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부모님을 여의어본 경험이 없으니까 네가 얼마나힘든지 다 안다고 위로하지는 못해. 설령 내 부모님이 돌아가셨더라도 네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해서도 안 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은 너무나 무책임한소리라고 생각해. 각자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네모토는 내게서 눈을 돌리지 않은 채 "그래도 난 믿어"
라고 시원스레 내뱉고 나서 다음 말을 이었다.
"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지만, 아버지의 분신인 넌살아 있잖아. 그러니까 네가 기뻐하면 아버지도 분명 기뻐하실 거야. 너의 행복이 고스란히 아버지의 행복이 될테니까. 핏줄이란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넌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돼. 항상 웃으면서 살면 된다고." - P40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 사고에 불행 중 다행같은 건 없습니다. 당신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제대로 알고 계십니까?"
그들이 정신을 차리도록 열변을 쏟아냈다.
"저는 이번 사고로 사랑하는 약혼자를 잃었습니다. 당신들은 그 사람의 목숨만 앗아간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의미래까지 빼앗아갔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빼앗긴 건 그사람 혼자가 아닙니다. 제 미래에도 이제 더는 그가 없으니까요. 당신들은 피해자 유족의 미래까지 빼앗은 겁니다. 그 사실을 알기나 합니까? 어디, 입이 있으면 뭐라고말 좀 해보세요!" - P67

"도모코, 마음이 병든 건 착실히 살아왔다는 증거란다.
설렁설렁 살아가는 놈은 절대로 마음을 다치지 않거든. 넌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마음에 병이 든거야. 마음의 병을 앓는다는 건,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증표나 다름없으니까 난 네가 병을 자랑스레 여겼으면 싶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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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회사들은 거의 다 3~4년 동안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만족할 만큼 신뢰를 얻고 있었다. 그리고 이 나라 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다‘ 하는 감탄을 하도록 만들었다.
"꼬리들은 어렵고 힘든 일을 대낮에도 하고, 밤중에도 하고, 휴일에도 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빨리하고, 잘하는 사람들은 꼬리들뿐이다. 꼬리들은 사람이 아니다."
이러한 신뢰는 처음 얼마 동안 품었던 의심스러움을 일소한 것이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 사이에는 처음 얼마 동안 한국근로자들을 놓고 불안한 소문이 떠돌았다.
"한국 근로자들은 너무나 이상하다."
"무기만 안 들었을 뿐이지 그들은 다 군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언젠가 우리를 해칠지도 모른다."
그들이 그런 의심과 불안을 품게 된 것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안전모에서 작업복, 작업화, 가방까지 똑같이 통일된 데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일사불란하게 도열하며 앉아번호를 외치고, 가까운 작업장에 나갈 때는 질서정연하게 행렬을 짓고 했으니 한국 근로자들이군인처럼 비치고 오해를 받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 P158

"이건 얼마 전에 일본 신문에 난 건데 말야, 남과 북은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 그걸 서로 이용하고 있다는 거야."

"무슨 소리긴 척하면 알아들어야지. 남북이 서로 잡아먹을 듯이 치열하게 대치하는 건 딴 속셈이 또 있다 그거지. 겉으로는 이념 대립인데 속으로는 그걸 서로의 체제 유지에 이용해 먹고 있다그거야"

"아니, 그거 꽤 일리 있고 심각한 말 같은데? 그러니까, 양쪽에서 서로 대립을 격화시켜 가면서 위기감을 조성시키고, 그 위기감으로 국민들을 위협해 자기네 독재정권을 유지시켜 나간다는 그런뜻 아닌가?" - P169

"씨부랄 것, 권세 있고 돈있는 놈들만 한통속으로 짜고 돌아감서 잘들 해묵는 시상이다. 그려, 돈 없고 빽 없는 놈들만 피 토허고 죽을 시상이여."
천두만은 가래를 돋우어 내뱉었다.
音您이제 그곳은 가발공장이 아니었다. 가발이 한물가자 사장은 잽싸게 업종을 바꾸어 지금은 텔레비전의 무슨 부속을 조립하는 공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장이 그렇게 몸 빠르게 업종을 바꾸고 큰돈을 벌게 된 것은 8.3조치 덕이라고 했다. 종업원들의 돈을 3년동안이나 갚지 않고 마음대로 쓸 수 있었으니 그건 틀림없는 일이었다. 천두만은 그 건물만 보면 속이 뒤집어졌다. 그리고 대통령을향해 제일 독하고 험한 욕을 목이 터질 때까지 퍼부어대고 싶었다.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 그따위 명령을 내려 가난한 사람들을 더가난하게 만들어버린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라 소통령 아니, 똥통령이었다. - P201

