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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 - 도시 아빠 4명의 고군분투 시골놀이터 제작기
이수진 외 지음 / 그루벌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품절
흙을 보고 싶었다. 말랑말랑한. 손가락으로 누르면 움푹 들어가고, 잡초도 나는 그런 흙이 있는 땅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콩크리트 정글이라는 서울에는 이런 흙도 땅도 없었다. 바닥은 새까만 아스팔트 아니면, 딱딱한 보도 블럭으로 깔린 곳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의 번화한 곳은 번화한 곳 나름대로 세련된 블록이 깔렸고, 초라한 곳은 초라한 곳 나름대로 깨지고 더러워진 블록이 깔려 있었다. 선택권은 없었다. 발로 밟으면 푹신푹신한 땅은 서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었다.
내가 찾는 곳은 잔디가 깔린 곳이 아니었다. 여러 풀벌레들이 서로를 잡아먹으며, 비가 오면 지렁이가 밖으로 나오고, 개구리가 울며, 날씨가 더워지면 다시 푸석푸석해지는 땅. 주어진 상황에 따라 사람의 마음이 나는 변덕스럽 게 변하는 땅을 보고 싶었다. 광화문 광장이나 서울시청 과장처럼 보도블럭과 아스팔트에 갇혀 간신이 그 초록 빛깔을 연명하는 곳이 아니라, 생명이 용광로처럼 꿈틀 거리는 초록이 있는 곳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서울에 올라와 하게 됐다.
나와 같은 생각을 이 책의 저자들도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시골에 살 때는 몰랐지만, 도시에서 살고 나니 그런 초록의 불편함과 지겨움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이것은 과거 내가 익숙했던 환경에 대한 그리움인지 아니면 정말 생명력이 있는 것은 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도시에서 매순간 콩크리트를 보는 것 보다는 나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했다. 한 인강 강사가 “바닥은 끝이 아니다. 바닥 밑에는 언제나 지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이는 단순히 한 인간의 인생만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사는 환경에도 이러한 것이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나는 초록이 싫었지만, 그 싫은 것보다 내가 더 싫어할만한게 이 도시에는 지천에 널려있다. 콩크리트 정글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이 책의 글쓴이인 아빠들은 대부분 한 명을 제외하고 서울 출신은 없다. 적어도 나와 같이 풀을 그리워하고, 푸른 바다를 그리워하고, 졸졸 흐르는 냇가를 그리워 하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이들은 대도시에서 살아보니, 대도시가 자신들에게 줄 수 무언가를 느끼고 짬을 내어 삽질을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어린이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 또한, 인간이라면 그리워할 것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먼 미래에, 마치 수만 키로미터를 비행하는 철새마냥, 자신은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자연을 그리워하며 찾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