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꽃잎이 해인의 손으로 톡, 하고 떨어지고 나서야해인은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가 가장 원하던 삶을 이뤄줄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해인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카메라 필름을 빼낸 자리에 푸른 꽃잎이 날아와 담긴다. 꽃잎 같은 사람이 마침내 꽃잎이 되었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며 날이 밝아온다. 슬픔으로 퍼렇게 멍든 해인의 마음처럼 새벽도 푸르다.
"푸른 새벽은 사랑하는 이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시작하는 것이었구나. 그래서 아침이.. 아침이구나."
1층으로 내려온 해인이 남은 차 한 모금을 마시며 생각에 빠져든다. 간절히 바라는 일은 언젠가 상상하지 못하는방식으로 이루어진다던데. 얼마나 더 간절히 바라야만 하는 걸까. 해인은 가슴이 아프지만 지은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 P12

세 사람은 서로에게 미안해 창밖만 바라본다. 우리는 왜 이리 미안해야만 하는 걸까. 가난은 사랑하는 이를 매일 미안하게 만든다.  - P18

봉수 나랑 살아줘서 고마워. 근데 우리 다음 생에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이름으로 만나지 말자.
"그래,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이름으로 만나지 말자. 우리두 번은 하지 말자, 이런 삶."
봉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슬픔은 원래 속으로 삼키는 것아닌가. 그래서 늘 속에선 피 맛이 났다. 뱉을 일 없는 슬픔의 맛은 빨갛다. - P32

자동차에 기름은 다 채우지 않은 채로 여행을 떠난다.
핸들을 잡은 봉수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간다. 세 사람은 길을 떠난다. 드디어, 오랫동안 생각해 온 그날인 것이다. 불운과 불운이 만나 행운이라 자신들에게 거짓말하던 달콤한꿈에서 나와야 할 때, 가장 아름다운 장소에 가기로 했다.
태어난 건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죽는 건 선택하고 싶었다.
그래도 최대한 미루고 버티고 기왕이면 잘 살아보려 했는데. ‘잘‘을 빼고도 ‘살아본다‘는 것 자체가 왜 이리 어려운지. 세 사람이 출발하자마자 비가 내린다. 방금까지 쨍쨍하던 하늘에서 장대비가 내린다. - P33

지우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가요.
마음의 얼룩을 행복한 기억으로 바꾸어 찍어드려요.
보고 싶은 마음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줄 수도보고 싶은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줄 수도 있어요.
당신이 행복할 수 있다면당신의 슬픔이 안녕할 수 있다면얼룩진 마음을 행복한 마음으로 바꾸어 드립니다.
어서 오세요, 행복한 마음을 찍어드리는 마음 사진관입니다.
-사진관 주인 백 - P42

"오메 비가 다시 오네, 장마인가. 저리 비가 시원하게와야 무지개도 뜨고 해도 나제. 비가 오고 폭풍이 불고 바람이 불어야, 또 마른 날이 오제. 시원하게 내리는 비 핑계삼아 시원하게 울어재낄 수도 있고 말이여. 오늘 밤은, 저비에 많은 게 씻길 거여. 암, 그럴 겨."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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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발을 들인 곳에서 어떻게든 높이 올라가 보려고시행착오를 반복하는 모습이 소중한 거야. 난 아루가 어떻게든 더 나서려고 애쓰고, 인상에 남을 만한 말을 하고 싶어 필사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울컥한다고 거기다 요즘은시적인 감성에 빠져 있어서 더 좋아." - P23

"...그 얘기, 뒤에 이어지는 내용이 있는 거 알아?"
"초라하게 울고 있는 까마귀에게 신은 이렇게 말하지. 너는 그토록 아름다운 검은 깃털을 가졌는데 어째서 가꾸지 않았느냐. 누구도 너처럼 반짝이는 검은빛을 가진 이가 없거늘."
"자신이 가진 걸 갈고닦자, 난 이게 그 이야기의 또 다른교훈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당신도 스스로를 갈고닦는 게어때? 다른 사람의 깃털로 치장하지 말고."
"자신의 좋은 점, 어느 정도는 알잖아? 그 부분을 갈고닦아 봐. 스스로 잡초라고 했지만, 수많은 사람 속에서 선택받았으니까 지금 그 화려한 세계에 존재할 수 있는 거잖아. 그렇게 자기 비하할 여유가 있으면 이길 방법부터 찾아보라고.
예를 들면, 이것처럼." - P56

