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하고 보잘것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는오늘까지.
내일은 분명 특별한 일이 생길 거야. 그동안의 우중충한 잿빛 나날을 뒤바꿀 멋진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앞으로 다채로운 나날이 펼쳐질 거야.
틀림없어.
그런 상상을 하며 잠자리에 든다.
하루도 빠짐없이. - P11

난 뭘 하고 싶은 걸까.
뭘 하고 싶었던 걸까. - P22

"어째서 그렇게 변해버린 거야?"
"몰라. 엄마가 그러더라. 아빠와는 가족이 되지 말았어야 했나 보다고."
"무슨 뜻이야?"
"남으로 지내는 편이 나았을 거란 뜻."
"잘 모르겠어."
"난 조금은 알 것 같아. 가족끼리는 거리낌이 없잖아."
"그래서 좋은 거 아냐? 일일이 배려하지 않아도 되고."
"그거야"
"바로 그거야. 아무리 가족이라도 서로를 배려해야만해.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말해버리니까 싸움이 되는 거야."
"그렇긴 하지만."
"싸우면 강한 쪽이 이기잖아. 강한 사람은 마음에 안드는 건 참지 않아. 말이든 행동이든 전부 자기 마음대로지. 그래서 아빠처럼 돼버리는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네." - P29

생각해 봐야 부질없는 짓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단념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생각해 봐야 부질없는 짓이야.
그래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잃어버린 소중한 존재를 - P35

내일부터 나는 조금은 변할지도 모른다.
따분한 직장이고 아르바이트일 뿐이지만, 조금이나마정신을 차려서 일하자. 그러다 보면 메이에게도 분명 당당히 말할 수 있겠지.
아르바이트이긴 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나는 메이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이상한 건가.
아니, 이상하지 않다.
한번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소중한 존재를 나는 되찾았다. 더는 두 번 다시 잃고 싶지 않다.
소중히 여기고 싶다.
*
따분하고 보잘것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는 오늘까지.
내일은 분명 특별한 일이 생길 거야. 그동안의 우중충한 잿빛 나날을 뒤바꿀 멋진 사건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앞으로 다채로운 나날이 펼쳐질 거야.
틀림없어.
그런 상상을 하며 잠자리에 든다.
지금까지는 매일 그렇게 생각해 왔다. 기대했다가 배신당하고 늘 같은 희망을 품은 채 잠들었다.
아마 그런 나날도 오늘 밤이 마지막이겠지.
틀림없다.
내일은 다른 내가 될 거야, 진심으로. - P51

‘그걸로는 부족해. 저번 주에 택배로 이것저것 보내줬잖니? 사다 먹거나 외식만 해서는 아무래도 골고루 영양분을 섭취하기 힘들단다. 보내준 반찬은 꼬박꼬박 먹고있니?‘
당연하지.
‘거짓말 아냐?‘
물론 거짓말이지. 냉장고에 넣어둔 채 손도 안 댔다. 아마 벌써 썩기 시작했을걸. 또 한꺼번에 모아서 월요일에 음식물 쓰레기로 버릴 거야.
‘그럼 그렇지. 그럴 줄 알았다.‘

역시나.
그 사람은 나에 관해서라면 늘 무엇이든 알고 있다니까. - P57

잔소리를 듣기도 했고 그 말이 정답이긴 하다. 그래서더더욱 고분고분 따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나는 본가를 벗어나고 싶었다.
혼자서 해나갈 수 있다. 이제 난 어린애가 아니다. 한사람의 어른이다. 언제까지나 부모 밑에서 편안히 살고 싶지 않다.
그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누구에게? - P64

스스로도 잘 안다. 나는 얄미운 꼬맹이였다.
"거짓말하기는."
엄마는 그런 나를 다정하게 흘겨보면서 말했다.
"엄만 다 알고 있단다."
나는 엄마 껌딱지였다.
언제부터 변해버린 걸까?
그래, 중학생 무렵부터다. - P83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다.
했다어른이 되고 싶다. 그래야만 한다.
간절히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이시자카와 말을 하게된 그 시절부터였다. - P86

