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고전 강의 - 오래된 지식, 새로운 지혜 고전 연속 강의 1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서양의 고전 가운데, 특히 '사회/정치' 분야의 고전을 설명하고 있는데,  책 전반에 흐르는 메시지는 텍스트는 콘텍스트를 통해 제대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특히 고전이 그렇다는 얘기다.

이는 사실 거의 모든 책에 적용되는 진리이긴 하지만, 이런 기본을 제대로 지키는 인문학 입문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컨텍스트를 통해 고전에 접근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다. 예컨대 로크의 '통치론'을 로크가 살던 시대적 상황과 홉스의 철학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비롯해, 강유원의 책들은 수입된 지식을 충분히 소화하고, 한국의 현실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가독성이 매우 좋은 것이 특징인데, 교수직을 꿰차고 앉아 귀신잡는 소리를 늘어놓는 샌님들이나 철학자 우려먹는  얼치기 도사들이 쏟아내는 똥닦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공공의 측면에서 볼 때, 강유원은 인문 지식의 공유에 앞장서 온 유일한 사람이라 평가할 만한데. 오랫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MP3 강의, PDF 파일을 무료로 배포해왔고, 많은 질문에 직접 대답해온 오랜 노력이 이제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이런 일을 해온 학자가 얼마나 되는지 감안해본다면 참으로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다. 지루한 인터넷 강의에 몇만원씩 받으면서 강남에서 철학 장사하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특히 돈과 명성을 경계하면서도, 현실에 등돌리지 않는 진지하고 '래디컬한' 지적 태도는, 알라딘을 마치 자기 서재인양 도배해 눈을 피곤하게 하 는 로쟈나 석학 흉내내기 바쁜 이진경, '머리는 들뢰즈, 몸은 노빠'인 김재인 등의 현란하지만 공허한 수사학에 비해  얼마나 인문학적인가?

어쨌든 정치, 사회 고전 만이 아닌 다른 분야의 고전도 이런 형태로 출간된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헤겔을 전공한 저자가 정신현상학 입문서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들었는데, 이 또한 기대할만한 일이다. 이 사람이라면 정신현상학이라는 난해하고도 중요한 저작을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