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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강유원 지음 / 야간비행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여러 '책 비평집'을 보았지만, 처음으로 제대로 된 '책 비평가'를 접하는 듯하다.
'비평가는 해당 작가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는 그의 지론은 이 '책' 에서 유감없이 밝휘되고 있으며, 책과 관련된 다소 진지한 주제에 대해서도 폭넓은 시각 특히 가장 객관적인 관점에서 논하고 있어 무엇보다 반갑다.
바로 밑에 강유원과 장정일을 비교하며 다소 감정적인 비평을 해놓은 글이 있는데, 그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리까는 것은 보기도 좋지 않을뿐더러 읽은이에게 남는게 없다.
단순한 독서일기와 서평은 전혀 다르다.
장정일의 독서태도에 대한 강유원의 비판은 서평가의 입장에서의 근본적인 비판이고, 이는 그의 독서일기 전부를 본 사람으로 타당한 비판하다고 본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한마디로 '자기고백'이다. 책을 읽어가도 남는건 아무것도 없는 그저 느낌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독서일기는 독자의 피같은 돈을 뜯어내기보다는 그저 '블로그'가 딱 맞을것이다.
기괴한 보수주의자 '복거일' 이나 이제는 물러터져버린 '박노해' 파출부 아줌마를 이용한 '조혜정'의 여성해방, 다분히 귀족적인 홍신자의 자기투쟁은 강유원에 의해 날카롭게 비판받고 있다.
강유원이 강조하는 '비평의 자세'는 그동안 다른 비평가들이 제대로 해오지 못했기에 더욱 돋보이는 것이고, 그 자신도 강조하는 것이며, '책 직접 사보기'는 단순히 돈주고 사라는 의미가 아닌 비평가의 태도(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비평할 수 있는 조건마련)라는 사회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이책의 마치 노련한 투수가 8번 타자를 요리하는 듯한 폭넓은 지식과 뚜렷한 관점 그리고 풍부한 고민의 흔적들의 장점은 요즘 책에선 찾아보기 힘든것들이다.
개인적으로 도서목록이 좀 더 많았으면 , 각 도서에 대해 좀더 논의를 펼쳐갔으면 하는 아쉬움과 이 책에서 논하는 책중에 절판인 경우가 있긴 하지만, 오랫만에 이런 호쾌한 글쓰기는 특히 '사회과학도'에게 더 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