고맙긴 하다. 그러나 지긋지긋하다.
그런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고 반복된다.
나는 포장해 온 쇠고기덮밥의 용기를 열고 천천히 먹기시작했다. 맛있다. 고기와 지방에 밴 짭조름한 단맛, 친숙한 맛이다.
맛있어. 입안을 가득 채우는 육즙, 최고다. 푹 익은 양파와 채소도 먹는다. 오늘 저녁은 건강식이다. 엄마도 잔소리는 못 할 테지.
그러나 점점 마음이 무거워진다.
왜 나는 엄마의 보살핌을 불편해하는 걸까. 어째서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지. 난 무엇에 반항하고 있는걸까?
답을 알 것 같다.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이시자카를 알게 된 이후부터다.
그때부터 쭉 나는 엄마의 보살핌에서 도망칠 궁리를 해왔다. - P97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오스기랑 난 다르니까."
물론 다르다. 알고 있다.
그래도 난 이시카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래서였다.
내가 처한 ‘당연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길 바랐엄마가 내미는 ‘당연한‘ 손길을 귀찮다고 생각하게 된것이다. - P102

절대 용서 안 해.
그날 엄마에게 터트려버린 감정을 나는 마음에 떠안은채 살아가고 있었다.
악을 쓰면서 진짜 용서할 수 없었던 건 어머니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이시자카에게 다가가지도 못한 채 도움도 주지 못했던 무력한 나.
엄마 곁을 떠날 거야.
독립해서, 어른이 되기만 하면 이시자카에게 힘이 되어줄 거야.
난 그렇게 믿었다. 믿고 싶었다. 도저히 단념하기 힘들었던 나의 과거그랬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랬으면서 모른 척해 왔다.
엄마 탓이 아니다. 나 자신의 문제다.
인정하자.
여전히 나는 응석받이일 뿐인 한심한 어린애였다.
인정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기분이 든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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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이야."
행복은 내면의 빛이다. 손에 닿을 수 없는 높은 하늘이아니라 마음의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행복은 이미 우리 마음 안에 있다.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 이곳에 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살아갈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지금살고 있는 오늘에 집중해야 한다. 한 걸음만 오른쪽으로 걸어도 이미 과거다. 한 걸음 앞으로 걸어도 미래가 아닌 현재다.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느라, 살아갈 미래에 눈이 멀어 미처 오늘을 보지 못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과거의 슬픔과 후회를 안고 살아가느라 그리 오랜 시간을 다시 태어나며 살아왔어도 정작 오늘 행복한 적이 없었다. 아니, 행복할 거 같으면 겁이 나서 도망쳤다. 행복하면 안될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원하는 게 정말 지은이과거에 얽매여 이토록 행복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이었을까? - P225

그렇다. 빨래도 햇살과 바람이 함께 불어야 바싹 마르는데, 마음에도 온기와 찬기가 그리고 기쁨과 슬픔이 함께 오는게 당연한 일 아닌가. 일어난 일은 받아들여야 한다. 돌릴 수 있다면 돌리고, 돌릴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오랜 시간 도망치듯 살았던 삶에 이제 발붙일 테다. 가끔은 빨랫줄에 널려 있는 저 빨래들처럼 흔들림에 몸을 맡겨볼 테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햇살이 맑으면 따뜻함을 즐길 테다.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흔들리는 나를 바라볼 테다. 부족하고 실수하고 방황하고흔들리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마음의 얼룩을 제대로 흘려보내는 비법이 아닐까? - P243

"근데, 우리 이렇게 다같이 밥 먹고 있으니까 꼭 가족같지 않아?"

"아이고, 가족이 뭐 별건가. 야들아. 맨날 속 썩이고 사고치고 힘들게 하는데도, 피로 맺어졌다는 이유로 끊어낼수 없는 가족도 많어. 느무 밉고 속상한다. 또 가족이라는이유로 기대하고 상처받고 상처주는 그런 가족보다, 요즘은 우리처럼 이르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그러믄서 가족이 되는 거여. 안 그려, 지은사장?"

"맞네. 서로 아껴주고 챙겨주고 걱정해주고, 같이 밥 먹고 일상 공유하고, 우리 가족인 거 같아." - P248

"사진 한 장 찍어드려도 될까요?"
"그래요, 찍어주세요."
"잠시 눈을 감고, 지은 씨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봐요." - P262

마음 세탁소를 운영하며 지은이 깨달은 사실은, 오늘이야말로 가장 특별한 선물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후회해도어제는 이미 지나가버렸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먼 미래이니 오늘을 살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받은 마법같은 선물이 바로 오늘 하루다. - P269

"있지, 너희들도 나처럼 특별한 능력이 있어."

"응. 바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능력이야."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길이고, 내 선택이 옳은것이라 잘될 것이라 믿는다면 결국 그렇게 될 거야. 말하는대로, 믿는 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능력이 이미 네 안에 있어. 그냥 의심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봐.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어봐."

