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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대전환을 만들었는가 - 인구, 식량, 에너지, 경제, 환경으로 본 세계의 작동 원리
바츨라프 스밀 지음, 안유석 옮김 / 처음북스 / 2025년 8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역사와 문명의 전개를 다룬 책들은 늘 제게 특별한 울림을 줍니다. 인류사의 흐름을 큰 틀에서 해석해낸 대표적인 저작으로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꼽을 수 있을 텐데요. 저 역시 오랫동안 이 두 권의 명저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이 다시 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어왔습니다.
그런 제게 바츨라프 스밀의 《무엇이 대전환을 만들었는가》는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반가운 발견이었습니다. 이 책을 접한 순간, 제 독서 여정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경험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총, 균, 쇠》나 《사피엔스》가 인류 발전의 결정적 순간과 전환점을 조망한 저술이라면, 스밀의 이번 저작은 근대와 현대에 초점을 맞추며 차별성을 드러냅니다. 특히 기술, 에너지, 환경과 같은 요인들이 어떻게 현재 사회를 형성했는지를 분석하며, 단순한 역사 서술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작동 원리를 파헤치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대목은 문명의 변화를 S자 곡선으로 설명한 부분이었습니다. 혁신은 번개처럼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서서히 도입되고 폭발적으로 확산되며, 결국 안정 단계에 이르는 흐름을 따른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는 새로운 기술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단기적 성과를 과신하는 미디어 담론에 대한 일종의 반론처럼 읽히기도 했습니다. 투자 시장에서 무모한 기대와 맹목적 추종으로 손실을 보는 현상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근본적 변화는 기존 체계와의 충돌과 공존, 점진적 확산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현실이 된다는 통찰을 전해줍니다.
책은 또한 세대별로 달라진 에너지 사용, 식량 소비, 정보 접근성의 차이가 어떻게 삶의 질과 사회적 기대치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는지를 보여줍니다. 스밀은 이러한 급속한 전환이 긍정적인 성취만 남긴 것이 아니라, 환경적 부담과 지속 가능성의 위기라는 새로운 문제를 동반했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앞으로 다음 세대가 감당해야 할 복합적인 도전과제임을 경고하는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흥미로웠던 또 하나의 주제는 이민과 도시화, 그리고 메가시티의 형성이었습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어떻게 노동력 집중과 경제 성장을 촉발했는지를 상세히 분석합니다. 특히 미국이 다양한 이민 정책을 통해 인적 자원을 흡수하고 세계적 강대국으로 부상한 과정을 다시금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동시에 최근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은 그 흐름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며, 역사적 맥락 속에서 대비되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무엇이 대전환을 만들었는가》는 인류가 직면한 주요 과제와 가능성을 폭넓게 다루며,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어떻게 전망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집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단순히 학문적 통찰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와 사회 변화라는 실질적 맥락에서도 많은 성찰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