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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스님들의 못 말리는 수행 이야기
천진 지음, 현현 엮음 / 불광출판사 / 200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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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유독 몸이 약하고, 병치레가 잦거나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은 모두 살아 있는 목숨을 죽였던 과보를 받는 것이니, 내생에 건강한 몸을 받고 싶으면, 집안에 있는 파리, 모기라도 함부로 죽이면 안 되는 것이다. / p.109
이런 논리에 따르면, 여자나 장애인, 노숙자는 전생에 학살을 저지른 대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자로 태어났으나 수백억을 퍼부어 그림을 사들일 정도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이건희의 부인 홍라희는 어떻게 된 것인가?
이건희, 이명박, 박근혜 같은 자들은 전생에 지극한 선행을 해서 온갖 권력과 재물을 갖게 된 것인가?
이런 논리를 적용하면, 모든 개인적, 사회적 불행이 ‘업보’하나로 정당화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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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티벳을 침공했을 때, 중국 공산당들은 스님들이나 재가불자에게 불상이나 스승의 사진, 경전에 침을 뱉고 지나가라고 시켰다고 한다.
지나가는 사람은 그냥 두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죽이거나 고문했다고 한다. 이때, 많은 티베트인들은 삼보에 대한 귀의심을 버리지 않은 탓에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을 감옥에서 고문 받다가 나온 스님에게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이었냐고 물었을 때, 자신을 고문하는 중국인에 대해 자비심을 놓칠까봐, 그것이 가장 두려웠다고 하니, 이 얼마나 고귀한 귀의심인가? / p.171
지리산 스님 천진과 현현은 중국인에게 그렇게 지극한 자비를 보였던 티베트 스님들이 100만명이 넘는 노예를 부리고, 첩을 5명씩 거느리고, 도망치는 노예를 벌판에서 얼려죽이고 집게로 눈알을 뽑아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지네와 같이 살고, 궁둥이를 모기떼에 내주는 용기는 가상하나, 도 닦는 것을 ‘돌대가리’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스님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한국 불교의 참담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