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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 - H.O.T 이후 아이돌 팬덤의 ABC ㅣ 이슈북 8
이민희 지음 / 알마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팬덤과 빠순이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팬덤과 빠순이는 거의 동일한 의미라고 보면 된다.
다만 빠순이는 과거 여학생 위주로 이루어진
오빠부대를 낮춰 부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오빠부대 뿐 아니라
걸그룹을 좋아하는 누나부대, 자신보다 어린 가수를 좋아하는 조카부대도 존재하기 때문에
빠순이라는 말보다 팬덤이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팬덤세계 밖에서 보았을 때는
팬덤이 단순히 가수나 그룹을 좋아하는 모임 정도로 보이겠지만
이들 팬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능력과 열정을 가진 집단이다.
책에도 자세히 나와있지만
이들 팬덤은 돈계산이 아닌 무한한 애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그 사랑을 바탕으로 엄청난 결과물을 창조해내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팬덤 세계를 잘 모르던 나에게
팬덤 세상이 이렇게 치열하고 맹렬하게 돌아간다는 것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단순히 앨범 나오면 앨범사고, 공연하면 공연보러 가고 이런게
팬덤의 모든 것이 아니다.
앨범을 사더라도 종류별로 사서 10장 이상 사는 팬이 수두룩하고
하루 종일 자신이 응원하는 그룹 음악을 스트리밍하여
가요순위 상승을 뒷받침하는 이들도 많다.
또한 기자가 제공하는 사진 외에 더 현실적인 사진을 얻기 위해
행사관계자와 육탄전을 벌여가며
망원렌즈에 가까운 카메라를 다루는 여성 팬도 있으며,
일본활동을 하는 아이돌 정보를 얻고자
일본어에 능숙해진 팬들도 상당수 있다.
여기에 콘서트가 열리면
일찌감치 예매준비와 예행연습을 마치고
단 몇 분안에 좌석 매진을 시키는 자금력과 행동력도 보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자신의 우상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 하나 없는 게 바로 팬덤이다.
팬덤의 진가는 위기가 터졌을 때 알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에 안 좋은 소문이 터졌을때
팬덤은 각종 정보를 수집하여
이른바 쉴드(?)를 해낸다.
팬의 사랑의 힘이 오빠나 누나, 조카를 지켜내는 것이다.
이런 팬덤들의 행동을 들여보다보면
학생이나 직장인 주업이 아니라
팬덤활동이 주업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팬덤들 세상에 다소
어두운 측면도 존재한다.
일부의 경우이겠지만 과도한 금액을 들여
그룹 멤버들에게 이른바 조공(?)을 바치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죽자살자 사생활을 쫓아다니며 사생팬 생활을 해서
멤버들을 피곤하게 하는 사례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룹 외 다른 그룹 팬덤과는
세력 전쟁을 펼치며 정치적 싸움을 펼치는 일도 다반사이다.
이 정치적 싸움은 단순히 공연장에서 육체적 충돌로 발생하는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온갖 루머와 악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측면이 있다.
자신의 그룹을 살리기 위해 경쟁그룹의 단점을 찾아나서며
뭔가 꼬투리가 잡히면 다같이 합세해 해당 그룹을
궁지로 몰아버린다. 이때 그룹을 무너뜨리기 위해
거짓된 자료 및 조작된 증거가 탄생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작의 중심에는
팬덤이 자리하고 있다.
팬덤들은 마치 정치권의 여당과 야당처럼
서로 여론 공작전을 벌이고 때론 조작을 펼쳐대며
날선 공방전을 펼치는 것이다.
이들이 인터넷에서 내놓은 글의 수준은
그래서 거의 글반 욕반이다.
팬덤의 어두운 측면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이런 모습 때문에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며
팬덤이 아닌척 하는 인물도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케이팝 발전에
팬덤의 공헌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나치고 맹목적인 팬덤활동은
분명 가요계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함은 물론
본인의 인격을 파괴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대중음악은 즐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거기에 빠져들어 싸우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팬덤들의 모양새가 조금은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정말 이 책은
본인은 물론 여러 지인들의
팬덤활동을 기반으로 작성된
몹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팬덤세상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가져다 주리라 생각한다.
단, 이미 팬덤세계 안에 존재하는 이들에게는
굉장히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왜냐면 그들이 항상 해오던 일이
써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