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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독재부터 촛불까지,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ㅣ 서가명강 시리즈 8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민주주의와 관련된 책을 읽는데 내가 주로 책을 찾고 이용하는 출판사는 후마니타스다. 최장집 교수의 책이 많고 박찬표 그리고 박상훈 등. 언론에서 봐왔던 피상적인 민주주의가 아닌, 민주주의의 사상적 그리고 역사적 원리에 대해서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만큼 다양하게 책을 내고 또 다양한 관점에서 발굴한 출판사는 이제껏 없었다. 내가 이 책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을 읽기 전까지 말이다.
후마니타스 책을 읽을 때마다 생긴 나의 고민은 하나였다. 민주주의의 사상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것들은 많은데, 현실 우리 정치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다른 것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즉, 현재 우리 정치 구조에 있어서 대통령 중심제가 왜 정착됐으며, 또 이와 같은 과정에서 우리의 권력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와 같은 측면에서 조면한 책은 솔직히 이야기 하건데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책 중에 잘 다룬 책들은 없었다.
정치학을 학부에 있을 동안 함께 공부할 친구도 구하지 못하고, 은사도 찾지 못한 나에게 후마니타스가 가르쳐준 정치가 전부였지만, 실제적으로 해당 분야에 있어서는 안타까운게 사실이었다.
“사람은 알지 못하면, 현재의 지식으로 모든 것을 해석한다”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꾸준히 가슴속에 세기고 있는 말 중에 하나다. 정치 혹은 사회 관련 논제를 쓸 때마다, 마땅히 참고할만한 책이 없어서 나는 매번 과거 나의 지식들로만 글을 썼다. 여기서도 한 마디 더 하자만. 이 책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을 읽기 전까지 말이다.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정치와 관련된 책을 읽는 도중에 <민주주의의 시간> 이후에 이런 책을 읽는 것은 거의 두 번째 만이다. <민주주의의 시간>이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사상을 입체적으로 조면했다면, 이 책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은 그토록 내가 바라던 우리나라 권력 형성과 그것이 정착하는 과정을 다룬 책이다. 과거 <민주주의 시간>을 읽을 동안 주옥같은 말이 너무 많아 형광펜으로 한 문장을 칠하기 시작하면, 전부 칠할 수 밖에 없게 되어, 단 한 줄에도 밑줄을 못 그은 것처럼, 이 책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을 읽는 순간에도 이와 같은 압박을 나는 받을 수밖에 없었다. 즉, 너무나도 중요한 말들이 페이지가 아닌 매문장별로 있어서, 밑줄을 긋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그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1장에서 우리나라에 대통령제가 어떻게 들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할 수밖에 없었다.
언론을 보면 주옥같은 문장들이 칼럼 1개에 있을까 말까 하다. 물론, 그나마 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매 문장별로 그런 중요한 맥락을 담고 있는 문장들이 있다. 우리의 대통령제를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비판하고, 대통령의 권력이 너무 강하다라고 이야기만 하지, 상대적으로 정확히 분석해서 그것이 강하다고 이야기 하는 책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우리의 대통령제가 어떠한 정치적 국면에 의해 강해졌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계속해서 강해졌는지 이를 잘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비단 대통령제 뿐인가. 내가 이야기 한 것은 대통령제 하나 뿐이다. 선거를 읽는 순간에도 마찬가지 였으며, 민주화 그리고 정당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밑줄을 그을 수 없었고, 가장 필요한 부분에만 해당 장의 귀를 접어 놓았을 뿐이다.
강원택 교수님을 마주하는 건 교수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 쓰는 칼럼을 통해서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약간은 이해가 가지 않았던, 혹은 의심까지 했던 적이 적지 않다. 보수 신문의 칼럼니스트라는 점 때문인 것도 있지만, 우리 정치사의 정확한 맥락을 몰랐기에 그런 점이 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앞에서 이야기한 4가지 기준을 통해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시간에 따라 어떠한 정동을 만들어냈는지 맥락을 분석해서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의 문제를 논하는 데 있어서 가슴팎에 꼭 껴안고 싶은 책이다.
언론사의 젊은 기자들. 그리고 데스크 급의 노쇠한 기자들. 그들의 전문성에 대해서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슬슬 의심이 되기 시작하지만, 나에게는 의심 그 이상을 뛰어 넘어서 생각할 부분이 없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다시피 대학도 다니지 않고, 논문 또한 볼 수 없는 상황에 있다. 이런 상황에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뭐랄까. 금쪽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렇게 훌륭한 교수님 밑에서 배운 학생들이 책을 읽는 내내 부럽다라는 생각으 할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명확한 우리 정치사에 대한 통찰과 분석을 갖고 수업을 하시는 분 밑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은 정말 복 받은 것이 아닐까.
나오며...
후마니타스 박상훈 씨의 책 <민주주의의 시간들>을 읽고 난 뒤에, 나는 그 분이 쓰신 다른 책들을 섭렵했다. 대부분 박상훈 씨가 쓴 책들은 후마니타스 출판사를 통해 나왔기에 그의 지식을 찾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강원택 교수는 대중서로는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다만, 이 책 덕분에 나는 칼럼니스트로서의 강원택 교수가 아닌, 책을 집필하는 교수로서 강원택 교수를 알게 됐다. 앞으로 나에게 남은 일은 하나다. 그가 쓴 책들을 샅샅이 읽어보며 공부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