"난들 왜 갈등이나 회의가 없겠어. 성인이나 군자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일 뿐인데. 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자기 진실을 스스로 더럽혀서는 안 된다는 점이야. 자기 진실을 더럽히는 것은 자기 부정이고, 자기 부정은 인간이기를 포기해 버리는 마지막 행위니까. 우리가 권력의 억압에 고립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의 존재가 없어진 것은 아니야. 그리고, 우리가 했던 저항도 어디로증발하거나 사라진 게 아니야. 우리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그저항도 이어지고 퍼져나가고 있다 그 말이지. 대학생들의 저항이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는데, 그 힘에는 우리의 성명서 한 장 한 장도 어떤 힘으로 작용하고 있거든. 모든 사회운동은 직접 간접으로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서로서로 자극하고 의지하면서 그 힘이 배가되는 거니까. 그리고 생활이 고달프다고 괴로워하거나 의기소침해선 안 돼. 지금 고문을 당하거나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생각해 봐. 그들에 비하면 우린 얼마나 편하고 고통 없이 지내는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망하지 않는 독재는 없으니까."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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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을 걱정해 주는 것보다 행운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사람이 더 진정한 친구라는 글을본 적이 있다. 무슨 소린가 싶던 그 말이 단번에 이해됐다.
친구에게 닥친 불행을 함께 슬퍼해 주는 건 행운을 내 일인양 기뻐해 주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 P8

"암튼 자기 인생인데 자기 맘대로 못 사는 게 바보지, 뭐."
"맞아. 인간에게는 자기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어. 그리고 주어진 삶을 살아 내야 하는 의무도 있고. 그런의미에서 자살한 닐이 그 권리와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게 안타까워." - P125

학교에도 한쪽 부모가 외국 사람인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은이곳에서 태어나 줄곧 살았는데도 종종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선생님들도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특별히 배려해야할 대상인 것처럼 말하곤 했다. 바우에겐 그 또한 차별 같았다. - P131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꽃과 나무들 앞에서 바우는 그동안 애지중지하며 식물을 가꾸었던 일이 허탈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여기 있는 것들은 영원히 시들거나 죽지 않는, 이별도 소멸도 없는 존재들이었다.
매장 안의 조화와 식물들은 아무리 만져도 자신만의촉감이나 향기를 남기지 않았다.
"꽃은 지니까 예쁜 것이고 벌 나비가 날아들어야 진짠거지, 천년만년 피어 있고 벌 나비도 못 받는 게 암만 예쁘면 뮌 소용이야." - P133

"뭘 먼저 할지는 내가 결정해요. 내 인생이니까. 인간은누구나 자기 인생을 선택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거라고요!"

아들 일인데도 남들과 똑같은 생각과 시선으로만보려는 아빠는 자식을 자살하게 만든 닐의 아빠와 다를 바없었다. 자기 뜻대로 결혼하지 않으면 자식을 사형시켜도된다는 허미아 아빠보다 나을 것도 없었다. 16세기에도 20세기에도 부모들은 사랑한다는 명분으로 자식들을 마음대로 하려 들었다. 그리고 21세기인 지금 아빠도 그랬다. 믿었던 만큼 배신감도 컸다. - P144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위로하며 자기 행복을 확인한다. 미르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로하려면 먼저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야 함을 깨달았다.  - P162

어쩔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면 그 일에 될 수 있는 대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게 현명하다. - P190

어른들은 아이들을좀 더 존중하고 믿을 필요가 있다. 자기에게 닥친 일인데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결정이나 판단에서 소외되고 제외되는 것, 진짜 기분 나쁘다. - P195

소희는 나뭇가지 그림자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난 길을 연상하고 있었지만 미르에게는 자기 앞에 놓인 수많은 길로 보였다. 진짜길은 찾기 어렵게 숨겨 놓은.......
저 많은 길에서 어떻게 내 길을 찾지? 
예고 입시에 떨어졌을 때 엄마가 말했다.
"그 학교에 못 갔다고 해서 인생을 실패한 건 아니야. 그리고 실패나 실수가 나쁜 것만도 아니고, 앞으로도 네 길을찾아가는 과정에서 무수히 겪을 수 있는 일이야. 엄마는 앞으로도 네가 실패나 실수에서 배워 가면서 스스로 길을 찾길 바라."
그때는 실패와 실수라는 단어에 꽂혀 그게 악담이지, 위로냐며 엄마에게 화풀이를 했다.
미르는 꿈이 확고한 소희나 바우가 부러웠다. 재이의 꿈이 아직 확실치 않은 건 하고 싶은 게 많아서이지 자기처럼방황하거나 망설이기 때문이 아니다. 나만 왜 이럴까? 뭐가문제인 거지?
나무둥치를 떠나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길들이 대신 대답하는 것 같았다. 남들과 같을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주저하며 머물러 있기만 해서는 어떤 길도 찾을 수 없다고. 인생이란 자기 앞에 펼쳐진 길들 중 자신의 길을 찾아 한 발 한 발나아가는 과정이라고.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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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다고요! 엄마를 뺏긴 건 우혁이가 아니라 내가 먼저라고요!‘ - P65

