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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 더듬이 ㅣ 너른세상 그림책
김기린 지음 / 파란자전거 / 2020년 8월
평점 :

타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될 때가 있다. 친구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면 나도 웃음이 나고, 그 사람들이 즐거워하면 나도 즐거워지는 그런 순간 말이다. 하지만 가끔씩 본의 아니게 타인의 상황이나 기분이 나의 상황이나 기분보다 우선시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뭔가 씁쓸하다고 해야 하나. 기분이 썩 편안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싫어서,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서, 거절하지 못해서, 모두의 분위기를 위해서 종종 나는 잊어버린 체 타인의 감정과 상황에만 주의를 기울이다 보면 버겁고 무겁고 힘들어진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고 나 스스로가 사라지는 것 같이 느껴진다. 자존감이 내려가고 더 나아가 의욕도 사라진다. 그런 경우는 어른들에게 다반사일 테고,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많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아이보다, 다른 아이를 따라가고 모두와 잘 어울리려고 하는 아이들에게 말이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임에도 성인인 내가 보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 직장 생활을 하고 결혼을 해 새로운 가족들을 맞이하면서 나는 자주 내 감정을 숨기고 억눌러야 했다.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위해서 말이다. 내가 나의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서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도 아닌데(파국으로 치닫는다 해도 내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표현하는 게 맞는다는 걸 안다. 여전히 실천이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기분을 살피고 표정을 살폈을까. 정작 내 기분, 내 표정, 내 감정을 잘 살피지 못한 채 말이다.
무엇보다 내가 존중하고 중요하게 여겨야할 것은 나의 마음과 나의 감정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의 이익을 우선하고 나의 감정'만' 중시하는 이기주의가 아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혹은 타인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정도의 수준만큼이라도) 나의 마음과 감정을 존중하고 중요하게 여길 때 다른 사람들도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 그제서야 나 또한 진정으로 편안하고 행복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살피는 요술 더듬이를 나에게로 돌릴 차례다. 모두가 모두에게 자신을 소중히 여기듯 타인을 대한다면 어려운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조금은 수월해지지 않을까. 오늘부터라도 내가 나의 감정에 촉을 곤두세우고 들여다봐야겠다. 정말 중요한 건 내가 어쩌지 못할, 내가 감당하지 못할 타인의 기분이 아닌 '나'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