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회사들은 거의 다 3~4년 동안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만족할 만큼 신뢰를 얻고 있었다. 그리고 이 나라 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다‘ 하는 감탄을 하도록 만들었다. "꼬리들은 어렵고 힘든 일을 대낮에도 하고, 밤중에도 하고, 휴일에도 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빨리하고, 잘하는 사람들은 꼬리들뿐이다. 꼬리들은 사람이 아니다." 이러한 신뢰는 처음 얼마 동안 품었던 의심스러움을 일소한 것이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 사이에는 처음 얼마 동안 한국근로자들을 놓고 불안한 소문이 떠돌았다. "한국 근로자들은 너무나 이상하다." "무기만 안 들었을 뿐이지 그들은 다 군인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이 언젠가 우리를 해칠지도 모른다." 그들이 그런 의심과 불안을 품게 된 것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안전모에서 작업복, 작업화, 가방까지 똑같이 통일된 데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일사불란하게 도열하며 앉아번호를 외치고, 가까운 작업장에 나갈 때는 질서정연하게 행렬을 짓고 했으니 한국 근로자들이군인처럼 비치고 오해를 받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 P158
"이건 얼마 전에 일본 신문에 난 건데 말야, 남과 북은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 그걸 서로 이용하고 있다는 거야."
"무슨 소리긴 척하면 알아들어야지. 남북이 서로 잡아먹을 듯이 치열하게 대치하는 건 딴 속셈이 또 있다 그거지. 겉으로는 이념 대립인데 속으로는 그걸 서로의 체제 유지에 이용해 먹고 있다그거야"
"아니, 그거 꽤 일리 있고 심각한 말 같은데? 그러니까, 양쪽에서 서로 대립을 격화시켜 가면서 위기감을 조성시키고, 그 위기감으로 국민들을 위협해 자기네 독재정권을 유지시켜 나간다는 그런뜻 아닌가?" - P169
"씨부랄 것, 권세 있고 돈있는 놈들만 한통속으로 짜고 돌아감서 잘들 해묵는 시상이다. 그려, 돈 없고 빽 없는 놈들만 피 토허고 죽을 시상이여." 천두만은 가래를 돋우어 내뱉었다. 音您이제 그곳은 가발공장이 아니었다. 가발이 한물가자 사장은 잽싸게 업종을 바꾸어 지금은 텔레비전의 무슨 부속을 조립하는 공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장이 그렇게 몸 빠르게 업종을 바꾸고 큰돈을 벌게 된 것은 8.3조치 덕이라고 했다. 종업원들의 돈을 3년동안이나 갚지 않고 마음대로 쓸 수 있었으니 그건 틀림없는 일이었다. 천두만은 그 건물만 보면 속이 뒤집어졌다. 그리고 대통령을향해 제일 독하고 험한 욕을 목이 터질 때까지 퍼부어대고 싶었다.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 그따위 명령을 내려 가난한 사람들을 더가난하게 만들어버린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라 소통령 아니, 똥통령이었다. - P201
"난들 왜 갈등이나 회의가 없겠어. 성인이나 군자가 아니라 평범한 인간일 뿐인데. 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자기 진실을 스스로 더럽혀서는 안 된다는 점이야. 자기 진실을 더럽히는 것은 자기 부정이고, 자기 부정은 인간이기를 포기해 버리는 마지막 행위니까. 우리가 권력의 억압에 고립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의 존재가 없어진 것은 아니야. 그리고, 우리가 했던 저항도 어디로증발하거나 사라진 게 아니야. 우리가 이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그저항도 이어지고 퍼져나가고 있다 그 말이지. 대학생들의 저항이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는데, 그 힘에는 우리의 성명서 한 장 한 장도 어떤 힘으로 작용하고 있거든. 모든 사회운동은 직접 간접으로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서로서로 자극하고 의지하면서 그 힘이 배가되는 거니까. 그리고 생활이 고달프다고 괴로워하거나 의기소침해선 안 돼. 지금 고문을 당하거나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생각해 봐. 그들에 비하면 우린 얼마나 편하고 고통 없이 지내는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망하지 않는 독재는 없으니까."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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