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랑 - 언젠가 너로 인해 울게 될 것을 알지만
정현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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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는 고통을 가장 먼저 잊도록 구조화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책을 읽으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슬픈 기억들조차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사랑으로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그래도 사랑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같았다. 과거 상상도 못한 방식의 이별을 경험하고, 마음 아파하고, 울다 지쳐 몸이 병들고, 지워지지 않을 큰 상처가 남았지만, 작가는 이것을 상처라 하지 않고 흉터라고 말한다. 사랑의 대가로 겪었던 아픔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해진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과 같은 이별의 아픔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사랑>을 통해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래도 사랑>은 만남부터 시작해서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까지의 독특한 흐름으로 진행되는 에세이였다. 남자의 관점과 여자의 관점들이 혼합되어 있어서 성별에 따른 사랑의 미묘한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서로 좋아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연인이 되지 못하며 친구 사이로 굳어진 남녀의 이야기, 편의점에서 일하며 호감을 느낀 손님의 이야기, 도서관에서 우연히 빌린 책에 끼워진 편지를 읽으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이야기, 연인과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되는 이야기, 생각지도 못한 재회로 다시 연인으로 발전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의 이야기들이 담겨있어서 읽다 보면 추억이 강제소환되기도 했다. 호감이 사랑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호감에서 맴돌다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기도 하는 것을 보며 세상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 덕분에 평소 사랑이라고 정의한 것들의 영역이 확장되었다. 그러면서 사랑이라 생각하기도 전에 흘려버린 과거의 사람들을 떠올리기도 했고, 앞으로 다가올 다양한 형태의 만남-사랑-이별-아픔-재회를 상상해 보기도 했다. 시뮬레이션을 하듯 한 장면 한 장면 떠올리며 읽고나니 성숙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 못난 남자가 되어버렸구나. 자기 여자를 불안하게 하는 건 못난 남자나 하는 일이라던데. 내가 미안해. 중요한 일이 있었어. 깊이 생각을 해야 했고 말이야. 접시는 잊어. 더 예쁜 것으로 사줄께."

고답다고 여자는 말했다. 하지만 여자는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아마도 여자가 숨기고 있는 마음을 남자는 이해했던가 보다. 전화를 끊기 전 이런 말을 덧붙였다. "깨진 접시는 다시 붙일 수 없지만 살아 있는 것들은 달라. 상처가 났던 자리가 다시 붙으면 거기는 더 단단해지잖아. 그런 일은 없겠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나를 믿고 우리를 믿어." 그것은 출렁거리는 불안의 파도를 잠재우는 마법 같은 말이었다. 


-136 page


각양각색의 사랑 이야기를 각 사연들과 영화 그리고 소설 등을 통해서 들려주었기 때문에 더 재밌었고, '사랑의 과정'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20년 동안 라디오 작가로 활동하면서 그녀가 보고 듣고 경험한 다양한 형태의 사랑 이야기는 심리학 책 또는 소설책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특히 엘비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의 다섯 단계'인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과정을 '이별의 과정'과 비교하는 부분은 인상 깊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부정하고, 왜 하필 나냐고 화를 내고, 내가 더 잘할 테니 기회를 달라고 애원하고, 희망이 없을 느끼고 절망하고, 그 후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이별을 경험하는 연인의 모습과 정말 많이 닮아있었다. 이별의 아픔이 죽음과 맞먹을 정도로 큰 고통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나니 수많은 이별을 잘 견디고 극복해 온 내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사랑>을 다 읽고 나니, 누구보다 사랑에 대해 잘 알고 또 많이 썼다는 작가의 말이 더 이상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책이 들려준 많은 사연들을 읽으면서 나를 비롯한 타인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연예 상담을 해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이 마냥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거 같았다. 만약 주변에 사랑과 이별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해주면 싶어졌다. 아름답고 운명 같은 사랑도 허무하게 끝이 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연인이 되기도 한다는 걸 각양각색의 사연들을 통해 깨달으며 치유받고 힘을 얻을 수 있을 거 같았다. 누군가 과거의 상처로 인해 현재 찾아온 인연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이런 사랑도 저런 사랑도 결국엔 성숙한 사랑의 결실을 맺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깨닫고 용기를 내어보면 좋을 거 같다.


