러브스토리( #로맨스소설 )와 바다 습지 생태계( #야생생물 #생태학 )까지 더해진다. 소재가 여러가지라 산만할 수 있을텐데 하나의 이야기로 잘 버무려냈다. 그런데 또 작가는 신인이라네~ '올드한 신인'이란 말이 어울리겠다. 평생 야생동물을 연구해온 70이 다 된 #과학자 가 작년 여름에 첫 출간한 소설이라니!! 나이 많다고 다 소설 잘 쓰는 건 물론 아니지만 자신의 전문적 지식을 씨줄로, 성장에 바탕을 둔 스토리텔링을 날실로 하여 잘 직조해 낸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 #wherethecrawdadssing 이다. 455페이지나 되는데도 몰입해서 읽을만큼 흡입력 있었다. 이 소설의 주 시간적 배경은 52년부터 70년까지로, 당시 미국 남부 사회의 분위기와 훼손되지 않은 해안습지 생태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 카야가 겪은 외로움과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분노하고 눈물 흘렸다. 그녀는 보호받아야 할 부모로부터 버림받았음에도 꿋꿋하게 혼자 사는 법을 익혀서 어른이 된다. 아무 잘못도 없는 어린 것이 생고생하는 것을 보니, 세상 모두다 떠나고 홀로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아도 발딱 일어나는 것을 보니 어찌나 애잔하던지... 그나마 글자를 가르쳐준 테이트, 혼자 사는데 필요한 물품을 제공해준 흑인부부 점핑과 메이블이 없었다면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테이트가 선생님, 점핑이 아버지가 되어 준 것이나 마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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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엿한 작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체는 그녀를 인정하지 않고 1급 살인용의자로 법정에 세우기에 이른다.
이 소설은 개인이 혼자 고립되었을 때에 겪는 비참함과 슬픔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집단이 가지는 편견이 안 좋은 방향으로 작동되었을 때, 얼마나 길고 지독하게 이어질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카야의 변호사 톰은 최후변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신사 숙녀 여러분.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캐서린 클라크를 소외시켰던 건가요, 아니면 우리가 소외시켰기 때문에 그녀가 우리와 달라진 건가요? 우리가 일원으로 받아주었다면, 지금 그녀는 우리 중 한 사람이 되었을 겁니다. 그녀를 먹이고 입히고 사랑해 주었다면, 우리 교회와 집에 초대했다면, 그녀를 향한 편견도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오늘날 범인으로 기소되어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을 겁니다."
결국 그녀는 무죄로 풀려나 첫사랑 테이트와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체이스를 죽인 사람은 누구일지를 추리해보는( #추리소설 ) 맛과 끝까지 비밀로 남겨둘 것인지 ( #살인미스터리 ) 궁금증을 유발하게하는 쫄깃함도 있었다. 궁금하다면 꼭 필독하길 강추한다. 미국에서 2018년 #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와 #올해의책 에도 올랐다고하니 이미 검증된 소설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소설이 복합적인 구조를 품고 있어서 어느 하나만 부각시켜 글쓰기에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이제, 한 가지는 명확하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우리는 두 팔 벌려 환대해야 한다. 조건없는 사랑이야말로 먼먼곳으로 날아가 어딘가에서 자리잡고 꽃을 피울 홀씨를 퍼뜨리는 것과 같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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