"그리고 기억해. 신은 인간에게 최고의 선물을 시련이라는 포장지로 싸서 준대. 오늘 힘든 일이 있다면 그건 선물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엄청난 선물의 포장지를 벗기는 중일 수도 있다는 거지."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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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바스락 바스락, 멀리서 작은 소리가 난다.
누군가 초원을 걷고 있다. 뾰족뾰족 날카롭고 딱딱한 잡초일텐데 그 사람이 밟으면 마치 신록의 계절인 양 부드럽고 상냥한 소리가 난다. 두 무릎에 묻고 있던 얼굴을 든다. 발소리가 다가온다. 천천히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흐려진 시야를 닦아내듯끔뻑끔뻑 세게 눈을 깜빡인다. 흔들리는 풀들 너머에 노을 같은붉은색의 기름종이에 비친 듯한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 넉넉한하얀 원피스가 바람에 동그랗게 부풀어 있고 금색 빛이 긴 머리를 따라 흐르고 있다. 어른스럽고 얇은 입술에는 새벽의 으스름달처럼 살짝 올라간 미소가 있다.
"스즈메."
내 이름을 부른다. 그 순간 귀와 손가락 끝과 콧등, 그 목소리의 파문이 닿은 곳에서부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듯 편안함이온몸으로 퍼진다. 조금 전까지 바람에 나부끼던 눈발은 어느새분홍색 꽃잎이 되어 춤을 춘다.
그래. 이 사람은 이 사람이.
계속 계속 내가 찾던……………. - P12

가로등에 비친 설경이나, 정상에만 햇살을 받은 산이랄까.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서 바람에 이끌리는 흰 구름이랄까. 꽃미남이라기보다는 그런 풍경처럼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풍경을 아주 오래전에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맞아. 꿈에서 찾아가는 초원의, 그 기묘한 푸근함 같은…………. - P20

은박지처럼 반짝이는 바다 저 너머에 여러 개의 크레인이 세워진 항구가 보였다. 바다냄새에 석유 냄새와 식물, 물고기, 인간의 생활 냄새가 마구 뒤섞여 있다. 갑자기 몸을 내리누르는 듯한 음량으로 기적이 울렸다. 자, 이제 시작이야. 주위의 모든 것이 떠들썩하게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이 문득 들었다. 무엇이 시작될지, 여행일지 인생일지, 아니면 단순한 하루일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제부터시작이야, 소리와 냄새가, 빛이, 체온이 그렇게 속닥속닥 속삭였다.
"......가슴이 막 두근거려."
아침 햇살이 그려내는 풍경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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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하, 재하가 있어서 연자는 살아야 했다. 뜨끈하고 작은 핏덩이 재하를 처음 안던 날, 연자는 스스로 죽을 자유 따윈 없어졌음을 알았다.
그리고 산다는 것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여유 따윈 없었다. 태어났으니 사는 것이고 살아 있으니 살았다. 그리고아직도 살아 있다. 어떻게 그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다 지난 일이지만, 떠올리면 어제처럼 생생하다. - P159

"행복한 일은 천지에 널려 있어요. 늦잠을 자서 출근해야 되는 줄 알고 허겁지겁 눈을 떴는데 알고 보니 주말이야. 안도하며 눈을 감아요. 마저 자는 잠이 얼마나 달큰한지. 저는 그냥 지금 이런 일상이 좋아요. 불행하다 느꼈던상처를 지우고 싶던 순간이 물론 많았지만 그날들이 있었으니 오늘이 좋은 걸 알지 않겠어요. 불행을 지우고 싶지않아요. 그 순간들이 있어야 오늘의 나도 있고, 재하도 있으니까요." - P171

"사장님, 저 지금 사이버대학교 다녀요. 상담심리학 공부 하고 있어요. 공부해보니 제가 가진 상처가 다른 이의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되네요. 참 사는거 이상하죠. 그때는 아파 죽을 거 같아서 제발 그만하게해달라고 하늘한테 애원했는데, 돌아보니 그 상처들도 다내 삶이었어요. 상처 없으면 나도 없더라고요." - P172

살아 있길 잘했다. 태어났으니, 살아 있으니, 살아지고숨을 쉬었다. 죽지 못해 살았다. 하지만 이제 살아 있으니살고 싶어지고 살고 싶어지니 사는 게 행복하다. 행복한 삶을 만드는 건 타인이 아닌 나의 마음가짐이라는 걸 연자는오랜 시간을 지나 와서야 깨닫는다.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려고 그토록 긴 불행의 터널을 지나왔는지도 모른다. - P173

