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다고요! 엄마를 뺏긴 건 우혁이가 아니라 내가 먼저라고요!‘ - P65

빚에는 돈으로 갚을 것과 마음으로 갚아야 할 게 따로 있다. - P68

엄마와 있으면 더 다정한 말투, 관심, 특별한 애정 같은 것들을 끊임없이 바라게 됐고,
그 기대에 비해 엄마가 주는 것들은 언제나 성에 차지 않았다. 그 때문에 엄마와 함께 있으면 계속해서 감정을 소모하게 되고, 그만큼 상처받았다. 아저씨한테는 바라는 게 없어서 편한 건지도 몰랐다. - P114

소희는 엄마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 말 한마디로 다 알 것 같았다. 엄마에게 우리 애들은 우혁과 우진뿐이다. 어쩔 수 없이 소희를 데려오기는 했지만 ‘우리 애‘
는 아닌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소희는 지금까지 엄마의사랑을 갈구, 아니 구걸했다. 가슴에 박힌 말의 파편이 소희의 마음을 조각냈다. 창끝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워진 그 조각들이 입을 열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엄마에게로 날아갈것 같았다.
소희는 더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기로 했다. - P164

 ‘나를 이렇게 만든 건 엄마야. 엄마의 아이들 밖으로 밀어낸 건 엄마라고. 그러니까 엄마가 바라지 않는 행동을 해도내 잘못이 아니야‘ - P188

"준석이 군대 가기 전에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정지시켜놓고 갔었어. 제대하고 나와서 휴대폰을 새로 하려고 대리점에 갔는데 약정이 안 끝났다는 거야. 약정 기간이 2년이었거든. 산 지 2년이 넘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따졌지. 그랬더니 정지시켜 놓았던 기간은 약정에 포함되는 게 아니라고하더라."
뜬금없는 고모 말에 소희는 어리둥절했다.
"사람 사는 일도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아무리 가족이라고해도 떨어져 산 세월이 있는데 그렇게 금방 그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겠니. 휴대폰 약정 기간처럼 너하고 네 엄마, 그리고 네 동생들도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채워야 하는 시간이필요한 거 같아."
"그때그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해. 엄마한테 못 할 말이 뭐가 있어. 그동안은 일찍 철든 게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했는데 이제 보니 아니었어. 애들이 부모 속 썩이고, 반항하고, 형제들하고 싸우는 시간도 다 약정 시간에 있는 거야. 너희 때는 그게 당연한 거야."
약정 시간이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왔다. 나는 잘못하는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일찍 철들어 제대로 누리지 못했던시간들을 되찾으려는 거다. 그런 말을 어른이 해 주니까 응달진 마음에 볕이 드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있으면참지 말고 네 엄마한테 말해, 응석도 부리고, 떼도 쓰고, 지금까지 못했던 거다 하라고. 그리고 동생들이 못되게 굴면누나답게 화도 내고 야단도 쳐. 눈치 보지 말고 너 하고 싶은대로 해!" - P237

"너 때문이라고 자책하지 마. 엄마의 불행이나 고통을 외면하라는 게 아니라 그걸 네 것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말이야 엄마는 엄마고 너는 너야. 우리는 모두 각자 인생을 사는 거야, 이건 닥터가 내게 해 준 말이야. 대신 넌 너나 네가사랑하는 사람들이 부당한 일을 당할 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돼. 네 마음이 건강해야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올바른판단을 하고 당당하게 표현하거나 행동할 수 있어." - P302

소희는 다이어리에 새해 첫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고모네 집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던 날, 능소화 덩굴이줄기만 남아 벽에 달라붙어 있는 걸 보았다. 담장을 뒤덮었던 여름날의 푸르고 붉었던 찬란함에 비하면 초라하기그지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산다는 일의 진정한 의미는여름날의 무성함과 찬란함이 아니라 겨울날의 초라함과힘겨움에 담겨 있는 건지도 모른다.
달밭마을의 느티나무처럼 밧줄에 가지를 의지한 채 눈바람을 맞는 일이, 그것을 견디는 일이 인생일 것이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에도 삶은 그럴 테지. 그걸 알기에나는 앞으로 이 일기장에 담기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은 물론 힘들고 괴롭고 아픈 일까지도 모두 다 사랑할 것이다.
그럴 것이다. - P3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