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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 은밀하고 뿌리 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윤정원 옮김 / 한문화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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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여성에 대한 차별은 어디까지 있는지가 내가 이 책의 서평단에 지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여성에 관한 편견이 어디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얼마 전, 한 뉴스를 통해 최초로 여성들만 실은 우주선이 우주에 있는 스테이션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듣고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름 여성들의 인권이 신장되고 특히나 머리가 똑똑한 여성들이라면 그들의 권리에 대한 신장은 일반 사람들에 비해 배로 빨랐을 것이다. 그런데 여성들만 실은 우주선이 이제야 출발 한다는 것이 과연 납득할 수 있는가 말이다. 도저히 나는 납들할 수 없는 눈치로 그 뉴스를 계속해서 읽어 나갔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어디에서부터?
나는 이 책의 내용이 참으로 신기했다. 병명 하나하나에 그것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잘 치유되지 못했다는 게 참으로 이상했다. 그런데 그 이전 단계로 한번 돌아가 보도록 하자. 왜 여자라고? 그것은 해당 분야에 까지 잔잔하든 혹은 축축하게든 여성에 대한 기본적인 편견이 보편적으로 깔려 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다.
여성에 대한 차별의 시작은 어디인가. 어쩌면 나는 여성에 대한 차별은 일방적이기 보다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 졌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여성들이 다시 태어나건 혹은 남성들이 태어나건 똑같다. 남성들이 매번 어떠한 지식을 입력해서 여성들을 매번 같은 방식으로 괴롭히는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회에 깔린 시스템들 자체가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남성들에게 합리적으로 돼 있다. 가령 힘 쓰는 일에 있어서 남성들을 중심으로 보편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적지 않다. 남성들의 관점에서 여성들이 이와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으로 보일뿐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자신들이 하는 게 더 낫다고 느낄 것이다. 이는 그 남성이 여성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든 없든 똑같이 작용할 수밖에 없으며, 기본적으로 바깥에 있는 대부분의 노동을 남성들이 하는 사회에서는 이것이 보편적일 수밖에 없으며, 여성들은 이에 대해서 희생당할 수밖에 없으며 그리고 이와 같은 여파로 인해서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 책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는 그 극단적인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모순이 여성들이 아플때까지 도달했음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즉, 어떻게 보면 여성이 아프다는 것은 그 근처에 있는 남성이 꼭 도와줘야 되는 일일수도 있다. 여성을 그렇게 보호해야 한다고 배웠던 남성들의 입장에선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격는 차별은 그들의 병을 상담해야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그들의 아픔에 대한 증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정말 가슴이 터지도록 답답한 상황 아닌가 싶다.
은밀한 차별 그리고 ...
그런 생각을 줄곧 하긴 한다. 여성들은 사회적 약자가 맞다. 일단 구조적으로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인지하고, 그들이 느끼고 있는 부정함 또한 이해한다. 하지만 그들은 여성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연대를 딱히 모색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여성들이 갓갓지 받고 있는 차별들은 다양한 만큼 그들이 사회적으로 모색할 수 있는 연대의 고리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은 연대하지 않는다. 여성으로의 순수성을 이야기 하며 그 안에서 또한 차별을 한다.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그 안에서도 이루어 진다. 또한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페미니즘의 물결들을 보면 대상을 다니는 여성들 혹은 학력 수준이 높은 여성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왜 연대를 하지 않는 걸까.
어쩌면 이 책의 이야기 또한 적지 않다. 나는 가끔가다 이런 뉴스도 봤다. 한 병원에서 잘못 수술되어 죽은 노숙자 이야기. 그 또한 이 책에 나온 여성과 비슷한 사례에 속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성들은 노숙자와 연대하여 자신들에게 가해진 차별을 철폐하려 할까? 왠지 생각하기 어렵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이 정도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왜 여기까지 왔는데도 불구하고 연대를 하지 않을까 하는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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