그러고 보면 마음이라는 게 보이지도 않고 형태도 없는것이 참 힘이 세다. 마음으로부터 시작되고, 마음으로부터해결되고, 마음으로부터 끝이 난다. 마음으로부터 꽃이 피기도 하고, 마음으로부터 불행이 지속되기도 한다. 마음은 어쩌면 모든 끝과 시작의 열쇠인 것일까. - P177

마음은 꽃과 비슷하다. 보살펴주고 햇빛을 쐬어주면지기도 하고 피기도 하고 짓무르기도 하고 냄새도 나고 벌레도 생기고, 그러다 잎도 다시 피어나고 다시 꽃도 피는존재.
아름답기도 슬프기도 한 양가적 이면이 마음인 걸까. 아름답기만 한 마음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 아니, 과연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슬픔과 아픔은 아름답지 않은 것이고 기쁨과 환희가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은 어쩌면 반대일지도 모른다. 슬픔과 아픔이 아름답고 기쁨과 환희가 아름답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 무너질까 봐, 숨기고 있는진실일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이리 오래 살아도 모르는 것투성이라니. - P178

"꽃잎들아, 걱정 말아. 모든 일에는 때가 있어. 곧 좋은일이 생길 거야. 그리 믿으면 그리 된다. 그러니께 너들도너들 자리로 이제 가."
사장의 말에 꽃잎들은 뱅글뱅글 돌며 사라진다. 서로가서로를 염려하는 온기로 가득 찬 이런 밤은 잠도 순하다.
골목을 환히 밝히는 은은한 달빛도 미소 짓는 밤이다. 이런밤은 해가 비추지 않아도 낮보다 환하고 따뜻하다. 어둠 속에 있다고 꼭 어둠이 아니고 빛 속에 있다고 꼭 빛이 아니다. 어둠 속에 있어도 빛나는 게 있고, 빛 속에 있어도 어두운게 있다.
오늘은 순한 밤이다. - P182

"지금 들고 계신 그 옷이, 옥상 햇빛에 잘 마른 옷이에요. 마른 옷에서 꽃잎은 나오지 않아요. 매일 오후 지는 해를 향해 날아가는 꽃잎들은 사람들 마음의 얼룩에서 나온상처예요. 잘 말라서 꽃이 된 상처를 해를 향해 보내요. 뜨거운 태양빛에 타서 빛이 되고 밤에는 별이 되기도 해요."
"말도 안 돼요. 상처가... 어떻게 꽃잎이 되고 빛이 될수 있나요?"
"말이 안 되는 일을 말이 되게 하는 게 마음 세탁소예요."
"...그래도 제 상처는 꽃잎까진 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누구나 자신의 상처가 가장 크고 아파요. 너무 아픈 상처는 연고를 바를 용기도, 치료할용기도 나지 않아 꺼내보지 못하고 마음 안에 꽁꽁 숨겨 두고 살아가요. 몸에 난 상처는 피가 말라 딱지라도 지는데,
마음에 난 상처는 딱지가 지지도 않죠. 베인 데 또 베이면더 아픈데, 마음도 자꾸 베여 아프고요."
"...맞습니다.... 아파요...." - P200

오랫동안 지켜봤던 공간인데, 실내는 밖에서 볼 때보다따뜻하고 편안하다. 밖에서 보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은언제나 다르다. 안과 밖의 다름을 결정짓는 온도는 어쩌면개인의 생각과 시선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듣고 싶은 것을 듣고, 느끼고 싶은 것을 느끼니까. 또 사람은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것을 들려주니까.  - P202

"영희 삼촌, 지난 시간들도 오늘 하루도 견뎌내느라 수고 많았어요. 내일은 버티지 말고 조금은 웃으며 살아내봐요. 하루 지나 모레도 버티지 말고 조금만 즐거워봐요. 견디고 버티고 그러다 보면 살아지긴 하는데, 그게 너무 오래되면 삶에서 견디고 버틴 기억밖에 없잖아요." - P207

"이런 말 알아요? 기억이 열이라는 동그란 원으로 이어져 있다면 좋은 기억 하나가 안 좋은 기억 아홉 가지를 덮어준대요. 그래서 하나의 좋은 기억을 늘리는 게 중요하대요. 지나간 안 좋은 기억은 저 밑에 두고, 새로운 좋은 기억을 제일 위에 덮으면 어떨까요. 영희 삼촌한테 오늘의 기억이 다른 기억들을 이불처럼 덮는 커다란 원이 된다면 좋겠어요." - P209

