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됐고 남편과 고양이면 충분합니다
진고로호 지음 / 꼼지락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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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고양이 키우는 에세이 여러 권 읽었는데 이 책 <아이는 됐고 남편과 고양이면 충분합니다>는 가장 편안하고 따뜻했다. 아마 작가의 심정이 문장에 고대로 반영되어서 그런 것이리라 짐작해 본다.

우리 집도 지난 달에 토르가 와서 이제 어엿한 다묘 가정이 되었다!(꼭 자랑할 일만은 아녀도 뿌듯하긴 하다~^^) 작가네 집에는 고양이가 다섯마리다. 작가가 키우던 고양이 네마리와 남편이 키우던 고양이 한마리, 결혼하면서 사람 둘, 고양이 다섯의 대가족이 된 것이다.

 

 작가는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생활과는 조금 다르다.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아이 하나 둘 정도는 낳고, 그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는 한편 아파트 평수 늘여서 이사도 가야하고, 여유가 되면 해외여행도 가면서..."

그런데 작가는 조금 다르게 사는데 일반적이라 불리는(누가 정해놓은 것인진 몰라도ㅠ) 삶을 과감하게 거부? 했다기보다, 조용히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나 타인에게 관심이 많아서인지, 아님 입방아를 찧고 싶어서 인지는 몰라도 자꾸 물어본다.

기혼여성에겐 응당하는 질문, 애가 없으면 언제 낳을건지? 안 낳을거라하면 왜 그러냐? 누가 문제냐? 고양이 키운다하면 고양이가 자식이냐? 그럴순 없다며 훈계까지!! 작가의 경우 공무원을 그만두고 집에서 글 쓰고 그림 그리며 일상에 경탄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 좋은 공무원을 왜 관두냐? 그렇게 사는게 뭐가 좋냐는 자신의 잣대로 남의 삶을 맘대로 평가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평범하고 모두 이상하답니다.

그러니 각자의 자연스러운 삶에 집중하는 건 어떨까요?"


얼마나 조용하면서도 따끔한 멕임인가??ㅎㅎ

작가는 아이가 없어도 남편과 고양이 이야기로 밤새 얘기할 수 있다.

↓ 아래는 그 꼭지에 해당하는 그림~


 

작가는 고양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남펀과 결혼하게 되었다 하고 남편과의 몇몇 에피소드들도 나오지만 책에 다 쓰지 못한 이야기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느껴졌다.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고양이라는 동일 코드도 한몫했겠지만 둘의 성정이 비슷해서 맞았을거라고 생각된다. 조용조용 서로의 일상을 이야기 나누고, 영화를 보다 아무렇지 않은듯 아내의 엄지발가락이 귀엽다고 말하는 남편, 한 손으로는 밤을 숟가락으로 퍼먹기 힘든 남편에게 엄마처럼 삶은 밤을 까주는 아내.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행복이라고 여기는 두 사람이 너무나 예뻐보였다.

 

잠이 덜 깬 고양이의 귓가에,


"오늘 아침 공기가 너의 눈동자처럼 맑아."

 

 

라고 속삭이고픈 작가의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다.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프레드릭>에서 친구들이 겨울양식을 모으는 사이, 프레드릭은 이야기들을 모아 추운 겨울 양식이 다 떨어졌을 때, 그가 모아둔 이야기를 들려준다. 친구들이 시인이라며 감탄한 것을 인용하며 작가도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세상 사소해 보이는 일에, 지나가다 만나는 모든 동물들을 보면서, 경탄하는 작가도 충분히 프레드릭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수줍게 다음 아니면 다다음 책에서 이렇게 쓸 것 같다.


"저도 시인이 됐어요..."

 

마지막으로 일곱가족 모두 건강하게 매일 깨볶고 햄볶으며 살길~~

 

 

 <위 리뷰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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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질문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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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의 신간 <천년의 질문> 1권을 펼치면 제목 다음 장에 작가의 질문이 나온다.


