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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선, 내 이름 ㅣ 책 읽는 교실 28
오은숙 지음, 전명진 그림 / 보랏빛소어린이 / 2025년 4월
평점 :

아이가 <소선, 내 이름>을 다 읽고 나서 조용히 옆으로 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말하는 아이의 눈가에 살짝 고인 눈물을 보고, 내용을 듣고 나도 마음이 뭉클해졌다. 아이는 소선이가 참 안타깝다며,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너무 대단하다고 했다. 책을 통해 아이가 얼마나 많은 감정을 느꼈는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았다.
'소선'이는 매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놓지 않는 아이다. 국밥집에서 일을 하며 학교에 다니려 하고, 큰 사고로 앞을 볼 수 없게 된 뒤에도 여전히 배우고 싶어 학교에 가고 싶은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의지와 용기가 책 전반에 강하게 흐른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단순히 장애나 차별의 이야기를 넘어 이름을 지키고,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아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선 시대라는 제약, 여자라는 이유, 가난과 장애라는 조건이 모두 배움을 가로막는 벽으로 작용하지만 소선이는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는다. 남들이 정해준 길을 가는 대신 자신이 선택한 길을 따라 걷기로 결심한다. 넘어지고 부딪히며 피 흘리면서도 결국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간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던 부분은 소선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친구 난희는 소선 곁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진심으로 힘이 되어주고, 글을 몰랐던 아버지 또한 변화하고 성장하며 딸의 삶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점자를 가르쳐 준 선생님, 멀리 떠나며 소선에게 큰 영감을 준 친구 무영이처럼 소선 곁에는 늘 누군가가 함께 있었다. 결국 꿈은 혼자 꾸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지켜가는 것 아닐까.
책 표지와 소제목에 점자 형태로 디자인된 요소도 인상 깊었다. 올록볼록 손끝으로 만져지는 형태는 아니었지만 아이가 점자 표시를 보고 인터넷에 점자를 검색해 보기도 했다. 그런 노출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의 삶을 단면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아닐까. 작가와 출판사의 세심한 의도가 느껴졌다.
<소선, 내 이름>은 아이들에게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를, 부모에게는 당연한 일상의 감사함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책 읽는 교실' 시리즈답게 이번 책도 단순히 재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읽고 나면 마음속에 여운이 남는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소선의 이름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읽고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이기에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