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 - 보부아르와 넬슨 올그런의 사랑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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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다 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서 자신의 일부를 준다는 게 옳은 일인가? 만일 그가 요구한다면, 나는 인생 전부를 그에게 줄 의도없이 그를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언젠가 그는 날 미워하게 될까? 넬슨, 내 사랑, 저로서는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편이 더 쉬울것이고 ... 당신은 우리가 서로에게 결코 거짓말하거나 침묵할 수 없을 거라고 매우 상냥하게 말하곤 했어요. 저는 우리사이에 어떤 종류의 나쁜 감정도, 실망도, 또 원한도 견딜수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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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드 보부아르는 장 폴 사르트르와 계약결혼으로 평생동안 그 계약을 유지하며 지냈다. 서로의 관계를 규정하지만 우연적 사랑도 서로에게 허용한다는 것에 둘은 합의를 한 것이다. 페미니스트이자 여성의 성적 불평등을 주장하며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웠던 그녀는 1947년 미국 여행 중 작가 넬슨 올그런을 만나고 그와 사랑에 빠졌다. 물론 그녀는 계약 결혼을 한 상태였다.

이 책은 시몬 드 보부아르가 넬슨 올그런에게 17년간 보낸 304통의 편지를 모은 책이다. 올그런이 보부아르에게 보낸 편지는 아쉽게도 없다. 출판 금지로 실을 수가 없었다는데 보부아르의 편지를 읽다보면 올그런이 어떤 답장을 했는지가 매우 궁금해졌다. 다행히 올그런의 상황이나 둘의 만남에 대한 설명이 간단하게나마 있어서 그래도 조금은 편지의 내용을 이해하기에 도움이 된다.

1947년 2월에 시작하는 첫 편지에서 친근함을 표현한 그녀는 5월의 다섯 번째 편지에서부터는 사랑을 말한다. 올그런에게 '나의 남편'이라는 호칭을 편지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쓰면서 그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표현했다. 계약결혼한 상태인 그녀는 편지에서조차 사르트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데 올그런은 그에 대해 뭐라고 말했을까.

보부아르와 올그런이 만나기 위한 대서양 횡단 여행은 몇 차례 이어졌고 그녀에게 올그런은 청혼을 했으나 보부아르는 거절했다. 헤어지고 나서도 편지 교환이 오랫동안 이어졌다는 게 놀랍다. 보부아르는 줄곤 남편이라고 호칭하며 사랑한다는 말을 쏟아부은 올그런의 청혼을 왜 거절했을까. 자신의 발판인 파리를 떠나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일을 버리고 시카고에서의 생활이 두려웠을까.

내가 생각했을 땐 보부아르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 같다. 사르트르와 계약 결혼을 했듯이 올그런과는 연애를 한 것이다. 올그런에게 보낸 다른 여자를 만나도 된다는 편지의 내용을 보면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든다.

보부아르는 올그런에게 보내는 편지에 자신의 일상과 주변 상황, 음악 미술 영화 등의 비평이나 다른 나라로의 여행 그리고 많은 예술인과 지식인에 대한 일화들을 편지로 세세하게 전했다. 그 이야기들에 나오는 알베르 카뮈, 콜레트, 앙드레 지드, 찰리 채플린, 에디트 피아프와의 사적인 일들은 동시대에 그들이 함께 였다는 걸 알게 되면서 완전 신기한 느낌이!

보부아르가 1956년 <상황의 힘>이라는 책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자 올그런은 분노하고 심장마비로 사망한 1981년까지 침묵에 들어간다. 답장이 없는 보부아르의 편지는 64년 11월에 끝났다.

970페이지의 완전 벽돌책을 일주일 동안 읽었는데 그래도 사랑을 담은 연애편지라 지루하진 않았다. 보부아르의 깊은 사랑은 놀랍고 반면에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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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고통받는 걸 기꺼이 받아들여요. 당신 역시 저를 그리워하므로. 당신이 그처럼 강렬하게 그리운 사실도 받아들여요. 마치 제가 당신이고 당신이 저 인것 같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제가 당신을 믿는 것처럼 당신도 저를 믿어줘요. 우리는 결코 헤어져 있다고 믿기지 않을 거예요. 우리 사이에는 사랑만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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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시간 속에 사라져
멍돌 지음 / 내로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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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참아볼 걸
조금만 더 이해할 걸
조금만 더 위로할 걸
조금만 더 잘해줄 걸
못난 나를 자꾸 뒤돌아본다

조금만 더 안아줄 걸
조금만 더 사랑할 걸
조금만 더 곁에 있어줄 걸
조금만 더 생각할 걸
조금만 더...
이제는 아주 많이 그리워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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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내가 많이 옳다고 믿었고,
내가 많이 참는다고 생각했고,
내가 더 외롭다고 느꼈고,
난 충분히 잘했다고,
그러니 나 말고 너가 노력해야한다고...
라고 생각했었지😂

시는 참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읽을때마다 다르다.