"그냥 지르는 거야. 철저하게, 제대로 화를 내 버려. 사람은슬프면 눈물을 흘리잖아? 그걸 분노로 바꾸는 거지. 눈물이나 분노나 결국 같은 성분으로 만들어졌으니까." - P95

"미치오가 좋아하는 모습... 미치오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려고 했어. 나."
그래, 미치오를 실망시키지 않으려 무의식적으로 그의 취향에 맞춰 왔다.
그가 바라는 대로 집 안에서만 지내며 그가 원하는 생활을 유지해 왔다. 그것이 곧 행복이라 믿었다. 결혼이란 이런것이며 이 또한 결혼의 근사함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무의식속의 나는 잃어버린 ‘나다움‘을 찾고 있던 것이다. 아아, 그렇구나. 내가 돌아가고 싶은 것은 고향이 아니다. 향수병이 아니야. 나는 원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었던 거다.
어리석었어. 미치오가 바라는 훌륭한아내와 나다움이 공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조차하지 못했다. - P108

"스스로 더 좋은 길을 모색하고 자신의 힘으로 발견할 수있다면 그건 무척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해. 나 역시 그걸 해내는 사람들을 동경하고.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잖아. 아무리 조급해하고 괴로워해도 그것만으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을 만나는 타이밍이 있고, 그 타이밍이 와야 시작할 수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
적어도 나는 그렇거든. 그래서 말인데, 주에루도 꼭 만나야할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한 걸지도 몰라."
"만나야 할 사람?"
"응. 깨달음이나 발견, 자신감을 일깨워 줄 사람. 아무리 초조해 해도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시작되지 않을지도." - P123

저 나이대에는 ‘좋아해‘가 참 알기 쉬운 거였는데.
무리 속에 섞여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성장할수록 점점 더 알기 어려워진다. ‘좋아해‘라는 말로 누군가와 이어져 함께한다는 건 사실 무척 어려운 일 아닐까? ‘좋아해‘로 시작해 함께 ‘행복‘을 누리는 것은 더더욱 어렵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부쩍 무거워진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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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왼손에 매달린 은사슬이 살짝 흔들리며 차르르 하는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듣고 천천히 입가를 치켜올리며 하얀 이를 드러낸 수많은 얼굴 중에서, 나는 그날 구해내지 못했던 그를 발견했다.
"거짓말이네에 우리는 안 속아. 그런 식으로 우리를 속이고 꾀어내서 잘게 조각내려는 거지? 이 악마!"
"악마에게 악마라는 소릴 들을 줄은 몰랐지만…………… 그래.
난 분명 악마였지. 그러니까 마지막은 인간으로서 끝나고싶어."
그것이 지금의 나에겐 유일한 진실이었다.
자, 밤이 어스름을 끌고 다가온다. 그러나 망각의 아침은이제 오지 않는다. - P374

히요리. 나 말이야, 네가 웃으면 태양이 높이 뜬 것처럼 눈부시다고 생각했어. 유학 가고 싶다는 내 꿈도 비웃지 않고 응원해줬지. 그래서 좋아한다는 말을 꺼낼 수 없었어. 마음을 전할 수없다면, 하다못해 최고의 추억을 만들고 싶었거든.
그런데 어째서 뭐야 이거, 대체 뭐냐고!
"토와다 타이요 군. 유감스럽지만 자네는 여기서 죽어. 몰랐겠지만 나는 사신이야. 자네의 혼을 저승에 보내주러 왔어."
갑자기 내 눈앞에 검은 옷의 젊은 남자가 불쑥 나타났다. 물에빠진 내 눈앞에서 그는 우아하게 물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죽어가는 내게 손을 뻗어주지도 않고 말이다. 발버둥 칠 힘마저잃어버린 나는 천천히 가라앉아가며 입을 열었다.
‘죽고 싶지 않아. 나는 하고 싶은 일이・・・・・・ 히요리도......?
......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입술의 움직임을 읽었는지, 아니면 내 마음속을 읽었는지 몰라도 사신은 살짝 눈썹을 찡그리더니 손가락으로 내 뺨을 어루만졌다.
"다음 생이 있어. 거기서 다시 한번 그녀와 사랑하게 될 거야."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에 그가 꺼낸 건 위로의 말・・・・・・ 이었을까?
뭐야 그게.
최후의 순간, 나는 웃고 말았다. 내가 생각해도 우는지 웃는지모를 어설픈 웃음이었다. 하지만 사신이 하는 말이니만큼 한번쯤 믿어봐도 좋지 않을까? 1년에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는 견우와 직녀처럼, 나도 다음 생에서는 그녀와 평생 한 번 있을까말까 한 사랑을 하게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몸이 쑥가벼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는 생각했다.
아아, 이제 괴롭지 않네, 하고 말이다. - P65

