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뉴욕 수업 - 호퍼의 도시에서 나를 발견하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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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일상적인 장면들을 그리는 작가, 에드워드 호퍼를 좋아한다. 일상적인 장면을 담은 그림에서 품어내는 슬픔과 외로움이 오히려 사람들의 삶과 비슷해 그림에서 위안을 얻는 것일지도 모른다.

곽아람 작가는 예전에 <매순간 흔들려도 매우 우아하게>라는 책으로 이미 만난적이 있었고, 그녀의 에세이에서 담은 문학과 미술을 통해 몇 권의 책이 또 쌓이기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기대를 하고 읽었다.

작가 자신이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한 '괴테처럼 살겠다고 결심하고 뉴욕으로 떠나 호퍼처럼 산 이야기'라는 말, 그것은 괴테가 37세에 이탈리아를 여행한 후 여행을 떠나는 목적은 나 자신을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깨닫기 위해서라고 했던 말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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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에세이이면서도 미술에 관한 책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호퍼에 대한 사랑이 담겼다. 작가는 1년간의 뉴욕 생활에서 스스로 찾아다니며 많은 문화적 경험을 하는데 종종 뉴욕의 삶에서 호퍼를 떠올릴만한 장면을 마주하게 되고 그럴때마다 호퍼의 작품을 저절로 떠오르게 했다.

도시인의 고독을 주로 그렸던 호퍼의 스튜디오, 미술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그의 작품 'nighthawks'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을 직접 보게 된다. 호퍼 자신은 색체보다는 빛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사람들의 무표정, 몸짓 그리고 무채색의 색감에서 고독감이 물씬 풍긴다. 예전에 읽었던 호퍼에 대한 책의 제목도 그래서 '빛 혹은 그림자'였구나 싶고.

작가가 살았던 뉴욕에서의 삶은 미술과 음악의 문화로 충만했고 미술 작품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대신 그녀의 뉴욕에서의 경험과 감상이 함께하는 미술이라 더욱 흥미로움😍

호퍼 이외에도 'LOVE'조각으로 유명한 팝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 샬롯 브론테의 전시,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다양한 미술가와 작품에 대해서 그녀만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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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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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닥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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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술과 노름에 빠진 아빠를 대신에 해야 할 일이 많다. 집안일, 밭일 그리고 넷이나 되는 아이들, 뱃 속의 다섯째 아이와 넉넉하지 못한 형편으로 주인공 소녀는 제대로 된 보살핌과 관심을 받지 못한다.

"얼마동안 맡아달라고 하지?"

"원하는 만큼 데리고 있으면 안 되나?"

어느 날 밤, 엄마와 아빠의 대화.
그리고 다음 날 본 적도 없는 먼 친척집에 맡겨지면서 소녀는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매우 불안하다. 그러나 소녀는 그곳에서 친척의 아저씨와 아주머니로부터 태어나 처음으로 느끼는 애정어린 보살핌을 받는다.

마을의 다른 사람으로부터 친척 아저씨네 슬픔의 원인인 아들의 사고에 대해 듣게 되고 곧이어 자신의 어머니가 남동생을 낳았다는 소식으로 주인공 소녀의 처음으로 행복했던 여름이 끝났다.

살갑지 않아도 조심스러운 킨셀라 부부의 보살핌에서 소녀는 사랑이 무엇인지 따뜻함이 무엇인지를 느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소녀가 떠나는 아저씨에게 있는 힘껏 달려가 안긴 채 말했던 "아빠 아빠"는 마주 보이는 진짜 아빠 대신 사랑으로 돌보아 준 킨셀라 아저씨에게 했던 말이라는 걸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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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클레어 키건은 24년 동안 단 4권의 책만을 냈는데 그 모든 작품이 이렇게 얇으면서도 그 안에 예리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숨겨 놓았다고 한다. 이 책은 곧 5월 말에 개봉할 영화 <말없는 소녀>의 원작소설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얇은 단편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펼쳐 보일지도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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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45분 열차에서의 고백
리사 엉거 지음, 최필원 옮김 / 황금시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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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가정파괴범.

그들의 첫 번째 규칙은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행동할 것!

15살의 펄, 그녀의 엄마는 살인을 당했고 펄은 한때 엄마의 남자였던 찰리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찰리를 아버지라고 부르며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사기꾼은 메소드의 연기자가 되어야 해"

찰리와 펄은 그렇게 타인의 가족을 파괴하며 돈을 뜯는 사기를 이어가며 생활한다. 펄은 찰리가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했을 수도 있다는 걸 과연 몰랐을까. 또 다른 몇 명의 펄과 같은 아이가 찰리에 의해 길들여져 자신의 인생을 무너뜨리고 있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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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상대와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
그들은 상대에게 떠받들어짐을 사랑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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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나는 남편 그레이엄 그리고 두 아들과 행복했다. 그레이엄이 보모와 바람을 피운걸 알기 전까지는.

그런데 보모였던 제네바가 실종되고 연달아 일어나는 사건들 속에서 셀레나의 가족이 가지고 있었던 충격적인 이야기가 드러난다.

7시 45분의 기차에서 만난 낯선 여자, 그녀에게 셀레나는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괴로운 마음을 터놓게 되었고, 그후 그 낯선 여자는 셀레나의 주변을 배회하며 메세지를 보낸다. 그런데 드러나는 그 여자의 정체, 그리고 보모였던 제네바의 정체는....!😱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 책을 잡으면 궁금해서 놓을수가 없다. 제시카 알바 주연으로 넷플릭스 드라마화가 확정되었다니 심리 스릴러의이야기가 얼마나 재밌을지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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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으로 보는 세상 - 2023년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김낭예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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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함이 상징의 특성입니다. 카를 융은 <인간과 상징>에서 상징의 의미를 '추상적 의미의 구체적 실체'라고 정의했습니다. 상징이 어려운 까닭은 시간이 흐르면서 의미와 실체의 연결 고리가 점점 희미해져 그 뜻을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문화에 따라 상징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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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비둘기가 왜 평화의 상징일까?
ㆍ천둥의 신 토르는 왜 망치를 휘두를까?
ㆍ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은 왜 흰옷을 입었을까?

