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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기담집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부커 / 2024년 7월
평점 :
일본식의 기기괴괴한 스토리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던 것이 이번에 에도가와 란포가 발행한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이었습니다
에도가와 란포 기담집은 하나의 이야기가 길게 늘어지는 장편소설이 아닌, 16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이야기마다 에도가와 란포가 아니면 생각해 내기 힘든 독특하고 기괴한 전개 방식과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각 챕터의 단편 소설들은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 몽환적인 세계로 빠져들게 해줬어요~
총 16편의 스토리 중에 소개할만한 스토리 3개만 보여드려면요
"애벌레"라는 작품에서는 전쟁에서 사지가 잘려 돌아온 남편을 보살피며 금지된 욕망에 눈을 뜨는 아내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남편은 군인으로 참전한 전쟁에서 팔, 다리, 청력을 잃고, 아내는 그런 남편을 연민으로 돌보기 시작하지만 점점 금지된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조금도 거동하지 못하는 남편을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하나의 장난감으로 전락하는 시점까지 가게 되는데 멀쩡했던 하나의 여인이 괴물로 변해가는 그 모습을 정말 디테일하게 소름돋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거울 지옥"이라는 작품에서는 렌즈와 거울에 갇힌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거울과 렌즈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이른바 거울덕후입니다
거울과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점점 더 많은 거울과 렌즈를 수집하게 되는데요, 결국은 자신이 만든 안쪽이 모두 거울로 된 구체를 만들게 되는데, 이 구체 안에 들어가면서 점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잃어버리고 갇혀서 탈출하지 못하고 미쳐버리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제한된 공간에 갇혀서 미쳐가는 그 폐쇄적인 끔찍함, 답답함! 을 글귀 하나하나로 그대로 체험할 수 있었어요
이 스토리는 얼마전에 본 미드인 <로크앤키>에 나온 마법거울과 비슷한 설정이라서 더 재밌게 읽었던 챕터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현대 시대에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고, 게임이나 한가지에 몰입하고 빠져서 스스로 파멸을 맞고 있는 일본의 사토리 세대에 경고를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을가 생각해봅니다
"붉은 방"이라는 작품에서는 99명을 살해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남자의 고백을 다루고 있는데요
독을 음식이나 음료에 몰래 섞어 넣어, 피해자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섭취하게 만드는 독살 방법이라던지 혹은 피해자들을 밀폐된 공간에 가두고, 산소 공급을 차단하여 질식사시키는 방법을 지켜보며 흥분을 느낀다던지 등등 다양한 방법의 살인의 추억을 들려주며 100번째의 살인 스토리의 피해자가 될 사람을 물색하고 있다는 고백을 다루고 있습니다
도덕성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격리가 되는 순간 사람이 얼마나 잔인하고 이기적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도서라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정말 재밌게 봤던 도서가 아니었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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