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이라고 불러 줘
카밀라 체스터 지음, 정회성 옮김 / 초록개구리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자주 떠오른 단어는 ‘조용함’이었다. 사건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야기가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라이언이라고 불러줘>는 어떤 문제를 설명하거나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한 아이의 하루와 마음을 따라가게 만든다. 그래서 읽는 쪽이 먼저 긴장을 풀고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 레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정확히는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이 나오지 않는다. 집 밖으로 나서면 단어가 목에 걸린 듯 멈추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올수록 불안은 더 커진다. 이 책은 그 상태를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장면으로 과장하지 않는다. 시험 시간, 교실 안의 시선, 친구들의 오해처럼 아이가 매일 마주해야 하는 장면들 속에서 차분하게 보여 준다. 그래서 읽다 보면 ‘왜 말 안 해?’라는 질문이 얼마나 무심한 폭력이 될 수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야기가 인상적인 이유는 선택적 함구증을 극복하는 과정이 단순하게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면 바로 달라진다거나 한 번 성공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식이 아니다. 오히려 레오는 자주 흔들리고, 다시 움츠러든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이의 자존감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도 함께 드러난다.

레오 곁에 있는 인물들 역시 모두 완벽하지 않다. 리차는 당당해 보이지만 자신만의 어려움을 숨기고 있고, 티퍼니는 기대와 다른 선택 앞에서 갈등한다. 이 아이들의 모습은 ‘특별한 아이’와 ‘평범한 아이’를 나누지 않는다. 누구나 각자의 두려움을 안고 있고, 그것을 마주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그래서 레오의 이야기는 특정 증상을 가진 아이만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어른들의 태도다. 문제를 없애 주려 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속도를 찾도록 곁을 지킨다.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기다려 주고, 설명해 주고, 대신 말해 주지 않는다. 이 책이 말하는 지지는 해결이 아니라 동행에 가깝다. 어른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용하지만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다.

개인적으로 초록개구리 어린이 문학 시리즈에 대해 갖고 있던 신뢰가 이 책에서도 이어졌다. 이 시리즈의 책들은 ‘유익하다’는 말로 쉽게 정리되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식을 주입하거나 교훈을 앞세우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남겨 둔다. 나와 다른 모습, 나보다 느리거나 말이 없는 모습, 장애를 가진 모습까지도 이야기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안는다. 이해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바라보면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다.

.

학교에서 말이 없는 아이를 보았을 때, 아이가 어떤 선택 앞에서 머뭇거릴 때, 어른이 먼저 나서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에 다시 생각나게 될 책 같다. 진정한 성장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