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에서 보낸 눈부신 순간들 - 그래픽노블로 만나는
존 포슬리노 지음, 강나은 옮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들어봤거나 읽어봤을 것이다. 내 주위에도 이 책을 인생 책으로 꼽는 사람이 있었다.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말에 나 또한 「월든」을 읽어보고 싶었고, 읽어보려 했다. 하지만 끝내 완독하지 못했다. 호숫가 근처에서 최소한의 소유로 삶을 일구어나가는 작가의 모습과 많은 철학적 문장들 속에서 나만의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책을 덮었던 이유가 무얼까. 아마 잔잔한 이야기의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다. 하루하루 기술이 발전하고 환경이 변해가는, 빠른 시대 속에서 숲에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은 나와 동떨어진 모습처럼 느껴졌고 그렇기에 큰 공감보다는 지루하다는 이미지가 크게 다가왔다. 그렇게 몇 번의 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이번에는 조금 다른 모습의 「월든」이 내게 왔다. 바로 '그래픽 노블로 만나는' 「월든에서 보낸 눈부신 순간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말 그래도 그래픽 노블이다. 만화로 표현되어 있어 접근이 수월하다. 실제로 초등학생 내 아이도 이 책을 가지고 가서 읽었다. (물론 깨달음은 인생의 어느 순간이냐에 따라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전에 실패한 내가 읽으며 느낀 깨달음과 지금 초등학생인 아이가 느낀 깨달음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고전을 접하고 어렵지 않다는 느낌만 가져간다고 해도 큰 수확이다.) 나 또한 이번에도 읽다 포기하는 건 아니겠지,라는 걱정보단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칠 수 있었다. 조금 높은 문턱을 낮춰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부분이다.

존 포슬리노가 간추린 내용들이 실려 있어 방대한 내용을 다 접하지 않아도 요점을 내 것으로 가져올 수 있는 부분도 장점이다. 물론 원서 그래도 다 읽는 것도 그 나름의 울림이 있을 것이나, 나처럼 몇 번의 고비가 있었던 사람들에겐 원서로 갈 수 있는 디딤돌 같은 역할을 해주었달까. 추려놓은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공감되고 마음을 울리는 내용들이었다.

우리는 보다 더 많이 가지고 위해, 보다 성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높은 곳을 자리 잡기 위해 내 마음이 하는 소리, 내 영혼이 원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남들의 기준에 맞춰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행복하다는 건 무엇일까. 잘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누구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에 맞춰,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이상적인 것이라는 걸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비움의 미학, 무소유의 관념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내 인생을 내가 잘 꾸려가기 위해 나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도. 결국 많은 것을 가진 것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그것만 깔끔하게 이루며 사는 삶,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내 삶을 알차게 꾸려 나가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에게 행운을 줄게 스토리블랙 4
방미진 지음, sujan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대략 20년이 흘렀다. 내가 학창 시절에 하던 분신사바, 행운의 편지 이런 미신 섞인 장난들이 여전히 존재할까? 초등학생인 나의 아이는 집에 와서 내가 학창 시절에 들었던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꺼내놨다. "엄마, 예전에 우리 학교가 공동묘지였대. 00이 할머니가 이 동네에서 계속 살아서 예전에 공동묘지라는 걸 알고 말씀해 주신 거래.", "엄마, 학교에 동상 있잖아. 아이들 다 돌아간 밤 되면 그 동상이 움직인대. 진짜일까?" 등등의 이야기. 내가 어렸을 적에도 학교에 있는 이순신 동상이 밤 12시만 되면 옆 학교에 있는 세종 대왕 동상과 칼싸움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학교 터가 원래 공동묘지 터였어서 밤이 되면 빈 교실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수십 년이 흘러도 학교를 중심으로 한 여러 괴담들이 비슷한 맥락으로 존재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만큼 아이들의 마음속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도 비슷한 게 아닌가 생각하곤 했다.