 

 

 

천년이 넘도록 되풀이되어온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인 줄 알았는데 탐험을 나선단다. '응답'이라고 되어 있어서 정답을 알려주겠다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그게 아니다. 세 권의 책을 통해 질문을 던지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3권의 마지막 즈음엔 답이 있는 것일까? 작가는 계속 질문만 하고 답은 독자가 찾아야하는 것일까?

1권을 순식간에 읽었다.1권은 우리나라 현 상황을 뉴스기사처럼 주욱 풀어놓았다. 정치, 경제, 언론이 현재 우리나라를 이 지경으로 망쳐놓았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각계의 대표인물들은 세 명이다. 정치인에 윤현기 국회의원, 재계인물에 성화그룹 사위 김태범, 언론인에 시사포인트 기자 장우진이다. 성화그룹의 비자금을 사위 김태범이 폭로하려고하자 그것을 막기 위해 성화의 마수가 윤현기, 장우진에게도 미치지만 유야무야 마무리된다. 그러는 와중에 드러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소설속에 그대로 반영된다.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정치인사들의 국민을 개무시하는 태도, 재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제 배만 불리고, 이 두 세력과 결탁한 언론은 국민들에게 경보기를 울려주는 것이 아니라 보란듯이 뻔뻔한 비호세력이 된다. 그런 언론계에서 장우진은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다. 독립운동하는 심정으로 불의를 참지 못하고 목숨 걸고 취재하러 다닌다.

여기서 잠깐!!

책에서 묘사되는 장우진 기자의 활약, 살해 위협등등은 모두 사실이다. 그 모델은 "시사인"에서 일했던 '주진우'기자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만한 내용이지만 아마도 처음이라면, 읽으면서 소설이니까 이런 인물을 만들었으리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진우 기자의 취재 활약과 고충을 직접 듣거나 읽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지난주 작가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서 장우진의 이름을 주진우에서 따와 앞뒤를 바꿨다고 직접 설명했다. 그 인터뷰를 들어서일까. 소설 읽는 내내 장우진 기자의 대사에서 주진우 기자의 음성이 자동지원되어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특히 흥분하는 어조에선 주기자 특유의 버벅거림으로 읽혀서 재미있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우리나라의 암울한 현실만 그리면 너무 비관적이니까 병렬로 등장시킨 단체는 참여연대와 민변이다. 참여연대는 윤현기 국회의원 입장에선 몹시 성가시게 굴며 끈질기기까지 해서 눈치봐야하는 존재이고, 민변은 통장잔고 0원인 장우진 기자의 소송을 무료로 해주는 단체이다. 이런 단체에 점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활동하니까 어느정도 균형이 유지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듯 하다.

현실에서 보더라도 참여연대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김경률 회계사를 위시한 참여연대에서 수면위로 드러나게 했고 지속적인 삼성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주진우 기자의 활약은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지금은 MB가 숨겨둔 재산을 찾아 국고로 환수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렇게 소설은, 다큐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현실적이다. 그러나 소설속 내용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우리나라의 정치상황도 비판하지만 만연한 배금주의도 비판하고 있다. 우리의 탐욕이 사회를 점점 더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욕망이 선순환하면 사회발전의 동력이 되지만 지나친 욕심이 개인에게 생채기를 내면 그 환부는 점점 커져 사회전체를 썩어들어가게 한다.

김태범에게 주지스님이 한 말, "탐진치"


"욕심 부리지 말고, 화내지 말고,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욕심에 눈이 어두워지면 손에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어리석어지게 되고마니 늘 경계해야한다는 뜻일 것이다.

1권의 마무리는 성화그룹 비자금 사건이 싱겁게 끝이 나고, 직원인 지적장애 여성을 3명이나 성폭행한 파렴치한 사장을 법정에 세우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2,3권도 빠르게 읽을 수 있을것 같다. 천년의 질문에 어떤 답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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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 지금보다 더 나은 당신의 내일을 위한 철학 입문서
나오에 기요타카 엮음, 이윤경 옮김 / 블랙피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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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하면 사는 게 더 수월해질까?"