경험과 시행착오가 필요할 거예요. 예를 들면 귀한 사람을 잃었다가 다시 찾는 것처럼 말이에요. 고맙게도 헤어져 있는 시간을 통해 더 큰 확신을 갖게 되었네요. 이 순간의 소중한 감정을 기억해두세요. 좋은 기준이 되고 중심이 되어 두 사람을 지켜줄 테니까. 저는 이 말이 좋습니다. '그들은 이제 자기 안의 아픔을 보지 않는다. 대신 상대의 눈빛을 본다.' 그 눈 안에서 어려운 날에도 다시 확신을 얻으면서, 서로 믿고, 자기 자신을 믿으며 함께 있길.


-상실의 시간을 통해 우리가 얻는 선물(그들에게 말 걸다)_337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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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하길 참 잘했다 - 사람과 사랑에 상처받은 마음에게 전하는 위로 산문집
이민혁 지음 / 레몬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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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하길 참 잘했다>는 각 이야기마다 따뜻하고 섬세한 감정이 담겨 있었고, 짧은 글들임에도 강한 울림이 있었다. 그래서 한 문장을 읽어도 그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며 읽었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진짜 이야기를 들으려 귀 기울였다. 똑같은 일을 경험했음에도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들은 사뭇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섬세하면서도 독특한 작가 특유의 이야기 방식이 공감 그 이상의 것을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이미 각종 미디어를 통해 알고 있는 익숙한 이야기들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긍정의 기운과 영향력은 사람이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인공호흡을 해준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에게 <그래도 사랑하길 참 잘했다>는 끊임없이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듯했다.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입술을 깨물며 참았고,

뭐가 그렇게 미안해서 환한 미소를 주지 못했나.

후회도, 미안함도, 고단함도

그리고 내게 왔던 웃음들도 밟으며 걷는다.

미안해.

고마워.

괜찮아.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들이 나와 같이 지금 여기에 있다.

맛있는 커피야.

바람이 달콤해.

조금 더 속도를 높여 걸어 본다.

<그래도 사랑하길 참 잘했다> 본문 中

 

한 편의 시에도 많은 감정이 담겨있어서 진한 여운을 남겼다. 미안했던 마음, 고마웠던 마음, 스스로 위로했던 마음 등 다양한 감정들이 이야기를 통해 나를 통과하는 느낌이었다. 책으로도 이런 감정이 든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또한 나만 그런지 알고 잔뜩 움츠려들었던 일들도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걸 알게 해줬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듯했다.


책을 읽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나의 문제점을 발견하곤 한다. '그딴 위로는 필요 없어'를 통해 내가 건넨 위로가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생각해보았다. 때론 걱정하는 마음에, 때론 화가 나는 마음에, 때론 무심한 마음에 던졌던 위로들이 어쩌면 나와 거리를 멀어지게 한 건 아닌지. 그렇다면 나는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해보았다. 적어도 내게 어렵게 다가와 고민과 걱정을 털어놓는 누군가에게 더 큰 외로움과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상대방의 진심을 왜곡해서 듣지 않았으면 했다.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곤두박질친다. 적당한 곳에서 멈추지 않고, 끊지도 않는다면 그 순간은 더 빨리 온다. 더 많이, 더 빨리 빼곡히 채워 넣는 것만이 발전이고 성공이라 알고 있었는데, 조금씩 덜어내고 채우는 것이 내 삶을 더 이롭게 하리라는 걸 이제는 안다.