자신의 영혼이 무슨 색일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사람의 영혼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온갖 기억에 담긴 감정의 집합체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색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과 소중한추억이다.
나는 죽은 이를 명부로 안내해주는 통행료로 혼의 가장 아름다운부분을 떼어 받는다. 나의 하루는 사신 업무 외에는 다양한 색으로둘러싸인 아틀리에에서 수정처럼 반짝이는 혼의 조각으로 물감을만들고 그림을 그린다. ‘오늘 업무가 끝났으니 느긋하게 그림을그려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스마트폰에서 마더구스의 노래가 울린다.
"그래, 자네. 안녕한가. 미안하지만 오늘도 갑작스러운 임무라네, 내용은 메일로 보냈으니 신속히 확인하도록."
아아, 최근에는 사신 적성 판정에 합격하는 이가 없어서 사신의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더니… 오늘도 급작스럽게 업무 추가다. 여유부릴 때가 아니었네. 자, 그럼 가볼까 찰스? 이번 영혼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은 과연 무슨 색일까.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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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색일지라도 혼의 주인에 따라 조각의 색조가 미묘하게 달랐다. 예를 들면, 장미의 붉음과 산딸기의 붉음, 석양의 붉음과 베텔게우스의 붉음처럼 말이다.

사람의 혼이란, 말하자면 기억의 집합체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온갖 기억이 담긴 보이지 않는 물질을
‘혼‘이라고 부른다. - P15

"뭐, 여전히 잘 그리긴 했지만 역시 자네 그림에는 무언가가 부족해. 물감 재료인 혼의 빛깔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거지. 아름다움과 정교함에 있어서는 확실히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이 그림에 존재하는 건 그것뿐이야."
"자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하지만 이것만큼은 어쩔 수가 없어. 나한테는 흔이 없는걸."
사신이란 존재는 보통 그렇다. 마음의 요람인 혼이 없기에 벌어진 사건이나 학습한 지식 등의 사무적 기억만 남을뿐, 감정적인 기억은 남지 않는다. 하룻밤 푹 자고 나면 자기 전에 느꼈던 감정은 전부 꿈의 저편으로 사라지기 때문인 것도 있고. - P39

"네가 명령했기 때문이야. 카에데에게 죽으라고 했잖아."
"도망친다는 건 죄의식을 느낀다는 뜻인가?"
"다행이야. 요즘 가해자 중에는 피해자가 죽으면 기뻐하는 사람도 있거든." - P93

죽은 카에데의 육체에서 해방된 혼의 대부분은 검정과회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정도로 탁한 색의 혼은 오랫동안 이 일에 종사한 나조차도 처음 봤기에 지금 생각해도 놀랍기만 하다. 카에데는 죽은 채로 살아 있었다. 무엇을 봐도반응하지 않는 마음은 단단히 얼어붙은 돌멩이 같았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아름답게 느낀 것이 죽기 직전에본 석양의 빛깔이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그것 말고는 마음을 움직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견딜 수 없이 감상적인 기분이 되었다.
흔이 없어 삶의 기쁨을 기억할 수 없는 우리와 혼을 가졌으면서도 생의 기쁨을 느끼지 못했던 그녀 중에서 어느쪽이 더 슬픈 생물인 걸까.
·현실에서 도망칠 방법은 그것 말고도 얼마든지 있었어. 인간의 수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지만 삶의 방식은 스스로 정할 수 있지. 모든 걸 잃어버릴 각오로 그 집에서 뛰쳐나왔다면 카에데도 좀 더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아이는 포기해버렸지. 자기 인생도, 이 세상도." - P103