출판사 '블랙피쉬'에서 나온 책 <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일이야>는 그렇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일본의 철학과 사상학 분야 35명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도호쿠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교수인 '나오에 기요타카'가 엮었다.

1장은 개인에 대해, 2장에서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철학책이니만큼 책의 사용설명서를 앞부분을 두고 있는데 참고 후 읽어나가면 더 쉬울 것이다.

1장 내용 중 "타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삶, 가치 없는 삶일까?"를 예시로 살펴보자. (제목 하단에 노자와 장자 인용, 난이도는 별 한 개, 주제는 삶의 보람, 공헌, 장수, 무용의 용으로 표기함)

먼저 학생들의 대화로 포문을 연다. 진로를 고민하는 지우와 태주가 '그냥 살아만 있는 것'과 '직업을 가지고 타인에게 보탬이 되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 다음 페이지에는 노자와 장자 사상을 토대로 '무용의 용'으로 확장 시킨다. 마지막에는 아래 사진처럼 "알아두면 쓸모 있는 철학 포인트" "나만의 철학 세우기" "오늘의 철학자"를 소개한다.

 

 

 

그 뒤에는 "칼럼"코너를 두어 서양철학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로 조금 더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칼럼코너는 매 주제마다 있는 것은 아니다.

 

아래 칼럼은 304쪽에 나오는데 고전서적을 읽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안내가 되어 있어서 마지막 특별부록을 다 읽은 후 학생지도용으로 참고해도 되겠고, 성인독자라면 고전을 좀 더 쉽게 읽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책은 마지막에 "철학 훈련을 위한 특별부록"이란 코너로 10분의 1정도를 할애하고 있다. 이 부분은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기에 참고할만하다. 어린이와도 질문을 통해 철학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디베이트와의 차이점, 철학 글쓰기, 소논문 쓰는 법까지 다루고있어서 철학수업 지침서로 쓰기에 좋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부모도 자녀와 적용해 볼 수 있겠다. 가장 마지막엔 이 책에서 참고한 문헌들도 나와 있어서 심층적인 고전읽기로 나아갈 수 있다.

각 주제별로 도입부에 청소년들의 대화로 시작해 철학사상으로 사고를 뻗어나갈 수 있도록 구성한 후 그 사상을 담은 고전과 철학자를 소개하며 마무리가 된다. 각 사상의 깊이는 얕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현실에서 고민하는 문제들을 철학적 사고로 확장시키는데에는 도움이 된다. 관심 가는 철학사상을 좀 더 깊이있게 읽고 싶다면 위에서 언급한대로 참고문헌을 보면 되겠다. 그러므로 이 책은 청소년이나 철학입문자들이 읽기에 적당하다.

지금까지는 이 책의 구성을 위주로 소개했고, 아래는 개인적인 독후감 위주로 쓰려고 한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을 보니 내가 한번쯤은 고민해봤던 것이거나 현재진행중인 것들도 제법 있었다.

 

230쪽에 "나는 타인의 잘못을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이 내게 딱 해당되는 주제였다. 요즘은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나는 타인의 잘못이나 실수를 용납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고 매너라는 것에 부합하지않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예컨대 작년부터 어떤 일로 만나 단체를 만들고 지난 달까지 힘을 모아 같이 일을 해왔는데 그 중 어떤 사람이 단톡방에 개인적 사정으로 그만하겠다는 문장 하나 달랑 남기고 나가버렸다. 그것은 지난 금요일에 있었던 일이고 오늘 오전에 회의가 있었는데 직접 나와서 양해를 밝히지 않고 그런 식의 행동을 하니 몹시 불쾌했다. 연인끼리의 이별도 톡으로 한다더니 이거야말로 그 짝이 아닌가. 예의가 없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나는, 주위사람들로부터 '너는 사람에 대한 기준을 너무 높게 잡고 있다.' 거나, '그러면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깐깐하게 굴게 되니 인생 너무 힘들게 사는거 아니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어왔다.

