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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지옥
마츠바라 준코 지음, 신찬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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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에게 하는 인사말 중 ‘무병장수’는 분명히 좋은 뜻으로 쓰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병’만이 좋은 인사말이지 않나 싶다. 그리고 무장장수에서 ‘장수’가 바진 이유에는 바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 <장수지옥>은 사회 기반이 제대로 받쳐주지 않는 상태에서 장수가 지옥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의 걱정은 이미 부분적으로는 현실이기도 하고,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다. 일본은 제법 사회 인프라가 우리나라보다 잘 갖추어진 나라다. 하지만 그 나라에서 벌써 장수를 지옥으로 걱정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또한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경제 발전의 문제에 있어서도 고령화의 문제에 있어서도 일본은 언제나 우리의 미래였다. 그리고 그 일본에서 고독사를 주제로 한 일들 또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고독사를 걱정하는 노인들이 자신들만의 모임을 만드는 일 또한 벌어지는 곳이 일본이다. 가족이 해체되고, 노인들이 노동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사회의 일부분으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이상,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지옥의 문으로 한발자국 깊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의 부제는 “영혼 없는 삶을 유지할 것인가”다. 영혼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영혼 없는 삶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쓰이긴 했지만, 책의 내용을 보면 이 말은 그렇게 순진한 말도 혹은 상투적인 것 또한 아니다. 죽음을 앞도고 벌어지는 사람들의 삶은 그야말로 인간으로서의 영혼. 즉 인간으로서 우리를 구성했던 삶들이 해체되고 분해되는 과정의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그 옛날. ‘무병장수’라는 말이 최고의 노인들을 위한 말로 자리잡았던 시절. 노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관리자로서 혹은 전문가로서의 지위를 갖고, 언제든 마을에서 무슨일이 생기면 그들이 해야 할 위치는 정해져 있었다. 비록 노동력은 쇠했지만, 그들의 삶의 지혜가 정보가 부족했던 옛날에는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들은 그저 노동력도 쇠하고 지혜를 갖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존재들이다.
이 책은 그래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묻는다. 흔히 이야기하는 웰다잉. 그리고 일본에서 최근 불고있는 슈카츠다. 죽음은 과거 두려운 것 이었으나, 이제는 이것을 바라보는 우리 삶의 태도를 전환하고, 이를 준비하자고 책의 저자는 이야기 한다. 아! 글쎄다. 저자의 말에 동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미지의 공포는 아직까지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