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의 식탁 -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 이야기
스쥔 지음, 류춘톈 그림, 박소정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출간된 <식물학자의 식탁>의 부제는 ‘식물학자가 맛있게 볶아낸 식물이야기’ 이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식물학 박사 스쥔이 쓰고 류춘텐이라는 삽화가가 그림을 그렸다. 식물학자가 쓴 것이니만큼 다양한 식물들에 대해 알 수 있는데 목차에 있는 이름만으로는 아는 게 몇 개 없어서 갸우뚱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을 하나하나 읽어보면 중국식 이름이라서 처음 듣는 것 같았던 것들이 있다. 예컨대 호두를 ‘핵도’로, 키위를 ‘미후도’로 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이 그림을 보면 바로 확인가능하다. 거의 식물도감 수준으로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사진보다 사실감이 있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목차를 보자면 1부 식물학자의 경고, 2부식물학자의 추천, 3부는 식물학자의 개인 소장품이다. 총 40여개의 식물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그것의 역사와 자생지, 재배법, 음용법을 포함한 상식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것이 독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다. 식물이나 자연식에 관심이 많거나 약초를 캐러 다니는 사람들이 독자라면 유용하게 두고두고 참고할 만한 책이 되겠다. 그렇지 않다면 전문적인 성분에 대한 설명을 읽고 어렵게 여길 수도 있다. 우리가 주로 먹는 나물이나 차라고 해봐야 열손가락 다 펴 봐도 그것을 넘지 않는데 이렇게 많은 식물의 정보를 알아서 뭐하겠나 싶기도 하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즐겨먹는 식물의 독성 혹은 약성에 대한 정보,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 교정해 주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읽어보면 식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식물 소개 끝나는 부분에는 “미식 비법”이라는 꼭지를 두어 추가 지식이나 조리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흔히들 호두가 사람의 뇌처럼 생겨서 호두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오메가6와 오메가3 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양분이 비교적 골고루 함유되어 있지만 호두를 먹는다고 머리를 더 좋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건호두에는 100그램당 단백질 14.9그램, 지방 58그램, 탄수화물 6.1그램, 칼슘 56밀리그램, 인 294밀리그램, 아연 2.17밀리그램, 비타민E 43밀리그램이 들어있는데 뇌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주지만 이 정도는 다른 음식에도 많다는 것이다. 뇌를 더 발달시키고 싶다면,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두뇌 사고 훈련을 강화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리 애들한테 머리 좋아진다며 많이 먹였는데ㅠ

 

 

 

 

우리의 제사상에도 꼭 올라오는 나물인 고사리에 대해 살펴보자. 중국의 문헌에 등장한 고사리 식용의 역사는 춘추시대의 “시경”이라고 한다. 양치식물의 황금기는 지금으로부터 3억5천만년~2억 2500만 년 전이며 공룡들이 먹었을 것으로 추청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공룡들이 배를 채우기엔 양이 적어 디저트 정도였을 것인데 왜 고사리가 공룡의 음식으로 취급되는 것인지를 밝힌다. 잘못 알려진 상식이 인터넷에서 퍼지면 정설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고사리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덩치 큰 공룡이 먹기에 키도 크고 양이 많은 것은 사라나무이므로 공룡이 주로 먹었을 것인데 사라나무가 현존하는 큰 양치식물이고 고사리가 양치식물의 대표이다보니 대표격인 고사리가 공룡이 주로 먹었다고 전해지는 것이다.

 

 

양귀비가 헤로인으로 이어진 역사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다. 3천여 년 전 메소포타미아 유역의 수메르인들은 이미 하루 노동 후 양귀비차를 한 주전자 끓여서 그날의 피로를 풀었다. 그들은 양귀비를 환락초라고 불렀다. 얼마 후, 숙성하지 않은 양귀비 열매를 살짝 자르면 그 부위에서 흰색 유즙이 쏟아져 나오는 걸 아시리아인들이 발견했고, 그 유즙이 건조되면 강력한 효력을 지닌 검은색 아편덩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19세기, 독일 과학자 제르튀르너는 아편의 중독성을 끊어내려고 순수 진통 성분인 모르핀을 추출해냈다. 그런데 이 성분에도 중독성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모르핀의 폐단을 극복하려고 그는 모르핀의 분자구조에 살짝 수정을 가했는데 그 탄생은 헤로인이었다. 작가는 사람을 중독시키는 아편, 대마, 니코틴을 차례로 설명하며 사람을 중독시키는 도파민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강력한 자극에 적응하게 되면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만족하는 기쁨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생활속에서 찾는 행복이야말로 가장 강렬한 중독성 약물이라고 한다. 마약은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커피에 중독된 나는, 커피외의 음식에 대해 그리 만족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마약 성분이 든 식물에 대한 글을 읽다가 '내가 작은 행복을 누리려고 노력해보지 않은게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그 외에도 미후도가 어떻게 뉴질랜드로 가서 키위가 되었는지, 샐러리가 정말 정자를 죽이는 야채인지, 시금치에 들어있는 옥산살이라는 강산성에 대한 이야기, 감의 떫은 맛의 정체 등등... 읽을수록 신기하고 재미난 내용들이 많다. 주방에 두고 요리 재료를 손질할 때나 차를 마실 때 참고하기에 유용한 책이다. 한 번에 후루룩 다 읽고 책장에 꽂아두기에는 아깝다. 얼마 전에 읽은 소설 <독의 꽃>에서처럼 모든 독성을 가진 것은 독뿐 아니라 약이 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한 식물들도 역시 독과 약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섭취하려고 할 때, 이 책으로 지침 삼아 기왕이면 약 성분이 더 발휘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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