"이봐, 찰스, 어째서 인간은 추한 것들만 열심히 찾아내는걸까? 고개를 조금만 들어도 세상은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인간은 다들 근시거든. 먼 곳을 보게 하려면 안경을 씌워줘야만 하지. 뭐, 그중엔 가끔 자네처럼 먼 곳만 보려 하는곤란한 녀석들도 있지만 말이야." - P104

"......이봐, 엘리. 내가 자네를 고용한 이유가 자네의 눈동자에 첫눈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 자네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 P136

"오른손으로 기쁨을 붙잡으려 하면 왼손의 보물을 떨어뜨리게 돼."
인생이란 그런 거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나는 왼손의보물을 잃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계속, 언제까지나 지켜내고 싶었다.......
하지만 오른손으로 새로운 기쁨을 움켜쥔 지금은 이게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왼손은 당분간비워두자. 욕심이 나서 또 오른손을 뻗지 않도록. - P157

아아, 수많은 아침을 맞이하면서도 슬픔의 빛이 바래지않는다는 건 멋진 일이야. 엘리, 부디 마지막 순간에 내 눈앞을 장식하는 혼이 너의 눈동자와 같은 색이었으면 해. - P180

"발상의 전환이라는 거죠. 예를 들어, 출생지나 시대, 재해처럼 자기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에 인생을 지배당한다는 건 굉장히 불쾌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분노나 증오에만 집중하다 보면 만만치 않은 현실과 직면할 때마다 본인만 더욱 힘들어질 뿐입니다.
그렇다면 억지로라도 사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과거와의 타협을 훨씬 쉽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거죠." - P234

"우리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보통 사람들 보다 모르는 게 몇 배는 많잖아요. 저는 태양을 본 적이 없고, 하늘이 어떤 색인지도 모르고, 별똥별이 어떤 건지도 몰라서 소원도 빌 수 없어요. 그래서 그만큼 눈이 보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좀 더 많이, 많이, 많~~이 알고 싶어요. 눈이 보이는 사람이 열 가지를 알고 있다면, 저는 백가지를 알고 싶어요. 그렇게 하면 제가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고 보통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할아버지는 ‘세이라는 참 지기싫어하는구나‘ 하며 웃으시지만요." - P285

하지만 과연 그들의, 아니 나의 선택은 정말로 옳았던 걸까? 나는 그들이 고른 결말을 축복하는 게 아니라 슬퍼해야하지 않았을까? 결국 생의 기쁨을 잃어버린 그들의 공허한최후에 가슴이 아파야 하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세계는...
"우리는 낙심하지 않는다. 우리의 외적 인간은 쇠퇴해가더라도 내적 인간은 나날이 새로워진다. 왜냐하면 우리가지금 겪는 일시적이고 가벼운 환난이 그지없이 크고 영원한 영광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순간 무심결에 주먹을 맏아쥐던 내 귓가에 찰스의 거침없는 암송이 들려왔다.
"우리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본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
"라고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에 적혀 있지. 인간이란 건 어쩔 수 없이 눈에 보이는 것에 얽매이기 마련이야그런 슬픈 생물이지. 전에도 이야기했잖아. 모든 사람은 근시라고."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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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재회가 뭔지 말해 주세요."
"마지막 재회란, 죽어서 이곳 작별의 건너편을 찾아온 사람에게 현세에 있는 사람과 한번 더 만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는것입니다. 허락된 시간은 24시간. 그러니까 꼬박 하루라는 시간이 아야코 씨에게 주어집니다."
"한번 더 만날 수 있다……… 꼬박 하루 동안이나…………."
"예, 다른 사람도 아야코 씨의 존재를 확실히 알아보고, 만질수도 있고, 대화도 할 수 있습니다. 외모도 살아 있을 때와 똑같고요."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현세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아야코 씨가 죽었다는 사실을아직 모르는 사람뿐입니다." - P17

"난, 엄마 같은 히어로가 될 거야."
"엄마는 지금 지구 말고 멀리 있는 별을 지키고 있는 거지?" - P53

"작별의 건너편을 찾아온 사람은 누구를 만날지 스스로 선택하고, 소중한 사람을 만나러 갑니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최대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개하고 주선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이곳 작별의건너편에 존재하는 안내인이니까요." - P62