-107page


'적당한 곳에서 멈추지 않고, 끊지도 않는다면 그 순간은 더 빨리 온다'는 작가의 말이 내 마음을 뜨끔하게 만들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는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물질적으로도 능력적으로도 끊임없이 채우려 노력했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한 행동들이 습관이 되어 나의 삶의 여유를 갉아먹었던 거 같다. 문뜩 '작가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이유는 조금씩 덜어 내고 채우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해는 어쩌면 자신과 타인의 의견이 맞지 않는 시간 속에서의 방황이 아닌, 자신 안에 타인을 담기 위한 줄다리기 같은 것일 수 있다. 당길 수 있는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도 느슨하게 풀어 줄 수 있는 지혜로 타인의 의견을 듣고 받아들이자.

-191 page


지금까지 '오해'란 타인이 나의 말을 비틀어 이해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문제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았다. 그런데 '오해는 자신 안에 타인을 담기 위한 줄다리기'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을 통해 '오해'가 나에게서 비롯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타인의 말과 행동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당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느슨하게 풀어 줄 수 있는 지혜'를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졌다.


너무 자신만을 생각해서 타인을 무시하는 이기적인 마음은 있어선 안 되지만, 자신이 있어야 타인도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애를 늘 잊지 말고 지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원하는 사랑과 행복을 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충분히 나눠줄 수 있다.

-251page


성숙한 사람의 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타인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쉽지 않은 길을 가주었던 작가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그 덕분에 오늘의 슬픔이 내일의 기쁨을 위함임을 깨달을 수 있었고, 낙심을 줄이는 법 또한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배움은 긍정과 부정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일을 꾸준히 했기 때문일까?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은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작가가 참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매번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해 좌절을 수도 없이 겪었다는 작가의 말을 보며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며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아름다웠고. 즐거웠다.


※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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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사유
이상민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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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속상한 마음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으면 한순간은 개운하지만 이내 내 말이 변질되고 왜곡되어 상처로 돌아오곤 했다. 작가 역시 그랬던 거 같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던 이야기가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와 상처 입자 그때부터는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대신 일기장에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청춘사유>는 사회생활을 하며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기록했던 작가의 일기장을 바탕으로 나온 책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야기 속에  그의 감정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읽고 있으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고, 위로가 되는 그런 책이었다. 


샤워를 하고, 거울을 바라보는데 내 얼굴이 이상했다. 눈가에 순수함이 번지기보다 독기가 보이고 눈이 반쯤 감겨 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돈이 나를 쫓지 않고, 내가 돈을 쫓고 있는 모습이다.

-047page


문뜩 내 얼굴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궁금해지고 겁이 났다. 내 눈엔 순수함이 남아있을까. 아니면 독기로 가득할까. '당신은 돈을 좇고 있는가. 돈에 쫓기고 있는가?'라는 작가의 질문에 한참 고민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좇고 있을까.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아등바등 하는 걸까. 열심히 살아가느라 목적과 수단이 바뀌지는 않았을까. 나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사소한 것 하나도 쉽사리 마음을 놓지 못하지만, 걱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을 걱정하고, 그 걱정에 파묻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조차 놓쳐 버릴 때가 많다

-048page


'시간이 부족하면 쉬었다 내일 가도 되고, 잘못된 방향으로 접어들었다면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라는 작가의 말은 나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줬다. 시원한 바람 같았다. 나 또한 걱정하고 후회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을 추스르고 긍정적인 마음의 자세로 남은 인생을 성실하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또한 이 책의 원고료 일부를 힘들어하는 이웃에게 기부하기로 했다는 작가를 보며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그 누군가를 위로해 주고 치유해 주고 싶다는 작가의 선한 영향력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나 또한 <청춘사유>에서 배운 '나눔'의 삶을 실천하며 나와 타인이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세상이 말하는 정답이란 굴레를 벗어나서 역행하고 싶었다. 내 머릿속을 맴도는 '정답'의 출처를 생각해 보니 이것은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욕심이었다. 자유로운 공상의 세계를 동경하며 정서, 감정, 개성 등을 중요시하는 예술 사조를 따르는 사람. 그런 낭만주의자가 되고 싶었다

-104page


<청춘사유>는 '상처', '나눔', '희망', '행복' 순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있었다. 마치 서로 상처에 대해 공유하고 나눔을 통해 힐링하고, 희망을 보며 행복으로 결말을 짓는 것 같았다. 성실하게 삶을 살았던 작가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부러웠고 존경스러웠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일을 끝까지 해나가는 성실함!이 정말 좋았다. 


