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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갑 속에 들어온 제국주의 - 우리는 정말 자유롭게 소비하고 있을까?
모지현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9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우리가 하루를 살아가며 무심코 사용하는 것들—아침의 스타벅스 커피, 시원한 코카콜라 한 캔, 손안의 아이폰과 그 운영체제까지—이 모든 것은 이미 너무 익숙해져 “당연한 기술 문명”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역사적 맥락과 권력의 흔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알지 못해도 불편하지 않지만, 한 번 그 기원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깊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음을 깨닫게 되죠.
『내 지갑 속에 들어온 제국주의』는 우리가 무심코 행하는 소비 행위 뒤편에 어떤 힘이 작동하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책입니다. 저자는 난해한 경제학이나 정치철학의 언어를 동원하지 않고, 오히려 ‘커피 한 잔’과 ‘스마트폰 한 대’라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제국주의가 어떻게 현대 소비사회 속에 재구성되어 존재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나는 정말로 내 지갑의 주인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설계된 소비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가?”
서두에서는 코카콜라의 세계적 확산 과정을 중심으로, ‘현대판 제국주의’의 얼굴을 조명합니다. 코카콜라가 단순한 음료 브랜드가 아니라, 전쟁을 계기로 전 세계에 문화적 영향력을 확장한 ‘미국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을 추적하죠. 저자는 이를 고대 로마제국의 도로망 전략과 비교하며, 제국이 인프라를 통해 어떻게 지배를 공고히 하는지 흥미롭게 해석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할리우드, 맥도날드, 디즈니 등도 단순한 기업이 아닌 ‘문화적 제국’의 일부로 기능한다는 저자의 분석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 중 하나는 ‘소비의 편리함 뒤에는 타인의 노동과 희생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경고가 아니라,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 구조를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입니다.
특히 저자는 영국제국의 인도 통치 전략이었던 ‘분할 통치(Divide and Rule)’ 개념을 현대 경제 시스템에 연결시켜, 오늘날의 세계화가 실은 과거 제국주의의 다른 형태일 뿐이라는 통찰을 제시합니다.
중반부에서는 ‘자라(ZARA)’에서 시작해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로 이어지는 디지털 제국의 이야기로 시선을 옮깁니다. 저자는 초고속 생산과 소비를 가능케 한 자라의 공급망 구조를 분석하며, ‘속도’와 ‘데이터’가 새로운 형태의 지배 수단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줍니다. 이어 GAFA의 데이터 독점 체계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가 곧 권력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해부합니다.
이 부분은 특히 오늘날 ‘소비자’와 ‘시민’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해졌는지를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결국 이 책은 단순히 ‘제국주의의 역사’를 되짚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참여하고 있는 소비 시스템 속에 제국의 논리가 어떻게 살아 숨 쉬는가를 탐구하는 작업입니다.
『내 지갑 속에 들어온 제국주의』를 통해 저는 ‘의식 있는 소비자’란 무엇인지, 그리고 ‘깨어 있는 시민’으로서의 태도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일상의 사소한 선택이 결코 가벼운 행위가 아님을 일깨워주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