빚에는 돈으로 갚을 것과 마음으로 갚아야 할 게 따로 있다. - P68

엄마와 있으면 더 다정한 말투, 관심, 특별한 애정 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바라게 됐고,
그 기대에 비해 엄마가 주는 것들은 언제나 성에 차지 않았다. 그 때문에 엄마와 함께 있으면 계속해서 감정을 소모하게 되고, 그만큼 상처받았다. 아저씨한테는 바라는 게 없어서 편한 건지도 몰랐다. - P114

소희는 엄마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말 한마디로 다 알 것 같았다. 엄마에게 우리 애들은 우혁과 우진뿐이다. 어쩔 수 없이 소희를 데려오기는 했지만 ‘우리 애‘
는 아닌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소희는 지금까지 엄마의사랑을 갈구, 아니 구걸했다. 가슴에 박힌 말의 파편이 소희의 마음을 조각냈다. 창끝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워진 그 조각들이 입을 열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엄마에게로 날아갈것 같았다.
소희는 더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기로 했다. - P164

 ‘나를 이렇게 만든 건 엄마야. 엄마의 아이들 밖으로 밀어낸 건 엄마라고. 그러니까 엄마가 바라지 않는 행동을 해도내 잘못이 아니야‘ - P188

"준석이 군대 가기 전에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정지시켜놓고 갔었어. 제대하고 나와서 휴대폰을 새로 하려고 대리점에 갔는데 약정이 안 끝났다는 거야. 약정 기간이 2년이었거든. 산 지 2년이 넘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따졌지. 그랬더니 정지시켜 놓았던 기간은 약정에 포함되는 게 아니라고하더라."
뜬금없는 고모 말에 소희는 어리둥절했다.
"사람 사는 일도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아무리 가족이라고해도 떨어져 산 세월이 있는데 그렇게 금방 그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겠니. 휴대폰 약정 기간처럼 너하고 네 엄마, 그리고 네 동생들도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채워야 하는 시간이필요한 거 같아."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해. 엄마한테 못 할 말이 뭐가 있어. 그동안은 일찍 철든 게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했는데 이제 보니 아니었어. 애들이 부모 속 썩이고, 반항하고, 형제들하고 싸우는 시간도 다 약정 시간에 있는 거야. 너희 때는 그게 당연한 거야."
약정 시간이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왔다. 나는 잘못하는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일찍 철들어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시간들을 되찾으려는 거다. 그런 말을 어른이 해 주니까 응달진 마음에 볕이 드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있으면참지 말고 네 엄마한테 말해, 응석도 부리고, 떼도 쓰고, 지금까지 못했던 거다 하라고. 그리고 동생들이 못되게 굴면누나답게 화도 내고 야단도 쳐. 눈치 보지 말고 너 하고 싶은대로 해!" - P237

"너 때문이라고 자책하지 마. 엄마의 불행이나 고통을 외면하라는 게 아니라 그걸 네 것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말이야 엄마는 엄마고 너는 너야. 우리는 모두 각자 인생을 사는 거야, 이건 닥터가 내게 해 준 말이야. 대신 넌 너나 네가사랑하는 사람들이 부당한 일을 당할 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돼. 네 마음이 건강해야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올바른판단을 하고 당당하게 표현하거나 행동할 수 있어." - P302

소희는 다이어리에 새해 첫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고모네 집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던 날, 능소화 덩굴이줄기만 남아 벽에 달라붙어 있는 걸 보았다. 담장을 뒤덮었던 여름날의 푸르고 붉었던 찬란함에 비하면 초라하기그지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산다는 일의 진정한 의미는여름날의 무성함과 찬란함이 아니라 겨울날의 초라함과힘겨움에 담겨 있는 건지도 모른다.
달밭마을의 느티나무처럼 밧줄에 가지를 의지한 채 눈바람을 맞는 일이, 그것을 견디는 일이 인생일 것이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에도 삶은 그럴 테지. 그걸 알기에나는 앞으로 이 일기장에 담기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은 물론 힘들고 괴롭고 아픈 일까지도 모두 다 사랑할 것이다.
그럴 것이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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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말나리. 소희를 닮은 꽃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꽃 - P10

소희는 부지런히 집안일을 해 놓고 공부를 하다 미용실로 불려 나가곤 했다. 그런데도 걸핏하면 작은아빠와 고모에게 군식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던 작은엄마가 소희가 가는 걸 아쉬워하다니. 사람들은 더는 주지 않아도 될 때야 비로소 너그러워지는 모양이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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