'이토 진사이'의 책 <어맹자의>에서 "충서(忠恕)"를 재인용하자면,

 

충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정도까지 죽을 힘을 다하는 것이고 서는 타인의 마음을 전력으로 헤아리는 것이다. 타인의 입장을 전력으로 헤아려서 그의 몸과 마음을 내것처럼 생각하고 세심하게 살피며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타인의 과실은 어쩔 수 없는 이유 또는 다른 방도가 없어서 범한 것이며 끝까지 미워할 수만은 없는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는 것이다. 충서에는 기본적으로 사랑과 정의가 기본이나 충서라는 관대한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을 용납하는것이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건 상대를 신뢰하고, 그 사람이 반드시 책임을 질 줄 아는 인격자임을 끝까지 믿는다는 뜻이다.

충서에 따르자면,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걸까? 그가 어떤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것으로 이해까지는 할 수 있겠으나 그런 예의없는 행동은 수긍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한 번 더 생각해보지는 않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한 행동으로 그를 나쁜 사람으로 여기는 생각으로 발전했을 수도 있는데 충서에 대입해 생각하다보니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인간관계는 매순간 우리를 시험들게 한다. 한번의 경험으로 전체를 판단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조금 불편하고 혹은 귀찮기도 하지만 이런 책을 읽음으로써 생각이 확연히 변하는 것 까지는 아니라도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기는 하다.

이 외에도 2장에서 자주 다루는 "정의"에 대한 부분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의 여러 문제마다 걸린다. 그러므로 뉴스에서 만나는 상황들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각도의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도록 도와준다. 자유와 믿음에 대해, 종교와 전쟁에 대해, 행복과 이성에 대해, 나와 국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려면,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철학이 그저 어려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책의 제목처럼 우리 생각과 삶에 실제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나 자신의 변화로 이어지며 그것은 주위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사회전체에 긍정적 발전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철학의 힘이다!

 

 

 

부끄럽게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고전의 제목은 알아도 읽어본 적은 없다는 걸 확인했다. 헤겔과 칸트의 이름이야 알지만 그의 철학책은 읽지 않았고, 밀의 자유론과 롤스의 정의론은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에서 인용된 내용, 지극히 일부만 알면서 안다고 착각했다. 이번 기회에 고전을 찾아 읽어보아야겠다. 점점 무게와 깊이가 있는 책보다는 쉽고 가벼운 책만 가까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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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식탁 -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
스쥔 지음, 류춘톈 그림,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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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출간된 <식물학자의 식탁>의 부제는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이야기’ 이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식물학 박사 스쥔이 쓰고 류춘텐이라는 삽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식물학자가 쓴 것이니만큼 다양한 식물들에 대해 알 수 있는데 목차에 있는 이름만으로는 아는 게 몇 개 없어서 갸우뚱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을 하나하나 읽어보면 중국식 이름이라서 처음 듣는 것 같았던 것들이 있다. 예컨대 호두를 ‘핵도’로, 키위를 ‘미후도’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이 그림을 보면 바로 확인가능하다. 거의 식물도감 수준으로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사진보다 사실감이 있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목차를 보자면 1부 식물학자의 경고, 2부식물학자의 추천, 3부는 식물학자의 개인 소장품이다. 총 40여개의 식물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그것의 역사와 자생지, 재배법, 음용법을 포함한 상식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것이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다. 식물이나 자연식에 관심이 많거나 약초를 캐러 다니는 사람들이 독자라면 유용하게 두고두고 참고할 만한 책이 되겠다. 그렇지 않다면 전문적인 성분에 대한 설명을 읽고 어렵게 여길 수도 있다. 우리가 주로 먹는 나물이나 차라고 해봐야 열손가락 다 펴 봐도 그것을 넘지 않는데 이렇게 많은 식물의 정보를 알아서 뭐하겠나 싶기도 하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즐겨먹는 식물의 독성 혹은 약성에 대한 정보,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 교정해 주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읽어보면 식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식물 소개 끝나는 부분에는 “미식 비법”이라는 꼭지를 두어 추가 지식이나 조리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흔히들 호두가 사람의 뇌처럼 생겨서 호두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오메가6와 오메가3 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양분이 비교적 골고루 함유되어 있지만 호두를 먹는다고 머리를 더 좋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건호두에는 100그램당 단백질 14.9그램, 지방 58그램, 탄수화물 6.1그램, 칼슘 56밀리그램, 인 294밀리그램, 아연 2.17밀리그램, 비타민E 43밀리그램이 들어있는데 뇌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주지만 이 정도는 다른 음식에도 많다는 것이다. 뇌를 더 발달시키고 싶다면,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두뇌 사고 훈련을 강화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리 애들한테 머리 좋아진다며 많이 먹였는데ㅠ

