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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의 시대 -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글로벌 금융의 미래
이선민 지음 / 잇담북스 / 2025년 8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우리가 역사 속 거부(巨富)들을 돌아볼 때마다 드는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이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사실 오늘날 대를 이어 부를 유지하는 명문가라고 해서 처음부터 막대한 자산을 갖고 태어난 것은 아니지요. 그들 또한 특정 시대적 흐름 속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자산이나 산업에 과감히 투자했고, 그 결정이 후대의 부를 형성했습니다. 결국 기회를 인식하고 과감하게 잡아낸 이들이 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실패와 몰락의 사례도 많습니다. 잘못된 선택으로 기회를 놓치거나 무리한 투자로 파국을 맞은 인물들 역시 적지 않았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시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이었습니다. 비트코인은 정부나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는 완전한 탈중앙화 자산으로,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직접 거래를 검증하고 장부를 기록하는 구조를 지녔습니다. 이는 기존 금융 체제의 중앙집중적 모델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검열로부터 자유롭고, 자산 보호라는 성격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국제 질서 속 달러 패권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저항의 수단으로 만들었다는 맥락이 흥미로웠습니다.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는 희소성(scarcity)에 있습니다.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은 마치 금처럼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세계 경제가 불안정해질수록, 이 제한된 공급량은 디지털 금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화합니다.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과거에는 달러 접근이 어려운 아프리카·남미 지역에서 주로 활용되던 가상자산이 이제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블랙록, 피델리티,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같은 대형 금융사들이 비트코인을 편입하면서 시장의 신뢰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책이 특히 돋보이는 지점은 미국의 전략적 시각을 구체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입니다. 패권국으로서 미국은 달러와 금, 나아가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지정학적 우위를 더 단단히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의도적이며 계산적입니다. 그중에서도 USDT(테더), USDC(서클) 같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사실상 ‘디지털 달러’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놀라운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기 대상이 아니라 디지털 금으로서 국가 전략 자산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방어, 금융 시스템 불안정에 대한 대응, 그리고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이라는 맥락에서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흐름은 앞으로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이 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코인을 단순히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말이지요. 《스테이블코인의 시대》는 그 관점을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