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이야 - 지금보다 더 나은 당신의 내일을 위한 철학 입문서
나오에 기요타카 엮음, 이윤경 옮김 / 블랙피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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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하면 사는 게 더 수월해질까?"

출판사 '블랙피쉬'에서 나온 책 <철학이 이토록 도움이 될 줄일이야>는 그렇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일본의 철학과 사상학 분야 35명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도호쿠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교수인 '나오에 기요타카'가 엮었다.

1장은 개인에 대해, 2장에서는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철학책이니만큼 책의 사용설명서를 앞부분을 두고 있는데 참고 후 읽어나가면 더 쉬울 것이다.

1장 내용 중 "타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삶, 가치 없는 삶일까?"를 예시로 살펴보자. (제목 하단에 노자와 장자 인용, 난이도는 별 한 개, 주제는 삶의 보람, 공헌, 장수, 무용의 용으로 표기함)

먼저 학생들의 대화로 포문을 연다. 진로를 고민하는 지우와 태주가 '그냥 살아만 있는 것'과 '직업을 가지고 타인에게 보탬이 되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 다음 페이지에는 노자와 장자 사상을 토대로 '무용의 용'으로 확장 시킨다. 마지막에는 아래 사진처럼 "알아두면 쓸모 있는 철학 포인트" "나만의 철학 세우기" "오늘의 철학자"를 소개한다.

 

 

 

그 뒤에는 "칼럼"코너를 두어 서양철학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로 조금 더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칼럼코너는 매 주제마다 있는 것은 아니다.

 

아래 칼럼은 304쪽에 나오는데 고전서적을 읽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안내가 되어 있어서 마지막 특별부록을 다 읽은 후 학생지도용으로 참고해도 되겠고, 성인독자라면 고전을 좀 더 쉽게 읽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책은 마지막에 "철학 훈련을 위한 특별부록"이란 코너로 10분의 1정도를 할애하고 있다. 이 부분은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기에 참고할만하다. 어린이와도 질문을 통해 철학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디베이트와의 차이점, 철학 글쓰기, 소논문 쓰는 법까지 다루고있어서 철학수업 지침서로 쓰기에 좋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부모도 자녀와 적용해 볼 수 있겠다. 가장 마지막엔 이 책에서 참고한 문헌들도 나와 있어서 심층적인 고전읽기로 나아갈 수 있다.

각 주제별로 도입부에 청소년들의 대화로 시작해 철학사상으로 사고를 뻗어나갈 수 있도록 구성한 후 그 사상을 담은 고전과 철학자를 소개하며 마무리가 된다. 각 사상의 깊이는 얕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현실에서 고민하는 문제들을 철학적 사고로 확장시키는데에는 도움이 된다. 관심 가는 철학사상을 좀 더 깊이있게 읽고 싶다면 위에서 언급한대로 참고문헌을 보면 되겠다. 그러므로 이 책은 청소년이나 철학입문자들이 읽기에 적당하다.

지금까지는 이 책의 구성을 위주로 소개했고, 아래는 개인적인 독후감 위주로 쓰려고 한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을 보니 내가 한번쯤은 고민해봤던 것이거나 현재진행중인 것들도 제법 있었다.

 

230쪽에 "나는 타인의 잘못을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이 내게 딱 해당되는 주제였다. 요즘은 조금 나아지긴 했으나, 나는 타인의 잘못이나 실수를 용납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고 매너라는 것에 부합하지않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예컨대 작년부터 어떤 일로 만나 단체를 만들고 지난 달까지 힘을 모아 같이 일을 해왔는데 그 중 어떤 사람이 단톡방에 개인적 사정으로 그만하겠다는 문장 하나 달랑 남기고 나가버렸다. 그것은 지난 금요일에 있었던 일이고 오늘 오전에 회의가 있었는데 직접 나와서 양해를 밝히지 않고 그런 식의 행동을 하니 몹시 불쾌했다. 연인끼리의 이별도 톡으로 한다더니 이거야말로 그 짝이 아닌가. 예의가 없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나는, 주위사람들로부터 '너는 사람에 대한 기준을 너무 높게 잡고 있다.' 거나, '그러면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깐깐하게 굴게 되니 인생 너무 힘들게 사는거 아니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어왔다.

'이토 진사이'의 책 <어맹자의>에서 "충서(忠恕)"를 재인용하자면,

 

충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정도까지 죽을 힘을 다하는 것이고 서는 타인의 마음을 전력으로 헤아리는 것이다. 타인의 입장을 전력으로 헤아려서 그의 몸과 마음을 내것처럼 생각하고 세심하게 살피며 상상력을 발휘해보면 타인의 과실은 어쩔 수 없는 이유 또는 다른 방도가 없어서 범한 것이며 끝까지 미워할 수만은 없는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는 것이다. 충서에는 기본적으로 사랑과 정의가 기본이나 충서라는 관대한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을 용납하는것이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건 상대를 신뢰하고, 그 사람이 반드시 책임을 질 줄 아는 인격자임을 끝까지 믿는다는 뜻이다.

충서에 따르자면,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걸까? 그가 어떤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것으로 이해까지는 할 수 있겠으나 그런 예의없는 행동은 수긍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한 번 더 생각해보지는 않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한 행동으로 그를 나쁜 사람으로 여기는 생각으로 발전했을 수도 있는데 충서에 대입해 생각하다보니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인간관계는 매순간 우리를 시험들게 한다. 한번의 경험으로 전체를 판단하려는 경향도 강하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조금 불편하고 혹은 귀찮기도 하지만 이런 책을 읽음으로써 생각이 확연히 변하는 것 까지는 아니라도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기는 하다.

이 외에도 2장에서 자주 다루는 "정의"에 대한 부분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의 여러 문제마다 걸린다. 그러므로 뉴스에서 만나는 상황들에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각도의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도록 도와준다. 자유와 믿음에 대해, 종교와 전쟁에 대해, 행복과 이성에 대해, 나와 국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려면,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철학이 그저 어려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게 아니라, 책의 제목처럼 우리 생각과 삶에 실제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나 자신의 변화로 이어지며 그것은 주위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사회전체에 긍정적 발전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철학의 힘이다!

 

 

 

부끄럽게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고전의 제목은 알아도 읽어본 적은 없다는 걸 확인했다. 헤겔과 칸트의 이름이야 알지만 그의 철학책은 읽지 않았고, 밀의 자유론과 롤스의 정의론은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에서 인용된 내용, 지극히 일부만 알면서 안다고 착각했다. 이번 기회에 고전을 찾아 읽어보아야겠다. 점점 무게와 깊이가 있는 책보다는 쉽고 가벼운 책만 가까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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