이 책은 이런 공포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이들의 수가 줄면서 교실이 남게 되고, 그렇게 남은 빈 교실에서 춤을 추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분신사바를 하다 귀신의 소리를 듣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폐가에 가고 귀신 단지에 귀신을 가두는 이야기 등이다. 소재 자체는 내게 친숙한(?) 것들이었다. 과거에 내가 친구들과 했던 것들이었으니. 그 소재 안에 담고 있는 이야기가 무서움을 전해주는데, 단순하게 읽으면 등장하는 귀신의 존재들 때문이고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인간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이기심, 시기심 때문이다. 친하게 어울려 지내지만 속으로는 미워하거나 시기하고, 나댄다고 거슬린다고 싫어하고 배척하고, 자기에게 찾아올 불운을 누군가에게(심지어 가족에게 떠넘기는 모습에서 정말 놀랐다!) 떠넘기며 자기의 안위만을 바라는 모습들을 보며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한 악함이 이렇게 공포로 다가올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림 또한 선명하고 무섭다. 아이는 그림이 나오는 페이지마다 손으로 가리며 나에게 대신 읽어달라고 했다. 아직은 초등 저학년이라 단순한 무서움 위주로 읽었는데, 1~2년 지나 10대가 되면 친구 관계에서 느끼는 묘한 여러 감정들을 이입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술술 읽힌 흥미로운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쌍둥이 탐정 똥똥구리 2 - 색깔 먹는 하마 쌍둥이 탐정 똥똥구리 2
류미원 지음, 이경석 그림 / 마술피리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도 어른도 탐정물은 누구나 좋아하는 장르 같다. 예측과 예상을 하고 단서들로 추리를 하는 과정 자체도 흥미롭고,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맞추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다 보면 책 속 주인공이 탐정인지 내가 탐정인지 모를 쾌감도 느껴진다. 어른들에게 셜록 홈스가 오래 읽히는 이유가 아이들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탐정 시리즈가 출간되고 있고, 대체로 아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탐정이 하나 추가된다! 바로 '쌍둥이 탐정'이다. '쌍둥이'라는 것도 재미있지만 더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똥'이다. 이 쌍둥이 남매가 사실은 소똥구리와 말똥구리가 변신한 것이다! 듣기만 해도 웃게 만드는 단어들(똥, 변신, 쌍둥이 등)과 화려한 그림의 표지부터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마을의 알록달록한 색깔이 모두 사라지고 있다. 무지개 요정이 색깔 먹는 하마에게 붙잡혀서 일어난 일이다. 똥똥구리 탐정들은 색깔 먹는 하마를 잡으러 악마가 살고 있다는 늪지대로 가야 한다. 과연 그들은 어떤 모험을 거쳐 마을의 색깔들을 돌려놓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단순히 읽기만 하는 책이 아니다. 중간중간 활동 페이지가 등장한다. 숨은 그림 찾기나 수수께끼, 미로 찾기 등이 등장한다. 그렇기에 책에 더 몰입할 수밖에 없다. 만화스러운 그림체들도 아이들이 편히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된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도 이 책은 즐겁고 재밌게 읽을 수밖에 없다. 소재도 이야기 흐름도 구성도 모두 아이들의 눈높이 맞춰져있다. 역시나 나의 아이는 이 책을 웃으며 읽었고, 옥황상제가 100가지 사건을 해결해야 사람으로 만들어준다고 했으니 앞으로 98권이 더 나올 것 같다며 신나 했다. 정말 100권 시리즈로 마무리될까? 기대하며 관심으로 지켜봐야 할 시리즈 중 하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러워 : 냄새나는 세계사 (빅북) 풀빛 지식 아이
모니카 우트닉-스트루가와 지음, 피오트르 소하 그림, 김영화 옮김 / 풀빛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로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지고, 실천도 더 일상화되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제일 먼저 손을 닦고, 매일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비데로 뒤처리 또한 깔끔하게 한다.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고 생활이지만, 과거에도 그랬을까? 잠깐만 생각해 봐도 그렇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지금보다 깨끗한 물이 주위에 있었더라도 그 물을 길어다 집에서 사용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가 되니까 말이다. 하수도의 발달이 감사할 따름이다. 이와 같은 위생과 청결을 주제로 세계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책이 있다. 바로 「냄새나는 세계사 더러워」다.

