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숲의 비밀 즐거운 동화 여행 210
박미경 지음, 인디고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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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외형이었다. 글자 크기가 비교적 크고 판형도 넉넉해서, 솔직히 말하면 초등 저학년 대상 도서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고학년 아이에게는 조금 쉬운 책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도 들었다. 그런데 그 판단은 책을 직접 몇 장 넘기자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초등 고학년 아이도 충분히 관심을 보이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출발점이 가상현실이라는 점은 요즘 아이들에게 전혀 낯설지 않다. 오히려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혹은 예상하고 있는 세계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설정을 설명해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특히 몸이 불편한 사람이 가상현실 속에서는 제약 없이 움직일 수 있고, 그 공간이 오히려 현실보다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전제에 아이가 깊이 공감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 책의 흡인력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다미가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선택은 단순한 호기심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현실에서 해결되지 않은 감정과 관계가 다른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보인다. 또한 도깨비 숲이라는 공간 역시 전통적인 판타지 배경처럼 소비되지 않는다. 무섭거나 기괴한 분위기의 역할만 하지 않고, 게임의 미션 구조를 빌려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계속 만들어 낸다. 누군가 대신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숲은 꽤 현실적이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성장의 방향 때문이다. 흔히 어린이 책에서 기대하는 ‘용감해졌다’거나 ‘강해졌다’는 결론으로 가지 않는다. 대신 더 신중해지고, 타인의 상태를 고려하게 되고, 혼자보다는 함께 움직이는 쪽을 선택하게 유도한다. 아이는 다미가 특별히 멋있어 보이는 장면보다 친구들과 속도를 맞추는 장면을 더 인상 깊어했다.

문장은 전반적으로 어렵지 않고 장면 전환이 빨라 읽는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가볍게 읽히지만, 읽고 난 뒤 남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가상현실이 왜 위험한가가 아니라 왜 어떤 아이에게는 그곳이 더 안전하게 느껴질 수 있는가를 묻는 책이랄까.

<도깨비 숲의 비밀>은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빌렸지만, 결국 아이들의 감정과 관계를 다룬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른 전개 속에서도 아이가 멈춰 생각할 지점을 남겨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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