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글리프 - 과학스토리텔러 1기 당선작
전윤호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SF 단편집 <페트로글리프>는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진행했던 '과학스토리텔러 양성과정'에 참여했던 30명의 수강생 가운데 8명의 작품을 선정해 정리한 작품이라고 한다. 한 작품이 시작할 때마다 간략한 작가 소개와  작품 후기가 나와있었다. 처음에는 작품 후기를 마지막에 에 읽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SF 요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에 작품 후기를 읽고 글의 흐름을 어느 정도 예상한 상태에서 글을 읽어 나갔다. 그렇게 하니 읽기가 한결 수월해졌고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주제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제일 재밌게 읽었던 작품은 <노인과 지맥>이었다.(이글에는 <노인과 지맥>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의 작가는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BCI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기사를 읽으며, 이런 기술로 사람의 지능을 확장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윤리적 또는 법적 제약이 많기 때문에 동물에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노인과 지맥>이라는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한다.비교적 지능이 높다고 알려진 침팬지를 유전적으로 개량해서 일에 투입 시킨다는 생각은 참신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것처럼 느껴졌다.  또한 오류를 일으킨 지맥을 안락사를 시킨다는 설정은 이 작품에 현실감을 더해졌다. 또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편리한 미래를 꿈꿀 수 있지만, 그 편리함만 추구하게 되고 윤리성을 갖추지 못하면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점을 일깨워졌다. 처음 노인(박성호)의 말을 들었을 때는 마냥 진상손님인지 알았다. 지맥50439가 그의 손을 붙잡았다는 말 또한 진상의 거짓말 또는 과장된 표현이었다고 생각했다. 지맥이 노인을 다시 붙잡는 부분에서는 오류가 발생했다고 생각했고 과학기술의 문제점을 나타내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지맥이 과거 노인케어 지맥일 때 과거 주인과 닮은 노인의 이상 징후를 감지해서 발생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결국 현재 입력된 프로그램과 과거 입력된 프로그램으로 인해 오류를 일으켰던 지맥50439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몰라 오류를 일으킨 것인데 나는 그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위협을 요소가 위험한 지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 존재의 마음이 차곡차곡 쌓은 언어. 둘만의 규칙.

너는 동족들에게 우리의 언어를 나눠주었구나.


라움이 건네는 거대한 꽃다발인 듯 숲 전체가 무지갯빛으로 물들어 세상에 말을 걸고 있었다. 친구들이 도와줘서 자신감이 붙은 것일까. 훨씬 더 아름답고 화사한 문장이었다. 선우는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숲이 된 라움을 읽었다. 잘 지내고 있냐는 안부 인사도, 고마움과 그리움도 모두 눈앞의 풍경에 선명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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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움의 꽃다발> (이글에는 <라움의 꽃다발>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에서는 감정을 지닌 외계수와 인간 사이에서 유대감을 형성하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선우는 어느날 라움의 씨앗이 자신의 집에 새싹을 피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선우는 라움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라붐을 불법재배 단속반에 들킬 위험에 처하자 현아에게 도움을 요청해 숲에 떠나보내게 된다. 숲에 보내진 라움은 자신의 친구들에게 그들만의 언어를 공유하며, 선우에게 그들만의 언어를 통해 고마움과 그리움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다.


단편집 <페트로글리프>는 SF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딱딱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달리 각 작품에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요소들이 많았다. <손맛>에서도 672년 된 씨간장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공지능로봇 신우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확산하는 꿈>, <내 안의 물고기>, <로봇과 개> <내안에 물고기> 그리고 <무아가 내리는 밤> 독창적인 SF적 요소들과 모두 저마다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이야기를 곱씹으며 스스로 결말을 해석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단편집에서 가장 기대했던 <페트로글리프>였다. 처음 시작부터 임플란트 과작동으로 인한 폭발로 죽은 교수 그리고 임플란트 원격 제어라는 요소들은 흥미로웠던 반면 생소한 단어들이 많아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두 세번 반복해서 읽어보니 조금씩 이야기가 눈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지면의 한계상 편집을 거쳐야 했다는 점은 안타까웠다. 하지만 절제된 편집에도 섬세한 표현들 덕분에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오랜만에 SF소설을 8작품이나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거 같아서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2020년에도 SF 웹소설 양성과정 및 단편반 교육이 진행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다음에는 어떤 작품들이 쏟아져나올지 기대된다.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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