남들이 정해 놓은 틀 안에서의 만족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범위에서 만족할 줄 아는 태도가 중요하다.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은 단순히 경제활동을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며 교학상장할 수 있는 곳이어야만 한다.

-129page


휴대하기도 좋고 이야기도 무겁거나 길지도 않아서 들고 다니면서 틈나는 대로 읽을 수 있었다. 한 이야기가 마무리 될 때마다 모퉁이에 질문이 있어서  생각나는 것들을 적으면서 읽었다. 마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듯이.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회상해보기도 하고 때론 미래를 예상해보기도 했다. 나는 어떻게 했더라? 대단하다. 나도 이랬던 적이 있었지. 작가의 추억 속에서 나의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 즐겁기도 하고 때론 씁쓸하기도 했다. 나에게도 슬프고 기뻤던 많은 순간들이 있었는데 왜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귀 기울였지만 나의 이야기는 시간과 함께 흘려버린 거 같아서 아쉬웠다. <청춘사유>를 읽고 나는 일기장을 샀다. 매일 삼십분씩 글을 적었던 작가처럼 나 또한 매일 나의 이야기를 꾸준히 써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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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글리프 - 과학스토리텔러 1기 당선작
전윤호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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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SF 단편집 <페트로글리프>는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진행했던 '과학스토리텔러 양성과정'에 참여했던 30명의 수강생 가운데 8명의 작품을 선정해 정리한 작품이라고 한다. 한 작품이 시작할 때마다 간략한 작가 소개와  작품 후기가 나와있었다. 처음에는 작품 후기를 마지막에 에 읽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SF 요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에 작품 후기를 읽고 글의 흐름을 어느 정도 예상한 상태에서 글을 읽어 나갔다. 그렇게 하니 읽기가 한결 수월해졌고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주제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제일 재밌게 읽었던 작품은 <노인과 지맥>이었다.(이글에는 <노인과 지맥>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의 작가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BCI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기사를 읽으며, 이런 기술로 사람의 지능을 확장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윤리적 또는 법적 제약이 많기 때문에 동물에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노인과 지맥>이라는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비교적 지능이 높다고 알려진 침팬지를 유전적으로 개량해서 일에 투입 시킨다는 생각은 참신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오류를 일으킨 지맥을 안락사를 시킨다는 설정은 이 작품에 현실감을 더해졌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편리한 미래를 꿈꿀 수 있지만, 그 편리함만 추구하게 되고 윤리성을 갖추지 못하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점을 일깨워졌다. 처음 노인(박성호)의 말을 들었을 때는 마냥 진상손님인지 알았다. 지맥50439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는 말 또한 진상의 거짓말 또는 과장된 표현이었다고 생각했다. 지맥이 노인을 다시 붙잡는 부분에서는 오류가 발생했다고 생각했고 과학기술의 문제점을 나타내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지맥이 과거 노인케어 지맥일 때 과거 주인과 닮은 노인의 이상 징후를 감지해서 발생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결국 현재 입력된 프로그램과 과거 입력된 프로그램으로 인해 오류를 일으켰던 지맥50439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몰라 오류를 일으킨 것인데 나는 그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위협을 요소가 위험한 지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 존재의 마음이 차곡차곡 쌓은 언어. 둘만의 규칙.

너는 동족들에게 우리의 언어를 나눠주었구나.