이곳은 끝맺음을 위한 공간.
그러면서 시작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저 서로의 앞날에 가장 좋은 것이 허락되기를 바랄 뿐이다. - P64

"지난날을 과거의 실수 그대로 내버려 둘지, 아니면 반성하고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지는 현재의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그러니 현재를 바꾸면 과거도 자신이 좋았다고 여길 수 있는 것으로바뀝니다." - P97

"남에게...... 피해 주지 마라......."
"대신, 가족한테는 피해 줘도 괜찮다." - P107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야마와키 씨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다음이라, 글쎄.......
"......솔직한 사람이 되고 싶군."
가족들 앞에서 오기를 부렸다. 모처럼 비디오 대여점 점원을만났을 때도, 그리고 안내인을 처음 만났을 때도 계속 센 척했다.
복잡한 심경으로 지난날을 회상했다.
좀 더 솔직했더라면 다르게 살았을 수도 있다.
옛날 친구나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살았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에게는 누구보다 더 큰 피해를 끼쳤다.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그런 사실을 깨달았다.
씻을 수 없는 후회.
돌이킬 수 없는 과거.
솔직하지 못해서 후회하는 일은 있어도 솔직해서 후회하는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았다. - P112

돌이켜 생각해 보니 사야카는 보통 사람이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가는 것까지 민감하게 알아차렸고, 그런 만큼 불필요한 상처를 끌어안게 되는 아이였다. - P135

옆에서 지켜봤다면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처럼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사키는 상관없었다.
사람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은 당장한다.
그것이 미사키가 내린 결론이었다.
어쩌면 인생은 생각보다 짧을지도 모르니까. - P160

"미사키가 그랬어요 우리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 내가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건 노래밖에 없어! 그러니까 이대로 페이퍼백의 노래를 사람들에게 전하지 못한다면 죽어도 죽을 수 없어!"

"미안 역시 안 되겠어. 내가 만든 곡과 미사키의 목소리가 하나가될 때 비로소 페이퍼백의 노래가 탄생하거든 그러니까 미키와같이 무대에 오르진 못할 것 같아. 그리고 나도 이제는......" - P173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행복을 손에 넣지 못할 거라고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내안에 있었다.
또한 내게 그 사람이 소중하듯 나 역시 그 사람에게 소중한존재가 되어 버리면, 이별할 때 서로가 너무 힘들어진다. 슬픔은배가 되고, 눈을 질끈 감고 싶어질 안타까운 결말만이 우리를 기다리게 될 것 같았다.
그러므로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
어차피 잃을 거라면 처음부터 손에 넣지 않는 편이 낫고, 저만치 앞에서 큰 슬픔이 기다리고 있다면 처음부터 작은 기쁨도 누리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타인을 내 미래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시한폭탄은 폭발했다.
그런 만큼 나는 짧은 인생을 필사적으로 살아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짧은 삶을 통해 내가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거라곤 노래밖에 없었다. - P182

"내가 이 말이 와닿았던 건요, 내 건강 문제와 부모님 일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같은 반 애들이 좋아하는 이성이 자기를봐주지 않는다고, 부모님과 싸웠다고, 그런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부러웠어요. 그럴 때 그 말을 듣고, 어쩌면 내 눈에는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사람도 속에는 뭔가 고민이 있지 않을까.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내가 고민이 있다고 다른 사람의 고민을 함부로 여겨서는 안 되잖아요." - P187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허겁지겁 바쁘게 뛰어다니는 삶.
느긋하게 하루하루를 음미하며 살아가는 삶.
서로 정반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르지 않았다.
인생에는 시작과 끝이 있기에 두 사람은 각자의 방법으로 매일을 소중히 여기며 산 것이다. - P218

아름답지 않은 생명은 하나도 없다.
전부 다 고귀하다.
그러면서도 덧없다.
또한 이별은 누구에게나 갑작스레 찾아온다는 것을 몇 번이고 깨닫게 되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되는 날이 언제인지는 아무도모른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게 되는 때가 찾아온다.
그렇기에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살아가자.
소중한 사람 앞에서는 솔직해지자.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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