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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든 여자 -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도축장에서 찾은 인생의 맛!
캐머스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일단 하나를 집고 넘어가자. 이 책에 대한 불만이다. 나는 솔직히 왜 출판사 편집자들이 이 책의 제목을 <칼을 든 여자>로 하고, 배경에 여자가 칼을 든 모습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전혀 젠더 문제로 접근할만한 책 또한 아닌데도 불구하고, 여성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갈라서는 안 되는 문제가 있고, 굳이 가를 필요가 없는 문제들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제목과 표지는 다소 불필요다는 말을 나는 꺼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원제도 <Killing it>이다. 그냥 이대로 가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물론 책 내용에 여자이기 때문에 도축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여자의 관점으로 포지셔닝을 한다면, 물론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젠더와 관련된 담론에 엎혀 갈수는 있으나,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독자가 바라보게 하는데는 걸림들이 된다고 생각한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이야기 하면 좋은 책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잊고 있었던 불편함들을 다시 일깨워 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이야기 하는 방법론 또한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서 나는 좋은 책과 나쁜 책을 다룬다. 즉, 내용에 있어서 그 책이 우리에게 일게워 주는 것이 있어야 하고, 그 방법이 상당히 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면에서 이 2가지를 모두 해치웠다. 즉, 모두 확보했다는 것이다. 기자 출신인 사람이 직접 글을 써서 그런지, 번역이 잘 되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내 냉장고에 보관된 고기를 먹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 (참고로 이야기하면, 서랍장안에 있던 리챔은 지나가는 길냥이에게 썰어서 주었다. 리챔은 먹기에도 냄새가 너무 심하고, 쓰레기 부위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의해 만들어 졌다는 게 너무 충격 아닌가. 어쨌든 리챔을 먹을 일은 앞으로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일반 시중에서 먹는 고기는 적당히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형태를 갖고 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익숙함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고기를 먹을 때 고기의 비명도 지르지 않고, 살에 닿아있던 내장들 또한 상상하지 않으며, 고기들이 살아 움직이지도 않는다. 움직이지 않고 우리의 입맛을 자극하게 만드는. 그런 맛있는 고기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저자 캐머스 데이비스가 도축장에서 보여주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 솔직히 충격적이면서 신선하고 또한 고기 먹는 사람들을 상당히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우리에게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이야기 하는 책만은 아니다. 우리에게 고기가 오는 과정. 그리고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재탄생하는 과정. 그리고 이 과정안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듣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선택원을 주고, 우리가 먹는 고기에 대해서 명상(?)을 하돌고 만든다.
그동안 내가 멋었던 고기는 어쩌면 망각의 산물이었다. 책이 주는 여러 불편함은 이를 보여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왜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고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백정이라 불리며 낙인이 찍혔는지, 이 강렬한 책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아... 솔직히 아직도 이 글을 쓰면서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나서 고기를 먹을 수 있을지. 냉장고에 있는 고기들 또한 길냥이들의 식사로 줘야 하는 것은 아닌지. 책을 읽고 현실속에서 해야 할 고민의 크기가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