우선 이 책은 과거 청결에 대한 개념이 어떠했는지 알려준다. 어떤 시대, 어떤 곳에서는 목욕을 즐겨 했고 반대로 어떤 시대, 어떤 곳에서는 씻는 걸 죄악시했다. 흔히 향수가 씻지 않아 발생하는 악취를 가리는 용도로 발명되었고, 하이힐 또한 길거리에 쌓인 여러 오물들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처럼 흔히 알려진 이야기 외에도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똥은 뭘로 닦아요?' 챕터만 해도 화장지가 발명되기 전 볼일을 본 후 처리를 어떻게 했을지 알려주고 있다. 풀, 나뭇잎, 해초, 건초 다발, 양털, 천 조각, 돌 등 과거 화장지 대신 사용했던 대체품들이 등장한다. 과거의 이야기들이 흘러 미래로, 우주로까지 펼쳐나간다.

이 책에서 눈길이 가는 건 첫 번째로 사이즈, 빅북이라는 점과 두 번째로 그림이다. 사이즈가 작았다면 약간 사전 보는 기분이 들어 아이가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크기가 크기 때문에 그림도 시각적으로 눈에 들어오고, 글의 양이 적지 않음에도 크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림 또한 색채가 선명하고 감각적이라 눈길이 간다. 상상으로 너무 더럽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을 화려하게 표현해 줬다고 해야 할까. 풀빛 출판사의 지식 아이 시리즈가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다른 주제들도 찾아보려 한다. 분명 이 책처럼 흥미로운 소재로 알찬 지식이 담겨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번에 다 읽기 조금 어렵더라도, 곁에 두고 펼쳐보다 보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역사의 한 부분을 기초 상식으로 채워 줄 유익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으읍 스읍 잠 먹는 귀신 - 2022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장편동화 선정작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백혜영 지음, 박현주 그림 / 우리학교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은 왜 귀신 이야기를 좋아할까. 무섭다고 하면서도 호기심 가득하다. 좀비, 드라큘라, 처녀귀신 등 웬만한 귀신 이야기는 거의 들어본 것 같은데 '잠귀(잠귀신)'이라니.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주인공 혜령이는 6학년 여자 아이다. 수학경시대회를 준비하느라 잠을 많이 자지 못해서 졸면서 걷다 교통 사고를 당해 죽고 만다. 그동안 자지 못한 수면 시간을 채워야 저승으로 갈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본인이 살아있을 때처럼 자지 않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잠밥을 채워 먹는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없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게 되고,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안타까운 선택을 한 언니의 사정을 알게 되고, 가장의 역할로 어깨가 무거운 택배기사 아저씨의 사정도 접하게 된다.

단순히 귀신에 대한 흥미로 접근했는데, 내용이 그렇게 단순하고 흥미 위주는 아니다. 귀신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보편적이지만 중요한 인간의 여러 단상들을 보여준달까. 읽으면서 '신과 함께'의 어린이 버전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승과 저승, 잠귀와 악귀, 저승사자와 악귀 대마왕 등 아이가 흥미로워할 만한 소재와 배경으로 가득한 책이다. 그렇기에 아이는 이 책을 여러 번 읽었고, 읽을 때마다 마지막에는 눈물을 보였다. 그만큼 흥미로운 소재로 아이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다 읽고 나면 마음이 울리는 그런 이야기라는 의미리라.

우리는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자 노력하며 살아간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한 가정의 살림을 위해 잠을 줄여가며 애쓴다. 그런 노력들이 조금은 인정받고, 위로받을 수 있으면 보다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죽어서야 만 서로의 진심을, 진정한 마음을 나누는 관계를 깨우치는 게 아니라 살아있을 때 서로의 존재를 보다 소중히 여기고 아껴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백혜영 작가님의 다른 글들도, 출판사 우리학교의 다른 책들도 찾아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모든 면에서 탄탄하고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