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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와이프 ㅣ 스토리콜렉터 123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아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특정 시대의 삶과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흔한 문학적 수사가 아니라, 작품을 통해 당대의 현실과 인간 본질을 탐구할 수 있다는 전제이기도 합니다.

작품의 서두는 독자의 몰입을 단번에 끌어당깁니다. 심리학자이자 주인공인 조 올로클린은 아버지 윌리엄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합니다. 런던의 한 병원에서 칼에 찔린 채 의식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은 그 자체로 큰 충격이지만, 병실에서 맞닥뜨린 상황은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바로 낯선 여성 올리비아가 자신을 윌리엄의 ‘또 다른 아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만약 이 사건이 내 가족에게 일어났다면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배신감, 분노, 혹은 진실을 의심하는 불안감이 교차하며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경의 대상이었던 아버지가 비밀스러운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은 조의 정체성과 가족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흔듭니다. 그는 심리학자로서의 냉정함과 아들로서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버지의 과거를 하나씩 되짚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직 경찰이자 오랜 친구인 루이즈와 손잡고, 올리비아의 실체와 그녀의 배경을 추적합니다. 조사는 ‘위조된 신원’, ‘CCTV 기록’, ‘병원 서류’ 같은 단서들을 통해 점차 퍼즐을 맞추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조의 아버지와 이 여성은 어떤 과거를 공유했을까? 세부적인 이야기를 모두 밝히는 것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진실이 단순히 범죄의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인간의 나약함, 잘못된 선택, 그리고 그로 인한 관계의 붕괴와 회복이라는 보편적 문제와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완벽한 사람은 없다”라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마치 손에 쥔 모래가 빠져나가듯, 인간의 마음 또한 붙잡으려 하면 더 쉽게 흘러가 버립니다. 누구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비밀이나 부끄러운 기억을 하나쯤은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외도와 같은 잘못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인간이 본래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용서와 이해의 가능성도 열리게 됩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는 태도는 관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힘이 됩니다. 때로는 진실이 관계를 산산조각 낼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더 깊은 신뢰와 유대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심리 스릴러를 넘어, 인간관계와 정체성에 대한 울림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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