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행운을 줄게 스토리블랙 4
방미진 지음, sujan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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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대략 20년이 흘렀다. 내가 학창 시절에 하던 분신사바, 행운의 편지 이런 미신 섞인 장난들이 여전히 존재할까? 초등학생인 나의 아이는 집에 와서 내가 학창 시절에 들었던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꺼내놨다. "엄마, 예전에 우리 학교가 공동묘지였대. 00이 할머니가 이 동네에서 계속 살아서 예전에 공동묘지라는 걸 알고 말씀해 주신 거래.", "엄마, 학교에 동상 있잖아. 아이들 다 돌아간 밤 되면 그 동상이 움직인대. 진짜일까?" 등등의 이야기. 내가 어렸을 적에도 학교에 있는 이순신 동상이 밤 12시만 되면 옆 학교에 있는 세종 대왕 동상과 칼싸움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학교 터가 원래 공동묘지 터였어서 밤이 되면 빈 교실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수십 년이 흘러도 학교를 중심으로 한 여러 괴담들이 비슷한 맥락으로 존재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만큼 아이들의 마음속에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도 비슷한 게 아닌가 생각하곤 했다.

이 책은 이런 공포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이들의 수가 줄면서 교실이 남게 되고, 그렇게 남은 빈 교실에서 춤을 추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분신사바를 하다 귀신의 소리를 듣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폐가에 가고 귀신 단지에 귀신을 가두는 이야기 등이다. 소재 자체는 내게 친숙한(?) 것들이었다. 과거에 내가 친구들과 했던 것들이었으니. 그 소재 안에 담고 있는 이야기가 무서움을 전해주는데, 단순하게 읽으면 등장하는 귀신의 존재들 때문이고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인간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이기심, 시기심 때문이다. 친하게 어울려 지내지만 속으로는 미워하거나 시기하고, 나댄다고 거슬린다고 싫어하고 배척하고, 자기에게 찾아올 불운을 누군가에게(심지어 가족에게 떠넘기는 모습에서 정말 놀랐다!) 떠넘기며 자기의 안위만을 바라는 모습들을 보며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한 악함이 이렇게 공포로 다가올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림 또한 선명하고 무섭다. 아이는 그림이 나오는 페이지마다 손으로 가리며 나에게 대신 읽어달라고 했다. 아직은 초등 저학년이라 단순한 무서움 위주로 읽었는데, 1~2년 지나 10대가 되면 친구 관계에서 느끼는 묘한 여러 감정들을 이입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술술 읽힌 흥미로운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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