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작은 아기 새 보랏빛소 그림동화 12
앤드루 깁스 지음, 조시엔카 그림, 김지연 옮김 / 보랏빛소어린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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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떻게 해도 안 될 때가 있다. 다시 해보고 또 해보지만 그럼에도 결과는 참담하고 안 된다는 사실만 더 확실해지는 그런 때. 어떤 것 하나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환경과 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가여운 나를 바라볼 때. 그럴 때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타고난,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신체적 조건 때문에 불가능함을 마주해야 한다면 그 분노와 억울함은 더 크겠지. 그런 순간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친구'라는 존재는, '우정'이라는 감정은 상상만으로도 눈물을 쏟게 만든다.

 

 

주인공인 아기 새는 한쪽 날개가 다른 새들과 다르다. 작다. 날 수 없다. 날아야 하는 것이 새인데, 본인은 새인데, 날 수가 없다. 날려고 이리저리 모든 노력을 동원해 보지만 결과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뿐이다. 차라리 나는 왜 이런 모습이냐고 화를 내고 원망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했다면 마음이 덜 아팠을까. 아기 새는 자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노력을 멈추지는 않는다. 이런 방법도 해보고 저런 방법도 해본다. 같은 종류의 새들에게 같이 가자고 소리쳐 보지만 다른 새들은 모두 날아가 버린 자리에서 이런저런 노력을 하다가 우연히 다른 새, '쿠터'를 만나게 된다. 쿠터는 아기 새의 사정을 알고 요리조리 도와준다. 하지만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다. 쿠터의 목에 매달려, 스쿠터를 타듯이 바람을 가르는 두 친구. 그제야 날개가 없어도 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주책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고 아이 앞에서 울었다. (아이가 당황하는 것 같았음.) 인생은 너무나 불공평하고, 주어진 조건은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이렇게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적 불공평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불편함을 원하는 존재는 없다. 그럼에도 날아야 한다는 투명한 생각으로 노력하는 아기 새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쿠퍼라는 친구의 등장으로 세상을 조금 더 넘어서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어른에게도 위안이 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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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 더듬이 너른세상 그림책
김기린 지음 / 파란자전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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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될 때가 있다. 친구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면 나도 웃음이 나고, 그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나도 즐거워지는 그런 순간 말이다. 하지만 가끔씩 본의 아니게 타인의 상황이나 기분이 나의 상황이나 기분보다 우선시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뭔가 씁쓸하다고 해야 하나. 기분이 썩 편안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싫어서,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서, 거절하지 못해서, 모두의 분위기를 위해서 종종 나는 잊어버린 체 타인의 감정과 상황에만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버겁고 무겁고 힘들어진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고 나 스스로가 사라지는 것 같이 느껴진다. 자존감이 내려가고 더 나아가 의욕도 사라진다. 그런 경우는 어른들에게 다반사일 테고,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많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아이보다, 다른 아이를 따라가고 모두와 잘 어울리려고 하는 아이들에게 말이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임에도 성인인 내가 보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 직장 생활을 하고 결혼을 해 새로운 가족들을 맞이하면서 나는 자주 내 감정을 숨기고 억눌러야 했다.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위해서 말이다. 내가 나의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서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도 아닌데(파국으로 치닫는다 해도 내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표현하는 게 맞는다는 걸 안다. 여전히 실천이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기분을 살피고 표정을 살폈을까. 정작 내 기분, 내 표정, 내 감정을 잘 살피지 못한 채 말이다.

 

 

무엇보다 내가 존중하고 중요하게 여겨야할 것은 나의 마음과 나의 감정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의 이익을 우선하고 나의 감정'' 중시하는 이기주의가 아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혹은 타인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정도의 수준만큼이라도) 나의 마음과 감정을 존중하고 중요하게 여길 때 다른 사람들도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 그제서야 나 또한 진정으로 편안하고 행복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살피는 요술 더듬이를 나에게로 돌릴 차례다. 모두가 모두에게 자신을 소중히 여기듯 타인을 대한다면 어려운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조금은 수월해지지 않을까. 오늘부터라도 내가 나의 감정에 촉을 곤두세우고 들여다봐야겠다. 정말 중요한 건 내가 어쩌지 못할, 내가 감당하지 못할 타인의 기분이 아닌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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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많은 버나드가 해냈어! 생각말랑 그림책
리사 스티클리 지음, 권미자 옮김 / 에듀앤테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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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이는 수줍음이 많다. 친구에게 건네는 인사에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동네 아주머니께 인사드리라는 내 말에 몸을 비틀곤 했다.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목소리가 작아졌고, 누군가 본인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행동도 부자연스러워졌다. 그래서 나는 나의 아이가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보내 준 동영상 속 내 아이는 본인이 외운 짧은 문단을 씩씩하게 큰 소리로 발표하고 있었고, 내가 안 보이는 구석진 놀이터에서는 친구들에게 자기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접할 때면 수줍음이란 뭘까 의아해지곤 했다. 어쩌면 수줍음이란 아이의 내면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외부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무엇이 아닐까. 지켜보는 누군가가 없다면(없다고 가정한다면) 아이는 아이만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내보이는데 바깥의 기준과 시선에 맞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잘 해라, 더 잘 해라는 여러 압박이 아이를 자신감 없게 만들고 소극적으로 만들고 결국 수줍음 많은 아이로 만드는 것 아닐까.