멍돌시인의 시를 필사하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멍돌 시인의 시에는 인생이 사랑이
치열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간이 흐르면 사라져 버릴 것들에
힘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주는 것만 같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수 있다면
시는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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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잘 씻고 닦고 털고 덖어서
햇살 받아 건조시키면
누군가에게
따스한 차 한 잔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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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새기는 쇼펜하우어
박찬국 편역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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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됩니다. 기꺼이 외로워져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홀로 있을 때 비로소 나 자신이 됩니다. 더 충만하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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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고통'이라고 말 한 대표적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인생이 고통이라는데 멈추지 않고 고통의 원인과 그 극복 방법을 탐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행복해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견해를 읽다 보면 그는 염세주의자라기보다 행복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가 깊이 있게 통찰한 인간과 인생에 대한 그의 어록을 정리한 책이다. 철학자의 잠언이라고 해서 어렵다기보다 인간에게 고통은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무척이나 명쾌하게 말해주고 있다.

책을 읽고 다른 한 쪽 페이지에 필사를 하고는 내가 쓴 쇼펜하우어의 글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 쯤 있었던 마음 속 불편한 일이, 쇼펜하우어의 문장 필사를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니 어느 정도 희석이 되기도 하는 경험.

그렇게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쓰다보니 일주일 동안 한 권 전체의 필사를 끝마치게 되었...!

▪️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자 답게 인생이 설령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져도 그 후 평온한 행복감을 느끼기 보다 오히려 권태를 느끼게 되므로 인생이 고통이라고 했다. 고통의 원인이 우리가 욕망의 존재이며 그 욕망은 한이 없다는 것. 그러므로 인간은 이성적으로 욕망을 통제하고 부정하라고 한다.

이 전에 읽은 법정스님의 이야기나 쇼펜하우어의 이야기를 읽으며 모두 홀로 설 수 있어야만 행복해진다는 걸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생에 고통은 없을 수 있으니 고통은 고통으로 마주하되 그것에 빠지지 않고 다시 설 수 있는 힘을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이 말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 보다 더 한 것은 내 자신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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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우리가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참된 삶과 자기를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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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시간 속에 사라져
멍돌 지음 / 내로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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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한영 번역으로 읽을 수 있어서 새로운 느낌! 나무젓가락으로 한 캘리그라피와 함께 멍돌 시인의 시를 천천히 느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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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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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누구한테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내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면서 순간순간 이해하고
깨닫고 새롭게 펼쳐가는 그런 과정이에요.
이게 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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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의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이상하게도 오래 전에 떠나신
할머니가 떠오른다.

치매로 고생하시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할머니는 절에 다니시며 때론 상주하실 만큼
불심이 깊었다.

집에서도 늘 반야심경을 조용히
읇조리셔서 내가 다 외울 정도.

할머니를 따라 우리 남매는
버스 종점에서 내려서 어린 걸음으로
시골길을 걸어 놀러가기도 하고,

늘 한복을 입고 계셨는데
치마 속 복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돈을 꺼내주셨던 것까지
할머니와의 소중한 추억
운명같이 만난 책으로 이어진.😍

▪️

강연으로 구성된 글이어서인지
마음이 불안하고 어지러울 때
법정스님의 단호하고도 힘이 느껴지는
언어로 내 귀에 들려오는 것 같은 느낌.

욕심부리지 않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고
홀로 있으며 자신을 느끼고
소유하지 않는 자유를 알게 되는.

이런 것들이 무척 어렵다는 건 알지만
또 이런 것들이 평화를 가져다 준다는 것도 안다.

문장마다 다시 읽기를 반복하고 옮겨 적으며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시간이었다.

법정스님이 오래동안 말했던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

📖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 줄 아는 사람은
움켜쥐기 보다는 쓰다듬기를 좋아합니다.
움켜쥔다고해서 자기 것이 되는게 아니예요
쓰다듬는 건 즐기되 소유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은 잠시 거기에 놓여진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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