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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을 부르는 외교관 - 30년 경험을 담은 리얼 외교 현장 교섭의 기술
이원우 지음 / 글로세움 / 2019년 11월
평점 :
<외교 외전>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지금은 외교부 1차관으로 있는 조세영 선생님이 쓰신 책이다. 한겨레에 기고한 글을 묶어서 낸 책이었다. 그 책에는 조 선생님이 외교관으로 읽는 동안 어떠한 일을 수행하는지, 그리고 그 일이 왜 중요한지 등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외교관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아는가? 내가 조 선생님의 책을 읽고자 한 이유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전문직들의 삶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종종 전문직들의 삶은 그들이 의도치 않게 어둡게 그려지기 일수다. 국정원 사람들은 영화에서 뭔가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하는 사람들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댓글 부대나 내부에서 공작을 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들로 그려지기도 한다.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나는 <외교 외전>이란 책이 재미가 없었다. 글을 잘 서서 읽히기는 했지만, 뭐랄까 스펙타클함도 없고, 그냥 심심하다고나 할까. 외교관의 업무가 얼마나 맨땅에 헤딩이고, 그 맨땅에 헤딩을 통해 시민 보호라는 밭을 일구는 일을 잘 하는 일인지 정도는 알게 됐으나 딱 그 정도였다. 솔직히 재미면에서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비록 제목에 ‘운’이라는 다소 상업적인 게 붙긴 했지만, 외교 분야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유혹을 느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나의 기대를 한 70%정도 충족시켜준 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운을 부르는 외교관. 저자의 삶과 철학
약간 안타까운 포인트가 있다. 어쩌면 이것은 동정의 양면과도 같은 것일지 모르겠다. 그것은 바로 취향. 저자의 취향이 나와 맞다면 그것은 더 책에 대한 매력을 부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ㅂ나대로 나와 맞지 않다면 반감 시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은 어쨌든 나와 저자가 다른 삶을 살고 있기에 딱히 책이 지향하는 ‘각’상 나랑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책의 핵심은 교섭의 기술이다. 저자는 경영학과를 나오고 또한 외교관이 되기 전에 외국계 좋은 회사에서 사회인으로서의 첫 발을 떼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왼손이 더 예민하든 혹은 오른손이 더 예민하든 어쨌든 외교부의 입장에서 일만 잘하면 그만이겠고, 실제로 외교관이 경영학을 공부했든 사회학을 공부했든 법학을 공부했든 외교관으로서의 일만 잘하면 그만이겠지만, 나로서는 약간 아쉽다. 저자가 단순히 협상을 대하는 방향 그리고 바라보는 시선에 있어서 어떻게 경영학적인 시선을 책 내내 보였다. 영국에 있을 때의 주로 사례들을 보면 대개 그렇다. 한인 사회 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승무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저자가 탁월한 글쟁이이고(왜냐하면 글 자체를 잘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ㅎㅎ. 거의 외교부에 계신 김웅 검사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적극적으로 해결을 풀려는 사람이라는 것은 인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가 자신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 그것이 다소 뭔가 내가 싫어하는 자기개발서의 느낌들이 각 장에서 풀풀 풍겼다.
건방지긴 하지만 나는 책이 이러한 방향으로 조금 바뀌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단순히 저가가 해당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고, 그래서 무슨 깨달음을 얻었는지와 같은 피상적인 결과를 내놓기보다, 해당 사례에서 저자가 이야기 했던 사건들을 제3의 관점으로 보여주며, 보다 입체적으로 독자가 읽을 수 있게 하고, 하나하나의 스토리들로 보여주면 더 재미있고 유익하며, 외교관들이 현장에서 겪는 고뇌들을 시민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에 검사를 다룬 드라마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검사 자체 말이다. 검사란 조직 자체에 작가가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검사를 바라보는 시건은 언제나 다양하지 못하고 떡검과 같이 악덕 검사나 반대로 정의를 구현하는 존재로서만 비춰져 왔다. 물린 김웅 검사가 <검사 내전>을 집필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런 점에서 외교관의 삶 또한 비슷하다. 외교부 내부에 있는 사람인 저자가, 조금 더 글솜씨를 발휘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좀더 입체적으로 그려냈다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왠지 저자가 이 책에 나온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외교관 생활을 한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