 

 

 

 

우리의 제사상에도 꼭 올라오는 나물인 고사리에 대해 살펴보자. 중국의 문헌에 등장한 고사리 식용의 역사는 춘추시대의 “시경”이라고 한다. 양치식물의 황금기는 지금으로부터 3억5천만년~2억 2500만 년 전이며 공룡들이 먹었을 것으로 추청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공룡들이 배를 채우기엔 양이 적어 디저트 정도였을 것인데 왜 고사리가 공룡의 음식으로 취급되는 것인지를 밝힌다. 잘못 알려진 상식이 인터넷에서 퍼지면 정설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고사리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덩치 큰 공룡이 먹기에 키도 크고 양이 많은 것은 사라나무이므로 공룡이 주로 먹었을 것인데 사라나무가 현존하는 큰 양치식물이고 고사리가 양치식물의 대표이다보니 대표격인 고사리가 공룡이 주로 먹었다고 전해지는 것이다.

 

 

양귀비가 헤로인으로 이어진 역사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다. 3천여 년 전 메소포타미아 유역의 수메르인들은 이미 하루 노동 후 양귀비차를 한 주전자 끓여서 그날의 피로를 풀었다. 그들은 양귀비를 환락초라고 불렀다. 얼마 후, 숙성하지 않은 양귀비 열매를 살짝 자르면 그 부위에서 흰색 유즙이 쏟아져 나오는 걸 아시리아인들이 발견했고, 그 유즙이 건조되면 강력한 효력을 지닌 검은색 아편덩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19세기, 독일 과학자 제르튀르너는 아편의 중독성을 끊어내려고 순수 진통 성분인 모르핀을 추출해냈다. 그런데 이 성분에도 중독성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모르핀의 폐단을 극복하려고 그는 모르핀의 분자구조에 살짝 수정을 가했는데 그 탄생은 헤로인이었다. 작가는 사람을 중독시키는 아편, 대마, 니코틴을 차례로 설명하며 사람을 중독시키는 도파민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강력한 자극에 적응하게 되면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만족하는 기쁨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생활속에서 찾는 행복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중독성 약물이라고 한다. 마약은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커피에 중독된 나는, 커피외의 음식에 대해 그리 만족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마약 성분이 든 식물에 대한 글을 읽다가 '내가 작은 행복을 누리려고 노력해보지 않은게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그 외에도 미후도가 어떻게 뉴질랜드로 가서 키위가 되었는지, 샐러리가 정말 정자를 죽이는 야채인지, 시금치에 들어있는 옥산살이라는 강산성에 대한 이야기, 감의 떫은 맛의 정체 등등... 읽을수록 신기하고 재미난 내용들이 많다. 주방에 두고 요리 재료를 손질할 때나 차를 마실 때 참고하기에 유용한 책이다. 한 번에 후루룩 다 읽고 책장에 꽂아두기에는 아깝다. 얼마 전에 읽은 소설 <독의 꽃>에서처럼 모든 독성을 가진 것은 독뿐 아니라 약이 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식물들도 역시 독과 약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섭취하려고 할 때, 이 책으로 지침 삼아 기왕이면 약 성분이 더 발휘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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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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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수강생 500만명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대표 역사 강사 "최태성"의 <역사의 쓸모>가 다산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역사가 어디에 쓸모 있다는 거지?'

