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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전쟁 - 새로운 세계 질서를 결정할 미중 패권 전쟁의 본질과 미래
이철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8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산업혁명 시기 세계 경제 질서를 주도했던 나라가 영국이었고, 그 중심에는 파운드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국제 무대의 주도권은 명백히 미국에 있으며, 달러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혁·개방 이후 눈부신 속도로 성장한 중국은 더 이상 2위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이제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와 같은 중국의 가파른 부상이야말로 국제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철의 《다시 시작된 전쟁》은 이러한 미·중 갈등을 단순한 통상 문제로 축소하지 않고, 세계 패권 질서를 둘러싼 구조적 대립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2위를 앞지르려는 중국과, 추격을 따돌리려는 미국의 공방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으며, 미국 입장에서는 경쟁자를 확실히 억제하려는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의 바이든이든, 공화당의 트럼프든 결국 정책 기조의 차이는 존재하더라도 ‘중국 견제’라는 큰 틀에서는 같은 방향성을 공유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워 제조업 부활과 중산층 보호를 목표로 고율 관세를 정책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무역 적자를 줄이려는 차원을 넘어, 중국의 기술 굴기와 국가 주도 성장 모델을 억제하기 위한 본격적인 견제 전략이었습니다. 관세 부과는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로 이어졌으며, 그 지점이 바로 ‘경제적 디커플링’의 출발점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미국은 산업 정책을 강화하고, 반도체·인공지능·배터리와 같은 차세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결국 관세 갈등은 무역 통계상의 분쟁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와 생산 거점의 재편이라는 대규모 변화를 촉발하며, 세계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마저 둔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특히 기술과 자본의 분리가 가속화되면서 금융 체제가 블록화되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짚어내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동안, 중국 또한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내순환 경제’라는 이름으로 자국 내 소비·생산·기술 체계를 자립시키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질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어느 정도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나아가 미국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다시 시작된 전쟁》은 이 과정을 통찰력 있게 분석하며 독자로 하여금 국제 질서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큰 읽을거리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