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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 크게 생각할 줄 아는 어린 철학자들의
제마 엘윈 해리스 엮음, 김희정 옮김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12월
평점 :

아이 책을 고르다 보면 종종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재미는 있는데 너무 내용이 없는 거 아닌가? 내용은 좋은데 아이가 아예 읽을 시도조차 안 할 것 같은데? <생각의 지도>는 받아보자마자 그런 고민이 무색해진 책이었다. 표지부터 질문들이 눈에 띄었고, 목차를 훑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흥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책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재미있는 소재들이었다. '왜 여자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데 남자는 못 낳나요?'처럼 아이들이 실제로 한 번쯤은 떠올릴 법한 질문들이 가득하다. 어른 입장에서는 대답하기 애매하거나 설명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질문들이다. 이 책은 그런 질문들을 중심으로 아이의 호기심을 해소해 준다.
나의 아이는 문학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야기 중심의 책에는 익숙하다. 반면 과학이나 사회, 철학 쪽 책은 일부러 권하지 않으면 잘 읽지 않는다. 엄마인 나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아이가 어려워하면 어쩌나 망설이게 되는데 <생각의 지도>는 그런 걱정을 조금 내려놓게 해 준 책이다. 질문 하나당 글 분량이 길지 않고 주제별로 나뉘어 있어 부담이 적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우리는 책을 순서대로 읽지 않았다. 아이가 흥미 있어 하는 질문부터 골라 읽었다. 어느 날은 인체 이야기를, 또 어느 날은 감정이나 마음에 대한 부분을 펼쳤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나중에 읽으려고 표시해 둔 페이지도 생겼다. 끝까지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답의 태도’다. 석학들이 참여했음에도 답변은 권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를 가르치려 들기보다 질문 자체를 흥미로운 출발점으로 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두께가 있는 책이라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이 책은 다 읽고 나면 분명한 성취감이 남을 책이다. 글밥이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일러스트가 적절히 섞여 있어 읽는 두께에 겁먹었더라도 막상 읽어보면 크게 두렵지 않다.
<생각의 지도>를 아이와 함께 읽으며 크게 느낀 점은, 질문을 다루는 방식이 아이의 사고를 얼마나 넓힐 수 있는가였다. 정답을 외우는 게 아니라 생각을 멈추지 않게 하는 것이 아이의 생각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엄마로서 모든 답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도 함께 느꼈다. 아이의 질문 앞에서 함께 고민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이 책이 대신 전해주는 것 같았다.
이 책은 호기심 많은 아이에게도, 아이의 질문 앞에서 가끔은 막막해지는 부모에게도 의미 있는 책이라고 본다. 한 번에 다 읽지 않아도 괜찮고, 이해하지 못한 질문이 있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소중하게 다루는 경험이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생각의 지도>는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이 자라나는 과정을 조금이나마 도와주는 유익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