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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책 - 초등 2학년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수연 지음, 민승지 그림 / 발견(키즈엠) / 2020년 7월
평점 :

어렸을 땐 뜨거운 국물을 먹으며 '아, 시원하다' 하는 아빠의 모습이 이상해 보였다. 뜨거운 데 뭐가 시원하다는 건지.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시원함이 어떤 시원함을 의미하는지 말이다.
아이는 표현의 표면을 먼저 받아들인다. 너무 예뻐 나도 모르게 그만 "아이고, 이런 못난이." 하는 날 보며 "내가 왜 못난이야?"라며 울상이다. 너무 귀엽고 예쁘다 보면 못난이처럼 보인다는 내 설명이 가닿았을까. 이처럼 표현 내층에 숨은 의미들을 깨달아가는 것도 성장의 한 측면인 것 같다. '시원하다'도 마찬가지다. 얼음, 찬물같이 정말 실체적으로 차가운 것들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의미가 있다. 내가 알고 있던 상황보다 더 많은 '시원한' 상황을 보여주는 책이다.
지저분한 방을 깨끗이 청소하면 속이 시원해진다. 꽉 차오르는 감정을 눈물로 터트리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가려운 등을 정확히 긁어주면 시원하고, 뜨거운 목욕물에 몸을 담그면 시원해진다. 막혔던 도로가 뻥 뚫리면 시원하고, 더부룩한 속에서 트림이나 방귀가 나오면 시원해진다. 요즘같이 꿉꿉한 날씨에 미지근한 물로 씻고 나오면 시원해진다. 이처럼 시원해지는, 시원한 상황은 수두룩하다.
개인적으로 여러 상황들이 이어지는 전개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이도 보고 난 뒤 '시원하다, 시원하다, 그러다 끝나.'라고 했다. 얼토당토않지만 억지라도 인물이나 상황을 만들어 시원한 각각의 상황들이 연결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란 아쉬움이 살짝 남았다.
여름은 덥고, 더워서 가끔 이유 모를 짜증이 난다. 그럴 때 이 책을 펼쳐 우리 주위에 놓인 수많은 시원한 상황들을 떠올리다 보면 체온이 조금은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