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페넬로페 콩닥콩닥 12
세마 시르벤트 라구나 지음, 라울 니에토 구리디 그림, 김미선 옮김 / 책과콩나무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사회가, 사람들이 규정하고 원하는 모습이 있다. 그 모습들은 대부분 (특히 여성에게) 소극적일 것을, 가만히 있을 것을 요구한다. 너는 아직 어리다고, 너는 아는 것이 없다고, 바깥은 위험하다고, 그대로 있으라고 주문한다. 그 요구에 벗어나는 생각과 행동을 하면 비난하고 질책한다. 물론 그런 요구가 걱정으로, 위하는 마음으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무엇이 됐든 본인의 마음과 의지, 요구보다 더 중요할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더욱 뜻깊다. 타인의 요구가 아닌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을 실천한 용기 있는 페넬로페는 주위에 드물고, 그렇기에 앞으로 자라나고 있는 아이에게 롤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페넬로페는 언제나 기다리는 사람들의 말을 따라 기다렸다. 그러다 보니 바깥세상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알게 됐다. 사람들이 가르쳐 준 뜨개질을 이용해 본인만의 그물을 만들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라는 말에 바다 요정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사람들은 머물라 했고, 머무는 동안 바람이 페넬로페를 항구로 데려갔으며 폭풍우가 지난 고요 속에서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은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한다고 하지만 페넬로페는 본인이 정한 길로 향했고 혼자서는 어려울 거라는 말에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결과 페넬로페는 어제의 페넬로페가 아닌, 바다 한가운데의 새로운 페넬로페가 되었다.

 

 

책을 덮는 순간 뭉클했다. 한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러 기준들과 모습들 속에 자신을 끼워 맞추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힘들어했던가. 결국은 본인의 소리를, 본인의 요구를 들여다보고 그에 맞는 삶을 씩씩하게 살아나가야 하는 것임을 왜 이렇게 늦게 깨닫게 됐던 걸까. 아이는 나보다 더 나은 사회에서, 더 나은 환경에서 더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그 과정에 이처럼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용기 있는 페넬로페의 이야기가 큰 보탬이 됐으리라 믿는다. 묵묵히 용기 있게 주체적인 삶을 향해 나아가는 페넬로페가 아이의 친구가 되어준 감사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