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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의 상자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5년 2월
평점 :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라고 정리해버리면 너무한 일일까. 앞서 읽은 <너의 유토피아>와 마찬가지로, SF의 옷을 입었으나 본질은 인간의 이야기이다. 초광속 우주 비행기술을 독점한 카두케우스 사(社)로 이어진 인연들의 시작과 중간, 끝에 대한 이야기가 책의 절반을 조금 넘고, 나머지는 또 다른 인연들의 이야기였지만 개인적으로 앞부분의 이야기들이 주는 울림이 마음에 들었다.
대체로 같은 시(時)를 살아가는 지구와는 달리 우주는 넓어도 너무 넓어서, 초광속이라는 말을 붙이고도 끝내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없다. 그러니까, 아직 그 정도밖에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시대의 이야기이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필연적으로 이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서 배역을 맡은 이들이 이리저리 떠나고, 남겨지거나 남기로 결심하고, 이별 후를 살아간다. 이별을 결심하는 과정이 참 인간다워서 안심이 되었다. 제아무리 인간성의 상실을 떠들고(사실 부쩍 그런 사례가 많아 보이긴 한다) AI 시대 앞에 선 인간의 위기를 부르짖어도 호모 사피엔스는 여전히 호모 사피엔스일 것 같아, 그것이 같은 종족으로서 위안이 되었다. 그까짓 게 무슨 의미라고, 그랬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가진 것을 대부분 희생하더라도 더 나은 한 걸음을 위해 애쓰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그것이 희망이 되었다. 사랑이, 희망이었다.
이미 내린 결정을 사랑 때문에 바꾸지 않는 것 또한, 아마 잘못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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