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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음 많은 버나드가 해냈어! ㅣ 생각말랑 그림책
리사 스티클리 지음, 권미자 옮김 / 에듀앤테크 / 2020년 7월
평점 :

나의 아이는 수줍음이 많다. 친구에게 건네는 인사에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동네 아주머니께 인사드리라는 내 말에 몸을 비틀곤 했다.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목소리가 작아졌고, 누군가 본인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행동도 부자연스러워졌다. 그래서 나는 나의 아이가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에서 보내 준 동영상 속 내 아이는 본인이 외운 짧은 문단을 씩씩하게 큰 소리로 발표하고 있었고, 내가 안 보이는 구석진 놀이터에서는 친구들에게 자기를 소개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접할 때면 수줍음이란 뭘까 의아해지곤 했다. 어쩌면 수줍음이란 아이의 내면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 외부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무엇이 아닐까. 지켜보는 누군가가 없다면(없다고 가정한다면) 아이는 아이만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내보이는데 바깥의 기준과 시선에 맞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잘 해라, 더 잘 해라는 여러 압박이 아이를 자신감 없게 만들고 소극적으로 만들고 결국 수줍음 많은 아이로 만드는 것 아닐까.
책 속의 버나드 또한 뛰어난 다이빙 능력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버나드라는 이름 또한 적절한 것 같고, 그림 또한 귀여우면서도 수줍음 많아 보여 피식 웃음이 났다.) 하지만 다이빙 대회에 참가하진 못한다. 수줍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을 때에만 몰래 연습을 하고,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경기에선 참여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하지만 버나드를 돕는 친구가 있다. 바로 페리. 페리는 버나드가 수줍음을 느낄 틈을 주지 않고 다이빙대에 그를 세워 결국 멋지게 다이빙하도록 돕는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수줍음을 떨치고 멋지게 해낼 수 있다는 이 책의 교훈! 이 교훈도 멋지지만 나는 그 과정 중에 다이빙에 참가하는 각 선수의 특징을 표현하는 부분에 눈길이 갔다. 결국 수줍음을 떨치는 일이란 남의 기준과 시선을 떨쳐내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각 선수가 어떤 특징으로 다이빙하는지 그 다른 각각의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달까. 결국 내 모습 그대로 내어놓는 일이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모두와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나의 아이도 외부의 기준이 아닌 내면의 기준에 맞춰 덤덤히 살아나갔으면 좋겠다. 페리가 버나드를 도왔던 것처럼, 내가 나의 아이를 도와 조금 더 즐겁고 적극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