라움이 건네는 거대한 꽃다발인 듯 숲 전체가 무지갯빛으로 물들어 세상에 말을 걸고 있었다. 친구들이 도와줘서 자신감이 붙은 것일까. 훨씬 더 아름답고 화사한 문장이었다. 선우는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숲이 된 라움을 읽었다. 잘 지내고 있냐는 안부 인사도, 고마움과 그리움도 모두 눈앞의 풍경에 선명히 담겨 있었다.


-102page


 <라움의 꽃다발> (이글에는 <라움의 꽃다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에서는 감정을 지닌 외계수와 인간 사이에서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선우는 어느날 라움의 씨앗이 자신의 집에 새싹을 피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선우는 라움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라붐을 불법재배 단속반에 들킬 위험에 처하자 현아에게 도움을 요청해 숲에 떠나보내게 된다. 숲에 보내진 라움은 자신의 친구들에게 그들만의 언어를 공유하며, 선우에게 그들만의 언어를 통해 고마움과 그리움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다.


단편집 <페트로글리프>는 SF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딱딱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각 작품에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요소들이 많았다. <손맛>에서도 672년 된 씨간장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공지능로봇 신우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확산하는 꿈>, <내 안의 물고기>, <로봇과 개> <내안에 물고기> 그리고 <무아가 내리는 밤> 독창적인 SF적 요소들과 모두 저마다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이야기를 곱씹으며 스스로 결말을 해석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단편집에서 가장 기대했던 <페트로글리프>였다. 처음 시작부터 임플란트 과작동으로 인한 폭발로 죽은 교수 그리고 임플란트 원격 제어라는 요소들은 흥미로웠던 반면 생소한 단어들이 많아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두 세번 반복해서 읽어보니 조금씩 이야기가 눈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지면의 한계상 편집을 거쳐야 했다는 점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절제된 편집에도 섬세한 표현들 덕분에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랜만에 SF소설을 8작품이나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거 같아서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2020년에도 SF 웹소설 양성과정 및 단편반 교육이 진행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다음에는 어떤 작품들이 쏟아져나올지 기대된다.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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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엘리트 - 4차산업혁명 시대의 뉴 엘리트
표트르 펠릭스 그지바치 지음, 박현석 옮김 / 사과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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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에서 주목하는 뉴 엘리트 모형의 특징들을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내 삶을 발전시키고 싶었다. 맨 첫 장에 제시된 '뉴 엘리트 / 올드 엘리트 체크리스'를 통해 내가 올드 엘리트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걸 깨닫고 이 책을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뉴 엘리트>의 저자 표트르 펠릭스 그지바치는 정장차림을 고수하며 직업에 대한 상대적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구글에서 입사 면접을 보게 되는데, 당시 면접관였던 최고 엔지니어링들의 모습을 본 후 생각의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부터 저자는 뉴 엘리트로서의 삶을 추구하게 된다.


저자는 지금까지 만난 비즈니스 퍼슨을 단계별로 '변혁층' '실천층' '바꾸고 싶은 층' '깨달은 층' '냄비 속의 개구리 층'으로 나눈다. 그리고 '바꾸고 싶은 층'부터 위층으로 구분하고 그중 '변혁층'을 뉴 엘리트의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무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정열' '솔선' '창조성'을 갖춘 사람과 기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요즘 기업들은 변화를 추구하며 직업들에게 부업을 장려한다는 저자의 말이 처음에는 한국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인 듯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일부 회사에서는 유튜브나 블로그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을 선호한다는 신문기사가 떠올랐다. 그러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일을 할 때 더 창의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저자의 말이 비단 선진국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오랜 경력으로 기존 규칙을 준수하며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초보자의 마인드'로 일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저자에 말에 의하면 '초보자의 마인드'는 진부한 발상이나 편견과는 달리 유연한 사고와 날카로운 지적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 또한 생각해보니 학창 시절에 성적보다는 수상 및 활동 경험을 중시하는 학교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 이해가 됐다. 


