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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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닥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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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술과 노름에 빠진 아빠를 대신에 해야 할 일이 많다. 집안일, 밭일 그리고 넷이나 되는 아이들, 뱃 속의 다섯째 아이와 넉넉하지 못한 형편으로 주인공 소녀는 제대로 된 보살핌과 관심을 받지 못한다.

"얼마동안 맡아달라고 하지?"

"원하는 만큼 데리고 있으면 안 되나?"

어느 날 밤, 엄마와 아빠의 대화.
그리고 다음 날 본 적도 없는 먼 친척집에 맡겨지면서 소녀는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매우 불안하다. 그러나 소녀는 그곳에서 친척의 아저씨와 아주머니로부터 태어나 처음으로 느끼는 애정어린 보살핌을 받는다.

마을의 다른 사람으로부터 친척 아저씨네 슬픔의 원인인 아들의 사고에 대해 듣게 되고 곧이어 자신의 어머니가 남동생을 낳았다는 소식으로 주인공 소녀의 처음으로 행복했던 여름이 끝났다.

살갑지 않아도 조심스러운 킨셀라 부부의 보살핌에서 소녀는 사랑이 무엇인지 따뜻함이 무엇인지를 느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소녀가 떠나는 아저씨에게 있는 힘껏 달려가 안긴 채 말했던 "아빠 아빠"는 마주 보이는 진짜 아빠 대신 사랑으로 돌보아 준 킨셀라 아저씨에게 했던 말이라는 걸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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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클레어 키건은 24년 동안 단 4권의 책만을 냈는데 그 모든 작품이 이렇게 얇으면서도 그 안에 예리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숨겨 놓았다고 한다. 이 책은 곧 5월 말에 개봉할 영화 <말없는 소녀>의 원작소설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얇은 단편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펼쳐 보일지도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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