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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이후의 질서 - 트럼프 경제 패권의 미래
케네스 로고프 지음, 노승영 옮김 / 윌북 / 2025년 10월
평점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실제 독서 후 남기는 서평입니다
직장인이 된 지 오래도록 저는 ‘달러 패권’이라는 말이 내 삶과 무관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해운업계에서 20년 가까이 몸담으며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매일 체감하다 보니,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달러와 미국의 패권 구조가 결국 우리가 일상에서 벌고 소비하는 모든 경제 행위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케네스 로고프의 《달러 이후의 질서》는 이런 인식을 다시금 뒤흔든 책입니다.
올해 읽은 거시경제 관련 도서 중에서도 가장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냉철하고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달러 체제의 균열’을 해부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간 이어져 온 달러 중심 금융질서가 어떤 과정을 통해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지, 저자는 방대한 데이터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1부에서는 루블화, 엔화, 유로화 등 과거 달러에 도전했던 통화들의 실패 원인을 추적합니다. 중앙집권적 경제 운영의 비효율, 버블 붕괴를 초래한 일본의 금리 정책, 재정통합 부재로 흔들리는 유로존의 구조적 한계까지—모두 달러의 견고함을 반증하는 사례로 제시됩니다. 특히 로고프는 미국 자본시장의 신뢰도와 금융 인프라가 단순한 ‘운’이 아니라 체계적 힘임을 강조합니다.
2부에서는 위안화의 부상을 다루며 “이번엔 다르다”는 착각을 경계합니다. 중국의 폭발적 성장은 부채 의존형 구조 위에 세워졌고, 인민은행의 통화 개입과 그림자금융 확산, 300%에 육박하는 GDP 대비 부채비율은 달러를 대체하기엔 불안정한 기반이라 분석합니다. 내수 기반의 취약성, 극심한 빈부격차, 경직된 금융시장 역시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엔 치명적 한계로 지적됩니다.
또한 저자는 레바논, 아르헨티나, 짐바브웨 등의 사례를 통해 고정환율제의 유혹과 초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보여주며, 달러 의존이 가져오는 ‘안정과 불안의 공존’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이 대목은 세계 경제가 달러의 영향력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실감케 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서는 미국 내부의 균열을 조명합니다
급증하는 부채,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정치적 포퓰리즘과 초저금리 정책은 달러 제국의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로고프는 현대화폐이론(MMT) 아래 방치된 과도한 부채가 패권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점에서 많은 공감이 되었어요
《달러 이후의 질서》는 트럼프의 재등장, 미·중 디커플링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우리 돈의 미래”를 다시 묻는 계기를 주는 책이었습니다
달러가 흔들릴 때 세계는 어떻게 재편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냉철한 해답을 제시했던 도서로 추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