 ●●  새로운 일의 방식을 즐기는 2가지 기준
  - 자신의 결과물에 자부심이 있는가?
  - 결과물을 내기까지의 과정을 즐기고 있는가?

    만약 지금 하는 일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불만족한다면
    일의 방법을 바꾸거나 일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052 page


 구글 채용기준의 변화

초기ㅣ  'T자형 인재' 

- 특정 분야를 통달해서 그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 및 기술을 축적한 인재

과거ㅣ   '파이형 인재'

- 2개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추고 그것들의 관점을 바꿔가며 생각할 수 있는 인재

현재ㅣ    'H형 인재'    

- 확고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전문성을 연결할 수 있는 인재


구글의 채용기준 변화를 통해 요즘 기업들이 커뮤니티 능력을 중요시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저자가 성공한 사람이라고 정의한 4가지 유형(커다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사람. 사회에 공헌하고 있는 사람. 팔로워가 많은 사람)을 통해서도 커뮤니티 능력이 중요한 성공요소로 작용한다는 걸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저자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그 분야의 프로를 만나서 가치관과 살아온 인생,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실패했던 이유들을 물어볼 것을 적극 권장했다. 만약 모르는 분야의 사람을 마주할 때는 '사이클' '트렌드' '패턴'이 3가지를 잘 활용하면 수준 높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이클: 일정 시기 되풀이되어 조명 되는 것/ 트렌드: 그 사이클 가운데 지금 유행하는 것/ 패턴: 비즈니스 모델). 작가가 제시한 방법들과 경험들을 읽으며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는 좀 더 적극성을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성과'와 '배움'의 4가지 유형

- 제1 유형: 성과가 크고, 배움도 많은 일

-제2 유형: 성과가 크고, 배움이 적은 일

-제3 유형: 성과가 작고, 배움이 많은 일

-제4 유형: 성과가 작고, 배움이 적은 일


저자는 퇴근 후에 공부하기보다는 일과 배움을 연계함으로써 일을 하며 성과를 내고 그 과정에서 배움의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4가지 유형 중 제1 유형인 '성과가 크고, 배움도 많은 일'을 하는 것이 뉴 엘리트 모형에 가장 적합하다고 말하며 강조한다. 반면에 제2 유형과 제4 유형은 타인의 힘을 빌림으로써 대체할 것을 권했다. 끝으로 제3 유형인 '성과가 작고, 배움이 많은 일'은 새로운 핵심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일정 비율로 투자하라고 말한다.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하거나 본업과 별개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이 중에는 일과 부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본업을 소홀히 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나 또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며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만약 그때 일과 배움을 연계하는 방법을 고민한 후에 계획을 세웠다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Managing Your Energy (by 구글)

- 신체 에너지(physical energy)

- 감정 에너지(emotion energy)

- 집중 에너지(mental energy)

- 정신적 에너지(spiritual energy)


이 네 가지의 에너지를 잘 관리하면 혁신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올바른 수면을 통해서 신체 에너지(physical energy)를 정비하고, 분노를 건설적인 행동으로 전환시켜 감정 에너지(emotion energy)를 관리하고, 일에 우선순위를 정함으로써 집중 에너지(mental energy)를 높이고,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자각함으로써 정신적 에너지(spiritual energy)를 가다듬으라고 말한다. <뉴 엘리트>를 읽으며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저자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였다. 그런 모습들이 Managing Your Energy를 통해 형성된 거 같아 나 또한 이 방법을 내 삶에 적용해 보고 싶어졌다. 이 책을 통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추구하는 뉴 엘리트 모형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구글이 추구하는 인재상의 변화도 파악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또한 앞으로 어떤 것을 중점으로 노력하고, 어떤 점을 고쳐나가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프로노이아 그룹의 문화 슬로건
   노는 것처럼 일하자(Play work)
   전례를 만들자(Implement first)
   예측할 수 없는 일을 제공하자(Offer unexpected)
   - 232 page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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