'역사 시험 칠때나 필요하지!'

라고 생각할 것이다.

책의 부제가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이다. 자유롭고 떳떳하게 살기 위해서는 역사가 필요하다는 뜻일까?

책을 펼쳐 목차를 살펴보니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의 제목은 아래와 같다.


1장.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2장.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

3장.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4장.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역사의 쓸모>는 그간 읽어온 역사관련 책과는 달랐다. 그동안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아니 가르쳐 주지 않는 내용을 더 알고 싶어서 읽었다. 주로 한홍구,강준만,이덕일의 책이었다. 그 책들을 읽으며 몰랐던 사건, 감춰진 진실을 알게되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은 역사를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보도록 도와주었다.

'들어가는 말'에서 작가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역사,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그리고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려주는 역사, 그래서 궁극적으로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하게 하는 역사,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는 말은 결코 거짓이나 과장이 아닙니다."

 

라고 말한다.


작가는 우당 이회영이 30대 때 스스로에게 한 질문, '한 번의 젊음을 어찌할 것인가?'를 가슴에 새겨 선대의 사람들에게서 선물받은 만큼 뒤이어 이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주고 싶다고 했다. 자신도 이회영처럼 눈을 감는 순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생'으로 답하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역사책으로 지식정보만을 습득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 항로에서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 어디로 가면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어떻게 살아야 할 지 혼란스러울 때, 이 책에서 일러주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보며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역사란 단지 시험을 치기 위해 외워야할 것이 많은 성가시기만 한 과목이 아니라 제목처럼 쓸모있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된 인물이 있다.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김육'이다. 그는 '대동법의 아버지'라고 한다. 대동법이 방납의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 쌀로 내도록 하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임진왜란 후 광해군 때 이원익에 의해 경기도에서만 대동법이 시행되었는데, 이것을 전국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김육은 일생을 바쳤다. 그렇게되기까지 거의 10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580년에 태어난 김육은 10대 때 임란으로 양친을 여의고 힘든 상황에서도 과거에 합격해 24세에 성균관에 들어가지만 '청종사오현소'라는 상소를 올린후 대과응시자격을 박탈당하고 낙향하여 숯을 만들어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가평에서 서울까지 160km를 걸어서 숯을 팔러 다니며 공납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인조반정이후 장원급제하여 관직에 나가지만 병자호란이 일어난다. 10대에 전쟁, 20대에 투쟁, 30대에 귀농, 40대에 다시 전쟁, 그가 제대로 된 정치생활을 시작한 것은 50대가 되어서였다. 79세에 유언상소를 올릴 때까지 오직 대동법의 전국 시행에만 집념을 불태웠다. 그는 좌우명 '애물제인(만물을 사랑하여 사람을 구제하자는 뜻)'을 죽을 때까지 온 몸으로 실천했던 것이다.

작가가 도입부에 소개하고 각오를 다졌던 이회영의 인생과 김육이 다르지 않다. '한 번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신의 일생으로 답한 사람이다. 질곡의 삶속에서 온 몸을 던져 이루고자 한 것을 마침내 해내고야 만 김육의 생을 읽으며 심장이 뜨거워졌고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해보았다. 나에게는 삶을 던져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가? 부끄러웠다.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고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고 물질을 욕망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자신이...

이 책은 단순한 역사 지식만 나열하는 책이 아니었다. 과거의 인물과 사건들을 작금에, 현재를 살고 있는 자신에 비추어보게 하는 거울과 같은 책이었다. 기존의 자기계발서나 인문학 서적보다 훨씬 뜨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책에 소개된 인물과 사건들을 이 한 편의 글에 다 언급하지 못함은 모자란 깜냥 때문이기도 하지만, 책을 통해 최태성 작가를 직접 만나기를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밝은 암시를 받아 티끌 같은 존재로서의 자신이 이 시대에 어떤 역할 하나를 하고 떠날 것인지 자문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다산북스의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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