"만약 누군가 나를 비난하고 욕설을 퍼붓는다면, 받지마세요. 택배도 수취거부나 반품이 있듯이 나를 모욕한 그감정이나 언행을 반품해보세요. 물건을 주었는데 받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닙니다. 누가 나를 싫어하고 미워한다면 그마음을 받아서 상처로 만들지 마시고 돌려주세요. 받지 않고 돌려주었으니 상처는 내 것이 아니고 상대의 것입니다.
마음의 천국을 방해하지 말고 수취 거부하세요. 그래도 됩니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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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 줄 알아?"
"숨 쉬기. 숨 쉬기가 제일 중요해. 숨 잘 쉬어야 살 수있잖아?"
"의외네요. 숨 쉬기라니."
"숨 안 쉬면 어떻게 사니. 숨 잘 쉬어야 잘 살지. 숨 쉬고, 밥 먹고, 일하고, 낙담하고, 기뻐하고, 투닥거리고, 미워하고, 때론 사랑하고, 다시 일하고, 잠들고, 걷고, 숨 쉬고. 이게 기본이지. 잘 자고 잘 먹고 잘 웃기 위해서는... 숨쉬는게 기본이야."
"숨쉬기라...."
"응. 숨이 잘 쉬어지면, 그때 문제를 마주하며 살아가면 돼. 문제 없는 인생은 없어. 인생에 문제가 생기면 극복해 나갈 뿐이야. 도망가고 해결하고 그런 게 극복이 아니고, 그 문제를 끝까지 피하지 않고 겪어내는 거. 그게 극복이야."
"끝까지 피하지 않는 게 극복이면 너무 힘들지 않나요?"
"물론 힘들지. 어렵고. 하지만 그렇게 겪어내고 난 뒤에 그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게 되는 거야. 마음의 얼룩도 그래. 자기 얼룩을 인정한 순간, 더 이상 얼룩이 얼룩이아니라 마음의 나이테가 되듯이 말이야.
사는 거, 너무 두려워하지 마. 그날까지 살아 있을지도모르는, 장담할 수 없는 너무 먼 미래의 일도 생각하지 마.
미리 걱정하지 마. 그냥 오늘을 살면 돼. 오늘 하루 잘 살고, 또 오늘을 살고, 내일이 오면 또 오늘을 사는 거야. 그러면 돼." - P69

"빨래가 젖어들수록 떠오른 추억을 보니 사랑하고 있는그때의 내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어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만 저렇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기보다, 내가 나일 때 스스로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웃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그 얼룩들, 지우지 않으려고요. 아픈 기억이 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 생각하고, 좋은 기억은 좋은 대로 생각하고. 누구보다나를 더 많이 사랑해줄 거예요."
"그냥 웃어. 행복한 것처럼 웃어."
"행복하지 않아도 웃어요?"
"그럼, 인간의 뇌는 아주 단순해. 뇌를 속이는 거지. 뇌는 진짜 행복과 가짜 행복을 구분하지 못한대. 가짜로 웃으면 행복한 줄 알고 좋아하는 거지. 뇌한테 농담을 하는 거야."
"에? 뇌한테 농담을 해요?"
"한번 해봐. 농담을 들은 뇌는 너를 웃음 짓게 할 거야.
스스로 웃음 지을 수 있는 사람의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오게 되어 있지." - P85

삶에서 어떤 우연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 되기도 한다.
그 순간에 꼭 만나야 하기 때문에 만나고, 그곳에 가야 하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저 아이가 지금 내게로 와야 하기때문에 온 것이겠지. 반짝거리는 빨간 스포츠카를 보며 지은은 은별이 마음 세탁소의 세 번째 손님임을 예감했다. - P103

수줍게 웃으며 은별은 신호등을 힘차게 건넌다. 인생은초록불인 것 같아도 노란불도 들어오고 빨간불도 들어온다. 가끔 빨간불에만 정체되어 있는 듯해도 어김없이 초록불이 된다. 초록불 다음엔 다시 빨간불. 우리가 할 수 있는건, 그저 길을 걷고 신호등이 나오면 불빛에 따라 움직이는일이다. 지금 내게 맞는 신호가 없다면 기다리고, 언젠가신호가 올 때 또 다시 걷는 일이 아닐까. - P122

"일단 살아. 죽지 말고 살아. 의미와 재미 같은 거, 산다음에 찾아. 그리고 잊지 마. 너는 너로서 충분해. 하늘의별 말고 네 안의 별을 봐. 어둠 속에서도 너는 빛나고 있어.
기억해. 네가 무엇이건, 화려한 옷을 입지 않아도, 지금입은 얼룩덜룩한 옷을 입어도 이미 존재만으로도 별처럼빛나고 있음을"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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