 

 

책 속의 버나드 또한 뛰어난 다이빙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버나드라는 이름 또한 적절한 것 같고, 그림 또한 귀여우면서도 수줍음 많아 보여 피식 웃음이 났다.) 하지만 다이빙 대회에 참가하진 못한다. 수줍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을 때에만 몰래 연습을 하고,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경기에선 참여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하지만 버나드를 돕는 친구가 있다. 바로 페리. 페리는 버나드가 수줍음을 느낄 틈을 주지 않고 다이빙대에 그를 세워 결국 멋지게 다이빙하도록 돕는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수줍음을 떨치고 멋지게 해낼 수 있다는 이 책의 교훈! 이 교훈도 멋지지만 나는 그 과정 중에 다이빙에 참가하는 각 선수의 특징을 표현하는 부분에 눈길이 갔다. 결국 수줍음을 떨치는 일이란 남의 기준과 시선을 떨쳐내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각 선수가 어떤 특징으로 다이빙하는지 그 다른 각각의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달까. 결국 내 모습 그대로 내어놓는 일이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모두와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나의 아이도 외부의 기준이 아닌 내면의 기준에 맞춰 덤덤히 살아나갔으면 좋겠다. 페리가 버나드를 도왔던 것처럼, 내가 나의 아이를 도와 조금 더 즐겁고 적극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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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페넬로페 콩닥콩닥 12
세마 시르벤트 라구나 지음, 라울 니에토 구리디 그림, 김미선 옮김 / 책과콩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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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사람들이 규정하고 원하는 모습이 있다. 그 모습들은 대부분 (특히 여성에게) 소극적일 것을, 가만히 있을 것을 요구한다. 너는 아직 어리다고, 너는 아는 것이 없다고, 바깥은 위험하다고, 그대로 있으라고 주문한다. 그 요구에 벗어나는 생각과 행동을 하면 비난하고 질책한다. 물론 그런 요구가 걱정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무엇이 됐든 본인의 마음과 의지, 요구보다 더 중요할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더욱 뜻깊다. 타인의 요구가 아닌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을 실천한 용기 있는 페넬로페는 주위에 드물고, 그렇기에 앞으로 자라나고 있는 아이에게 롤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페넬로페는 언제나 기다리는 사람들의 말을 따라 기다렸다. 그러다 보니 바깥세상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게 됐다. 사람들이 가르쳐 준 뜨개질을 이용해 본인만의 그물을 만들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라는 말에 바다 요정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사람들은 머물라 했고, 머무는 동안 바람이 페넬로페를 항구로 데려갔으며 폭풍우가 지난 고요 속에서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은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한다고 하지만 페넬로페는 본인이 정한 길로 향했고 혼자서는 어려울 거라는 말에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결과 페넬로페는 어제의 페넬로페가 아닌, 바다 한가운데의 새로운 페넬로페가 되었다.

 

 

책을 덮는 순간 뭉클했다. 한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러 기준들과 모습들 속에 자신을 끼워 맞추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힘들어했던가. 결국은 본인의 소리를, 본인의 요구를 들여다보고 그에 맞는 삶을 씩씩하게 살아나가야 하는 것임을 왜 이렇게 늦게 깨닫게 됐던 걸까. 아이는 나보다 더 나은 사회에서, 더 나은 환경에서 더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그 과정에 이처럼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용기 있는 페넬로페의 이야기가 큰 보탬이 됐으리라 믿는다. 묵묵히 용기 있게 주체적인 삶을 향해 나아가는 페넬로페가 아이의 친구가 되어준 감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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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책 - 초등 2학년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수연 지음, 민승지 그림 / 발견(키즈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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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땐 뜨거운 국물을 먹으며 ', 시원하다' 하는 아빠의 모습이 이상해 보였다. 뜨거운 데 뭐가 시원하다는 건지.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시원함이 어떤 시원함을 의미하는지 말이다.

 

 

아이는 표현의 표면을 먼저 받아들인다. 너무 예뻐 나도 모르게 그만 "아이고, 이런 못난이." 하는 날 보며 "내가 왜 못난이야?"라며 울상이다. 너무 귀엽고 예쁘다 보면 못난이처럼 보인다는 내 설명이 가닿았을까. 이처럼 표현 내층에 숨은 의미들을 깨달아가는 것도 성장의 한 측면인 것 같다. '시원하다'도 마찬가지다. 얼음, 찬물같이 정말 실체적으로 차가운 것들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의미가 있다. 내가 알고 있던 상황보다 더 많은 '시원한' 상황을 보여주는 책이다.

 

 

지저분한 방을 깨끗이 청소하면 속이 시원해진다. 꽉 차오르는 감정을 눈물로 터트리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가려운 등을 정확히 긁어주면 시원하고, 뜨거운 목욕물에 몸을 담그면 시원해진다. 막혔던 도로가 뻥 뚫리면 시원하고, 더부룩한 속에서 트림이나 방귀가 나오면 시원해진다. 요즘같이 꿉꿉한 날씨에 미지근한 물로 씻고 나오면 시원해진다. 이처럼 시원해지는, 시원한 상황은 수두룩하다.

 

 

개인적으로 여러 상황들이 이어지는 전개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이도 보고 난 뒤 '시원하다, 시원하다, 그러다 끝나.'라고 했다. 얼토당토않지만 억지라도 인물이나 상황을 만들어 시원한 각각의 상황들이 연결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란 아쉬움이 살짝 남았다.

 

 

여름은 덥고, 더워서 가끔 이유 모를 짜증이 난다. 그럴 때 이 책을 펼쳐 우리 주위에 놓인 수많은 시원한 상황들을 떠올리다 보면 체온이 조금은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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