이 모든 것에는 그것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살아나가면서 사실 상징을 매일 겪고 또 그것에 의미를 두며 지내고 있다. 우리에게 깊이 뿌리내려져 있는 상징이 어떻게 생겨나 오늘까지 이어졌는지, 또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인 책이어서인지 글 자체가 쉬우면서도 상징에 대한 이야기가 짧고 다양하다. 역사나 철학, 신화, 문화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생겨난 의미와 유래를 알 수 있는 책이다.

📎 구급차에 왜 뱀이 그려져 있을까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아 구급차에 뱀이 그려져 있는 걸 본 적이 없지만, 구급차에 그려진 뱀과 지팡이는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아폴론의 아들이자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의 것이다. 또한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감아 올라가는 두 마리의 뱀은 치유와 독, 건강과 질병을 대립하는 두 힘을 나타낸다고.
뱀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신화에서도 뱀의 꼬드김으로 선악과를 먹었다는 교활함, 유혹을 상징하며 메두사의 머리카락도 뱀으로 되어있는데 죽음과 공포를 상징한다.

📎 다양성의 중요한 상징은 무엇일까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라는 표현에서 무지개는 땅과 하늘을 연결해 주는 다리로 북유럽 신화에서도 토르가 아스가르드(신들이 사는 세계)로 올라갈 때 무지개를 타고 올라가는데 하늘로 가는 다리를 의미한다. 요즘에는 퀴어 축제, 소수자 집회에서도 무지개 깃발을 볼 수 있고 무지개반, 레인보우 합창단, 등 '평화'를 의미하는 다양한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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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은 문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자리잡은 상징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물이나 용어가 의미하고 있는 것을 사람들은 알아차린다. 문학평론가 이어령님은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 내려온 문화의 앙금'이라고도 했는데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유래하여 지금까지도 남아있는 상징은 그래서 흥미로우면서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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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시간 - 100곡으로 듣는 위안과 매혹의 역사
수전 톰스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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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위로는 받아 본 사람은 알 수 있다.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웅장하고 서정적인 곡들은 그 시간만큼이라도 아픔과 슬픔을 저만치 밀어내 준다. 코로나로 멈춰있던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통해 뜻 밖의 위로를 받았다고 전한다. 클래식 음악이 주는 감동과 위로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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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가장 멋진 점 중 하나는 선율과 화음을 동시에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 선율과 화음을 쌓을 수도 있다. 피아노가 그 자체로 '완성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악기 중 하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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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초기 역사인 하프시코드에서 현재의 피아노까지의 곡과 19세기 이전과 이후의 피아노 곡의 변화, 20세기 작곡가와 그 음악, 재즈가 피아노에 미친 영향, 마지막으로 오늘날 피아노 스타일의 하나인 미니멀니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책을 펼치자 마자 나온 음악가는 '바흐'. 바흐의 곡은 나에겐 피아노곡보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더 와닿는 작곡가인데 피아노곡으로 책을 한 권 다 채울수 있을 만큼 바흐의 곡은 엄청났다. 바흐는 쉰 살에 피아노를 처음 만났다(그전에는 하프시코드와 오르간으로 연주)

바흐의 <골드베르크 연주곡>은 하프시코드로 연주된 곡을 피아니스트 글렌굴드가 피아노로 녹음해 이름을 알렸고 많은 피아니스트가 바흐의 음악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모차르트 작품에서는 보통 오른손이 복잡한 선율을 연주하고 왼손은 단순한 저음을 연주하는데, 바흐는 마치 도덕규범처럼 모든 대위법 선율이 공평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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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아이브스'는 생명보험 회사의 임원으로 많은 돈을 벌은 사람이었고 그 분야의 저서도 쓴 사람이었는데 그런 분야의 사람이 작곡까지 했다니 놀랍다. 말년까지도 작곡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그는 저서 <소나타 이전의 에세이>에서 "음악이 꼭 들려야 할 필요는 없다. 어떤 소리가 나느냐가 반드시 본질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QR로 들은 그의 음악이 아름답지는 않았다. 불협화음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인지,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확장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고전의 멜로디 음과는 다르다는 것은 알겠다. 그의 음악 4악장은 '소로'인데 우리에게 친숙한 철학자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말한다. 그래서인지 4악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고요한 피아노음이 흐른다. 가끔 들리는 불협화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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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지만 피아노곡만을 엄선하여 이야기한 책은 처음이다. 고전음악의 작곡가나 클래식 곡들은 많이 들었어도 20세기 전반의 음악과 작곡가는 책을 통해 알게된 게 많다. 지금은 재즈를 통해 피아노가 많이 연주되고 있으며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와 같이 절제되고 반복되는 앰비언트 음악이 최근 세계의 청중을 사로잡았다. 음악을 들어보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분위기를 따뜻하게 해주는 느낌이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를 떠올리게 했다.

QR로 곡을 켜 놓은 채 책을 읽다보면 피아노곡에 대한 이야기와 작곡가의 연주 방법, 그 시대의 건반 악기의 표현 방식 등에 잘 설명해 주어서 더 깊이있는 음악감상을 한 것 같은 느낌이다.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미술 작품을 본 것 같은 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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